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상하다는 걸 어떻게 알게 됐냐면...
정말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성인 ADHD 환자라는 걸 의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통해 성인 ADHD 환자에게 나타나는 공통적인 증상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한다.
정확하게 언제쯤인지는 기억나진 않지만 한 10년 전쯤이었다. 엄마와 아빠가 TV를 보다가 나를 다급히 부르셨다. 뭐 때문에 부르시는 거지 싶어 거실로 나갔다. 공중파 프로그램 중 건강을 다루는 프로그램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날 주제가 성인 ADHD였다. 거기에서 의심 증상에 대해 쭉 나오는데, 세상에나. 전부 내 얘기였다. '설마 내가 성인 ADHD?'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병원을 갔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엄마는 정신과 약이 독하다는 것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병원에 보내지 않았다. '정신과 약 오래 먹으면 눈 풀리고 사람이 이상해진다'는 유언비어를 믿으셨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사건은 그렇게 묻히는 듯했다.
본격적으로 진단을 받기 시작한 건 2017년 12월, 내 브런치의 제일 첫 이야기에 나오는 '사기꾼 전 남자 친구의 도주와 파산 신청 사건'을 진행 중인 시점이었다. 처음 성인 ADHD를 의심했던 그 시점으로부터 7년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물론 사기를 당한 건 사람을 너무 믿었던 나의 고유 성향이었고 ADHD와는 별개의 문제이기는 했다. 그렇지만 엄마는 그제야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셨는지 치료를 받자는 얘기를 먼저 꺼내셨고, 나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한 병원에 가게 되었다. 그게 나의 정신건강의학과 첫 방문이었다. 전화를 걸어 예약을 잡고 병원에 도착했다. 데스크 선생님이 상담 전에 먼저 진단지를 작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경험을 토대로 진단지에 적혀 있는 질문에 답해 나가기 시작했다. 원문의 내용은 아니지만 대략적인 내용을 적어드릴 테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한 번 체크해 보시길 바란다.
1. 항상 안절부절못하는가?
(차분히 앉아있기 어려움, 예민, 꼼지락, 운동중독, 활동적)
2. 항상 먼저 행동하고 나중에 생각하는가?
(충동구매, 말은 내뱉고 보기, 못 기다림)
3. 집중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가?
(생각이 딴 데로 샌다, 일의 마무리가 안 된다, 쉽게 지루해진다, 잘 잊어버린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4. 위의 문제가 항상 있는가?
위 1-3의 내용 중 하나라도 해당되시는 분이 계신다면, 그리고 그것이 4번의 내용도 해당된다면 혹시 자신이 성인 ADHD 환자일 가능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병원에 가셔서 진단을 받아보시길 추천드린다.
치료를 받아본 사람으로서 조언을 하자면 늦게 치료를 받아서 좋을 것은 없는 것 같다. 나만 해도 한 10년 전에만 치료를 받았다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후회가 되고 있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에이앱(www.a-app.co.kr)에서도 상당수의 회원들이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주변의 소문이나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워서 병원에 가는 걸 고민하고 있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다. 냉정하게 말해서, 그 사람들은 당신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고. 그리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당신의 삶에 관심이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당신만 입에 자물쇠를 채우고 있다면 당신이 정신과에 갔다는 사실을 누가 알겠는가.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워 가기를 두려워하는 거라면, 구더기가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것과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시선은 당신에게 밥 먹여주지 않는다. 한 번뿐이고 그렇기 때문에 너무나 소중한 내 인생인데,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나아지려고 병원에 가는 것 아닌가? 이 아프면 치과 가지 않나? 감기 걸리면 내과 가고. 피부에 뾰루지라도 날라치면 사람들은 피부과에는 달려간다. 정신과도 목적은 똑같다. 지금보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가는 거니까. 아프면 치료받고 지금보다 나아지면 되지 않은가? 그런데 왜 이렇게 고민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고민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건 경험자의 시각에서 보기엔 너무 안타깝다.
나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에이앱(www.a-app.co.kr) 회원들, 그리고 여기에 속해 있지 않은 다른 많은 환자들도 병원을 가서 치료를 받고 예후가 많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경험자의 입장에서 간곡히 조언해 드리니, 우선 의심이 되신다면 진단이라도 꼭 받아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