허락된 가면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를 쓴지도 벌써 2년이 훌쩍 넘었다. 이제 마스크는 일상이 되었다.
'마스크는 곧 백신'이라는 말도 있듯이 언제 어디서나 마스크는 꼭 쓰고 다녀야 한다.
마스크를 써서 좋은 점이 있다면,
1. 표정이 보이지 않아 사소한 싸움이 줄어든다.
2. 혼잣말이나 흥얼거리는 노래를 들키지 않고 할 수 있다.
3. 세수나 화장을 안 해도 되며, 얼굴의 뾰루지나 결점을 가릴 수 있다.
4. 별로 아는척하고 싶지 않은 이웃을 그냥 지나칠 수 있다.
5. 창피한 일이 생겼을 때 모른 척(내가 아닌 척) 할 수 있다.
6. 추운 날씨에 방한용으로 좋다.
나는 원래도 3번과 6번의 이유로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내 피부 같은 마스크.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얼굴이 썰렁해서 왠지 어색하다.
그런 날이 있다.
무심코 길을 걷다가 갑자기 걷잡을 수 없는 슬픔에 휩싸일 때가 있다.
엄마는 중환자실에서 얼마나 많이 아프셨을까? 왜 그렇게 빨리 하늘나라에 가신 걸까?
그런데 나는 지금 왜 이렇게 한심스럽게 살고 있는 걸까?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나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뒤섞여 눈물이 차오른다.
눈은 슬프지만 울고 있는 표정을 들키지 않아도 된다.
편하게 울 수 있다.
눈이 빨개져도, 코를 훌쩍거려도 사람들은 모른다.
모두 다 마스크 뒤에서 표정을 숨기고, 혼잣말을 숨기고, 슬픔을 숨긴다.
이 얼마나 다행인가.
코로나가 끝나도 나는 당분간, 아니 어쩌면 죽을 때까지 마스크를 벗지 않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