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존감 이야기.
저는 자존감이 높을까요, 낮을까요?
일반적으로 '내가 성인 ADHD인가?'라는 생각을 갖고 병원을 찾아오는 분들은 진단을 받기 전에 본인이 ADHD만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 정신과 선생님들이 운영하는 유튜브에서 들은 얘긴데, 보통은 그 이외에도 추가적인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걸 전문용어로는 '공존질환'이라고 하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좀 더 공부해서 한 번 깊이 있게 다뤄보겠다.
나 같은 경우는 처음에 진단받을 때, 시기가 시기였던지라 굉장히 미래에 대해 낙담하고 있었다. 독자님들도 잠깐 내 상황이 되어 생각해 보신다면, 한숨만 나실 거다. 도대체 어떤 상황이었는지가 궁금하시다면, 내 브런치 처음으로 가셔서 정주행하고 오시길. (이런 방식으로, 여기에 온 분들이 다른 글까지 전부 읽게 만드는 나란 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지금은 그때 있었던 일 갖고 밝게 웃으면서 "그때 진짜 힘들었어요"라고, 무슨 웃긴 에피소드 얘기하듯 가볍게 말하곤 한다. 벌써 3년 전의 일이니깐. 하지만, 당시엔 정말 매일매일을 죽지 못해 살았다. 뭐, 대략적으로만 얘기하자면 파산 관련 서류와 법원 서류, 독촉 서류는 하루가 멀다 하고 날아오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어 실직자가 됐지, 있던 돈은 전 남자 친구와 그 일행이라는 도그베이비들 한테 다 뜯기다시피 했지. 그놈이랑 같이 사기꾼으로 몰려서 이미지 하락이 너무 심해 돈은 벌 수 없는 상황에 놓여 버렸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돈 들어갈 곳은 많지. 내 이름으로 설립한 회사 때문에 생긴 몇 백만 원의 세금은 또 어떻고. 거기다 몇십만 원 들여가면서 ADHD 관련 각종 검사를 받았는데(이건 나중에 '풀 배터리 검사'라는 제목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써 볼 예정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ADHD 확정 진단 받았지. 근데 그 와중에 실비 보험은 안 들어서 병원비는 다 내야 되지. 이런 상황에서 매일매일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내가 멘탈 갑으로 인정하겠다. ㅋㅋㅋㅋㅋㅋ 뭐 물론 나한테 인정받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이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때 당시 나는 양극성 장애 판정도 같이 받았다. 쉽게 말하면 조울증. 나중에 치료를 중단했을 때 받았던 의무기록지에 그렇게 쓰여 있었다. 그리고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그래도 다행히 약을 꾸준히 먹으니 작년에 약 복용을 중단하던 시점에선 증상이 많이 좋아졌다. 그래서 ADHD 이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 상황에서 치료를 마무리 지었다. 그래서 지금 추가적으로 진단을 받은 우울증도 난 언젠가는 털어버릴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 어린아이가 달리기를 하다가 넘어졌는데, 살짝 까진 무릎에 묻은 흙을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나는 것처럼. 꼭 그런 날이 오게 만들 거다.
근데 나처럼 ADHD'만' 가지고 있는 경우는 정말 특이한 케이스이긴 하다. 나는 원래 타고나길 낙천적인 성격이고, 뇌구조가 심플한 건지 기억력이 정말 안 좋은 건지 나쁜 일은 빨리 잊어버리는 사람이다.(가끔, 아주 가아끔 나의 단기 기억력이 휘발성이라는 사실이 이럴 땐 참 괜찮은 것 같다. 어쩔 땐 참 쓸모 있게 여겨지기까지 하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정말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아. 이 망할 놈의 호르몬 자식아 ㅠㅠ)
보통의 경우, ADHD 환자들은 오랫동안 실패를 해 온 경험 때문에 내심 '이번에도 또 실패하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예상이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러다 보니, 학습된 실패가 자존감 하락과 자기 비하로 이어지고 그런 것들이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주변인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환자의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날 싫어해서 떠나가면 어떡하지?'와 같은 생각에 휩싸일 때도 많다. 쉽게 말하면, 불안장애 같은 거다.
나는 예전에 29살이었을 때, 갑자기 무슨 회의감이 그렇게 많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20대를 너무 허투루 보낸 것 같아서다. 그래서 내 20대의 마지막만큼은 정말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나중에 언제라도 뒤돌아 봤을 때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살았던 해로 기억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생전 손도 안 대던 책도 읽게 되었고, 독하게 다이어트를 해서 한 달 동안 7kg를 감량해보기도 하고,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되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려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가지고 있던 나에 대한 부정적 감정 대신 긍정적인 감정으로 채워 넣는 연습을 많이 하게 됐다. 처음에는 내가 나 자신을 칭찬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사실이 너무 어색하고 닭살 돋고 오글거리게 느껴졌는데, 차차 시간이 지나고 익숙해지면서 건강한 자존감을 채워갈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나의 20대를 아쉬움 없이 보내주고 새로운 마음으로 30대를 맞이했다. (그게 어느덧 10년 전 일이 되어간다니. 끄흑 ㅠㅠㅠ)
지금도 때로는 좌절하기도 하지만, 예전만큼의 심한 자기 비하는 하지 않기로 했다. 다시 약물치료와 상담치료 등을 병행하면서부터다. 내가 약을 꾸준히 먹으면서 그 이상의 노력과 의지로 지금보다 더 나은 나를 차근차근 만들어 나가면 되는 거니까. 다행히 내 주변에는 보고 닮아갈 수 있는 좋은 롤모델이 많아서, 내가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장점을 많이 배우고 닮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늘 건강한 자존감을 채우는데 좀 더 집중하려고 한다. 물론 쉽지만은 않겠지만. 지금까지도 쉽지 않은 여정을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잘 만들어 왔으니까, 앞으로도 주변에 있는 좋은 사람들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