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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만 Sep 24. 2024

여수 웅천 해변과 장도에서 맨발 걷기

너울거리는 그림자 춤추듯, 나비가 꽃잎 보듯 사뿐사뿐!

바다가 더 바다다운 화창한 여름,

맨발 아카데미 회원들이 뭉쳤다.

오늘 맨발 길은 여수 "웅천 해변"과 "장도"다.

오지에 있는 바다면 간혹 찾을 텐데,

웅천 해변은 도심지에 있어 사계절 내내 사랑받는 장소다.


한달음에 가는 다리를 두고,

이쪽은 웅천 해변이요 그 건너는 장도다.

조막 섬인 장도는 숲속에 예술 작품과 미술관 등 오밀조밀 꾸며놓은 예술의 섬이다.


둘은 단순한 지리적 조합이 아니다.

축복이다.


왜 축복일까?


백사장이 갖는 활력과 예술이 지닌 차분함을 동시에 갖춘 까닭이다.

동적인 해변과 정적인 예술의 섬,

쪽빛 바다와 초록 숲,

상반되는 두 풍광이 공존하기에 매력적이다.

카페형 빵집이 유행이듯 하나가 아닌 둘이기에 어울린다.





드디어 백사장에 맨발로 디뎠다.

바람을 한껏 안은 돛 단 요트,

망중한을 즐기는 캠핑족,

쏟아지는 햇빛을 반기는 피서객,

이런 들뜬 분위기에 덩달아 발걸음까지 가볍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저마다의 발자취로 딛는다.

모래 위 통통 튀는 은빛과

파도에 일렁이는 은빛이

서로 경주하듯.


참석 회원이 열이니 추억의 발자국은 스물,

오늘의 흥겨움을 인감도장 꾹꾹 찍어대듯 선명하게 표현한다.


문득 드는 생각이다.

맨발 걷는 뒤태에 표정이 있을까.

그 표정은 얼굴만큼 다양할까.

있다면 우리의 걸음걸이는 어떤 단어로 표현될까.

궁금하다.

보게 된다.

우직한 선배는 성큼성큼,

모범생은 또박또박,

한 성격 하는 후배는 폴짝폴짝,

느긋한 친구는 사부작사부작.


걸음걸이에 백이면 백,

서로 다른 감정선이 묻어난다.

그러나 몸놀림은 나비가 꽃잎 보듯 사뿐사뿐,

너울거리는 그림자 춤추듯 흥겹다.




어디 이뿐인가.

두 팔 번쩍 치켜들고,

지면을 박차며 뛰어오르는 포즈는 어싱족만이 갖는 특권이다.

입은 앙다문 채 땅을 딛고 솟구쳐 오른다.

온몸이 깃털처럼 가볍다.

3초 순간의 공중 부양이다.

동시에 으라차차! 괴성을 지른다.

해변 맨발족에겐 흔한 일상이자 전매특허다.

우리가 어디서 뛰어오를 것이며,

언제 환호성을 질러 보겠는가.

원껏 뛰어도 땅에서 몇 센티이고,

마음껏 소리친들 허공 속 메아리에 불과할진대.

살면서 "원껏. 마음껏"이란 쉽지 않기에 소중한 몸짓으로 다가온다.


맨발에, 단체이고, 분위기가 무르익어야만  수 있는 장면이리라.

이렇듯 해변 맨발 걷기는 왜 기분을 업 시킬까.

맨발이 갖는 자유와 백사장이 지닌 역동성 때문 아닐는지.




해변이 지닌 젊음을 뒤로하고,

중장년의 기품이 서려 있는 장도에 들어섰다.

백사장에서 들뜬 기분,

장도에선 차분하게 추스를 수 있어 좋다.

흐드러지게 핀 수국,

숲속 미술관,

솔숲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풍광 때문이리라.


.




예술의 섬답게 여러 조형물이

저마다의 메시지로 울림을 전한다.


여럿 중 "얼굴"이란 작품이 눈에 띄어

온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곤 마음속와락 안았다.


"얼굴"은 얼굴 형상을 띤 게 전부다.

재질은 간단한 철심이다.

군더더기 없는 단순함의 극치다.


인기몰이의 주인공인 "얼굴" 앞에 너나없이 사진찍기 바쁘다.

단조롭기 그지없는 "얼굴"은 어떤 힘을 지녔길래 수많은 이들을 멈춰 세울까.


바다를 향해 있기에?

거친 바람과 맞서기에?

마주 볼 수 없는 도도한 매력에?


"얼굴" 형상 앞에 서서 나만의 감성으로 표현한다.




-얼굴-

(김수만)


그리운 얼굴입니다.


그립습니다.


정녕 왜 옆을 보시나요.


어찌해야 볼 수 있나요?


마주할 수 없어

그대 옆에 섰습니다.


당신 모습에

누구는

별을 노래하고

어떤 이는

꿈을 얘기합니다.


별과 꿈

어느 하나

놓칠 수 없지요.


별이 꿈이 듯

꿈이 별이 듯

별과 꿈이 하나이듯

오늘도 그대 옆에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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