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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만 Sep 28. 2024

맨발 광풍! 한 철 유행일까? 건강문화로 자리 잡을까?

맨발 광풍!

한 철 유행일까?

아니면 건강 문화로 자리 잡을까?


전국이 맨발 열풍으로 들썩거린다.

바쁘고 할 일 많은 중장년층이 맨발 차림으로 나섰다.

양말도 버선발도 아닌 오롯이 맨발이다.

애들 흙 놀이하듯 땅을 딛는 매력에 푹 빠졌다.

땅의 모양새나 질퍽함, 황토든 모래든 가리지 않는다.

운동장과 공원, 산과 들판이 오직 흙이면 만족한다.


이런 돌풍이 한철 신드롬으로 끝날까?


아니면 생활 속 건강 문화로 자리 잡을까?




맨발 걷기가 단순히 건강에 좋다는 이유만으론 유행이 계속될 수 없다.

관절에 좋거나 유산소 운동쯤으로 광풍을 이어가기 어렵다.


한철 신드롬이 아닌 건강 문화로 자리매김하기에는

다음 네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맨발 걷기가 다른 운동으로 대신할 수 없는 "대체 불가"인가.


둘째, "지자체 의지"가 있는가.  


셋째, "언론이 관심"갖는가.


마지막으로, 굳건한 "마니아층"이 형성됐는가다.


판단컨대 위 모든 조건이 일정 부분 충족됐다고 본다.




우선 맨발 걷기는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다.

어떤 약이나 치료, 운동으로 대신할 수 없다는 게 어싱족의 논리다.

맨발러들이 믿는 자유전자의 유입, 활성 산소와 체내 정전기 제거는 땅을 딛는 외에 특별한 대안이 없다.


기존 의학에선 활성산소를 없애는 데 항산화 식품 섭취나 적당한 운동 등을 거론한다.

그러나 맨발 걷기에 열심인 사람은 이는 미미한 효과에 그치기에 근본적인 요법이 아니라 판단한다.

즉 땅에서 음전하인 자유전자를 받아들여 양전하인 활성 산소를 중화시키고,

체내 정전기를 제거하는 건 접지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 믿는다.


흔한 만 보 걷기는 자전거나 다른 유산소 운동으로 갈음할 수 있다.

그러나 맨발 걷기는 땅을 딛어야만 하기에 달리 방도가 없다.

이를 뒤엎는 근본적인 치유법을 들이대지 않는 이상 광풍을 쉽게 잠재울 순 없다.




그리고 지자체 의지도 한몫한다.

요즘 전국은 어디랄 것도 없이 맨발 걷기 지원 조례와 어싱길 조성에 나선다.

법적 근거로 조례를 둔다는 건 예산 지원의 연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전국에 조성된 맨발 길은 23년 기준 약 230곳 이상이다.

포항은 맨발 길이 서른 군데가 넘고

서울 서대문구 안산을 필두로 겨울철을 위해 비닐하우스 황톳길 등 요모조모 잘 만들려고 신경 쓰는 모양새다.


작년 자료가 이러할진대 현재는 말해 무엇하랴.

동네 공원마다 맨발 길 늘어나는 숫자를 보라.

가위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거기에다 어싱데이와 맨발 축제까지 개최한다.

국민의 광풍에 발맞춰

모든 지자체가 함께 움직이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63%가 산이다.

기존 산길을 맨발 길로 선용하면 되기에

다른 어떤 건강 시설보다 효율적이다.

이렇듯 지자체와 시민의 공감대가 절묘히 맞아떨어진다.




또한 언론도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조건이다.

현재 맨발 걷기는 찬반이 명확히 나뉘는 이슈다.

긴가민가할수록,

옳고 그름을 나누는 쟁점일수록,

찬반 논란이 뚜렷할수록,

대중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갑론을박하다 보니 언론이 관심을 두고 방송하는 건 당연하다.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23년 7월 12일 "맨발로 걸으면 생기는 일" 방영 후,

맨발 걷기가 급속도로 확산한 건 주지의 사실이다.

메이저 방송사가 맨발 프로그램 편성 시 시청 기록은 몇십만 화를 훌쩍 넘긴다.

국민운동본부 박동창 회장의 열정이 뒷받침된 건 말할 필요도 없다.


그 후 여기저기서 맨발 대열에 일반 방송사가 합류했고, 유튜브가 뒤를 이었다.

유튜브 늘어나는 숫자에서

열풍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맨발 걷기만 치면

순식간에 수백 개의 동영상을 만난다.

유튜브에선 맨발 걷기가 몸에 좋다는 수많은 사례와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앞장선다.

동기부여 할 수 있는 역할에 한몫한다.

그것도 구체적이고 꾸밈없다.

진실함이 묻어난다.


이런 맨발 걷기 유튜브에

재활. 통증. 가정의학. 신경외과 의사는 물론 한의사도 동참한다.

본업이 의사인데도

왕성한 맨발 걷기 동영상과 함께 의학적 소견을 피력한다.

일반인이 판단 근거로 삼기에 유익하다.




마지막으로 굳건한 마니아층이 있느냐다.

마니아층은 믿음이 확고하고 맨발 걷기가 건강의 알파와 오메가라 확신한다.

단순한 효과를 뛰어넘어 경이로운 기적이라 믿는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열성 지지층 숫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맨발 걷기는 중독성이 있다.

한 번 실천하기 어렵지

막상 시작하면 대부분 전도사가 된다.

흔히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고 하듯, 맨발 걷기도 이와 같다.

묘한 매력에 빠져든다.

이럴 수 있는 동력은

자기 몸을 스스로 제일 잘 알기 때문이리라.

숙면과 혈액순환, 마음 안정이 된다는데 한두 번으로 끝낼 일이 아니지 않은가.


대부분 맨발러들의 공통적인 얘기는 숙면 효과를 꼽는다.

불면의 밤을 보내는 고통의 시간이 맨발 걷기 한 두 달 만에 말끔히 정리되니 맨발 전도사가 될 수밖에 없다.

숙면 이외의 효과야 말해 무엇하랴.

이처럼 몸과 마음 치유에 맨발 걷기가 최고라 믿는 사람들은

그 열성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자발적인 단일 대오다.

이 기세가 꺾이지 않는 한 거대한 물결을 누구도 막을 수 없어 보인다.




아무튼 2~3년 전만 해도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극소수였기에 신발 벗기가 왠지 어색했다.

장소 찾기도 쉽지 않았다.

이제는 당당하게 벗어도 되는 "맨발 시대"다.

맨발 걷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또 맨발 걷기에 대한 유용성과 치유 사례 등이

관심만 기울이면 여기저기 넘쳐난다.

발에 대한 애정을 갖고 실천하는 마음만 있으면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맨발 걷기는

잠시 스쳐 가는 유행이 아닌,

탄탄한 건강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내 생각은 "그렇다"다.


이유는?

다른 어떤 운동으로 대체 불가이며,

전국 지자체의 의지가 확고함은 물론,

언론이 관심 가질 수밖에 없고,

마니아층이 폭넓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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