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언젠가는 꼭 이루고 싶은 일.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처음 개인 블로그에 ADHD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땐, 누군가는 ADHD 환자의 입장에서 쓴 글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들이 ADHD에 대한 환자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찾을 때 조금이나마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나도 처음에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정말 소수의 블로거가 남겨놓은 글을 제외하고는 그러기가 쉽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ADHD와 관련된 각종 자료나 투병 일지라고 해야 할까, 이런 걸 개인 블로그에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성인 ADHD 환자들의 블로거 모임인 에이앱 커뮤니티를 알게 되었다. 성인 ADHD 관련 정보를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병원 정보나 자기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 주고,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조금이나마 바꿔보자는 그들의 취지가 마음에 들어 나도 그들과 함께 지금까지도 에이앱에서 활동하고 있다. 비록 약을 안 먹고 지냈던 1년을 포함해, 좀 긴 공백기가 생기긴 했지만.
그리고 브런치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지금, ADHD에 대한 이야기를 환자로서 숨김없이 적어나가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어떤 병인지 모르거나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정확한 정보를 주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깨고 싶었다. 또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글을 통해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여기에도 당신처럼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지치고 힘들어서 무작정 포기하기보다는 그 병과 동행하면서도 나름대로 재미나게,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그러니 같은 병으로 힘들어하는 당신 또한 아무리 사는 게 힘들어도 용기 잃지 말고 절대 포기하지 마시라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니까 우리 같이 힘내자고. 따뜻한 위로와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요즘은 내가 앞으로 뭘 하면서 살아야 할까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말과 글을 다루는 일이고, 그래서 회사를 다니면서도 틈나는 대로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면서 1일 1 브런치를 목표로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운이 좋게도 재능을 빨리 찾아서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내 역할을 다 하면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 자기가 정말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게 뭔지를 정확히 찾지 못해 사회에서 실패자 또는 부적응자로 낙인찍혀 사는 환자들이 훨씬 많다. 그것도 진단이라도 받은 사람들의 얘기고, 의심은 되지만 아직 진단을 받지 않은 환자들은 그보다 훨씬 많을 거라 예상된다. 1987년 이후에야 공식적으로 질병 및 장애 기준에 포함되었다고 하니, 이제 조금씩 성인 ADHD에 대한 연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이 사실을 증명한다.
그래서 나는 아직 자신의 적성이나 재능을 찾지 못한 ADHD 환자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말 좋아하는 일을 원 없이 행복하게 하면서도, 사회적 실패자나 부적응자가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이 되게 만들어주고 싶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았고, 그래서 지금 매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미친 사람처럼 하루에 몇 편씩 홀린 듯이 글을 쓰고 외국어를 배워서 자산으로 만들고 하는 것처럼. 그런 이야기들을 책으로 몇 권 만들고 나서-그게 독립출판물의 형태가 됐든, 아니면 기성출판사의 도움을 받아 책을 만들든-가능하다면 지금 하는 일을 하면서 글쓰기를 병행하거나, 아니면 작가로 전향을 해서 그렇게 잘 자리 잡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러면,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아,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을 심어줄 수 있으니까.
'모든 ADHD 환자가 천재다'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일반화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발언이다. 하지만 세상에 도움이 되는 수많은 일 중에 우리 같은 ADHD 환자가 적재적소에서 자신의 재능을 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일이 어딘가에는 반드시 존재할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나 같은 사람들이 스스로 너무 즐거워서 일을 하게 되면 누구나 놀랄 만한 능력치를 보여줄 수 있으니까, 그걸 토대로 다른 환자들도 사회적으로 확실히 인정받는 멋진 사람으로 바꿔주고 싶다.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가지고 바라보던 사람들의 차갑고 아프게만 느껴졌던 시선도 봄눈 녹듯 서서히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나는 믿는다.
내가 작가가 되면 언젠가는 꼭 이런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지. 그리고 다른 ADHD 환자들의 강점을 찾아서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그들도 몰랐던 그들만의 잠재능력을 발견하고 이끌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