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避暑) 대신 피우(避雨)
동생 가족과 함께 휴가 날짜를 맞춰 대천으로 바다를 보러 갔다.
2박 3일의 여정이었다.
날씨가 좋았던 도착 첫날은 피곤하다는 이유로 숙소에 뻗어 바다에 나가지 않았고, 둘째 날 아침엔 바람이 심하게 불고 파도가 무섭게 쳤다. 해변을 단속하는 사람들이 호루라기를 불면서 사람들을 바다 밖으로 내몰았다. 눈앞의 바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모래사장 밖에서 바람을 맞으며 멍하니 바라보다 들어왔다.
저녁 뉴스에는 서울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는 소식을 전했다.
여긴 구름만 끼고 바람만 부는 데... 좁은 줄 알았던 우리나라 땅덩어리가 넓긴 넓구나.
마지막 날 역시 파도가 높아 결국 바다에 한번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리조트를 나왔다.
서울과 가까워지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서울은 이미 물바다로 이곳저곳 도로가 통제되면서 길이 막혔지만 우리가 도착하자 비는 소강상태였다.
비는 남쪽으로, 우리가 휴가를 보내던 그곳에 많은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여름휴가 동안 바다를 온전히 만끽하지 못했지만 엄청난 폭우를 피해 다닌 셈이었다.
피서(避暑) 대신 피우(避雨) 간 건가...
작업실은 작년에 반지하에서 2층으로 이사 온 덕분에 다행히 비 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뉴스에 나온 피해 상황을 보며 마음이 심란했다.
비가 많이 오는 날 반지하는 물에 잠기지 않아도 늘 습해서 수해 입은 것과 다름없는 환경이다. 뉴스에 서울시장이 나와 이제 반지하는 없앤다고 하던데, 무조건 2층 이상에서 살 수 있도록 복지나 여러 정책을 개선해 주면 좋겠다.
2박 3일간의 짧은 휴가 동안 바다에 한 번 못 들어가고 운전기사 노릇한 동생은 초췌한 얼굴로 출근을 했다.
휴가는 집에서 쉬는 게 진정한 휴가가 아닐까.
돌아올 수 있는 집이 있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