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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마루 Oct 10. 2021

일단 자전거를 들고나가자!

이제는 실전이다

 실전에 앞서 지난 시간에 배운 이론을 다시 꺼내본다.


 '강도가 아니라 횟수다'

 '자주 하려면 쉬워야 한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이론도 실행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나무 인형 피노키오가 요정의 마법으로 말썽꾸러기 나무 인형에서 멋진 사람 소년으로 탈바꿈한 것처럼 이론이 현실이 되려면 우리에게도 마법이 필요하다. 그 마법의 이름은 '실행'이다. 내가 원하는 행동을 자주 하면 내가 바라던 사람이 된다.

 나는 자전거를 타면서 마법 같은 실행의 힘을 체험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나 스스로 'ME 자전거 학교'를 만들고, 책과 유튜브를 통해 선배 라이더들을 만나 '나'에게 맞는 자전거 교육 과정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첫 번째 실기 수업 과목 이름은 '일단 자전거를 들고 밖으로 나가기'다. 과목 이름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아주 쉽다. 그냥 자전거를 들고 밖으로 나가면 된다. 그게 끝이다. 너무 쉬워서 코웃음이 나온다면 성공이다.


 챌린지 첫 째날, 자전거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성공! 이제 들어가셔도 됩니다.' 그런데 이대로 들어가기가 아쉽다. '이왕 나온 건 동대입구역까지 가보자.' 자전거를 끌고 동대입구역까지 간다. 동대입구에서 국립극장까지 이어진 자전거도로가 있다. 평소에는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늘은 한적하다. 붉은색으로 도포된 자전거 도로가 마치 나를 환영하는 레드카펫처럼 보인다. 동대입구에서 국립극장까지의 거리는 1km 남짓, 경사도는 5%, 중간에 횡단보도가 하나 있다. 자전거를 타고 이 길을 가본 적은 없지만 용기를 내본다.


 경사도가 올가 갈수록 기어는 낮아지고, 속도는 줄고, 심장박동수는 빨라진다. 중간에 횡단보도가 나와서 잠깐 멈춘다. 자전거를 끌고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 국립극장까지 쉬지 않고 페달을 밟는다. '아이고, 숨차!' 등과 이마에서는 땀이 흐른다. 그래도 끝까지 간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

 이대로 내려가도 된다. 하지만 이대로 돌아가는 게 아직도 아쉽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국립극장 광장까지 자전거를 끌고 간다. 국립극장 앞에 널따란 광장이 있다. 광장이 텅 비어 있다. 나의 독무대다. 이 무대에서 자전거를 탈 때 필요한 스킬을 시도해본다.

 바닥에 그려진 원을 따라 크게 돌아도 보고 작게 돌아도 보고 안장 위에서 엉덩이를 들고 두 다리로 페달을 밟으며 앞으로 나가 보기도 한다. 그 사이 빠르게 뛰던 심장이 안정이 되고, 땀이 식는다. 기분은 상쾌하고, 마음은 뿌듯하다. 서투른 자전거 공연이 끝나고 유일한 관람객인 내가 나에게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브라보!"

 

 언제나 응원과 격려는 나를 들썩거리게 한다. 타인이 던져주는 칭찬보다 내가 나에게 보내는 칭찬이 더 중요하다.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도 나를 잘 모를 수 있다. 그러나 평생을 동고동락하는 '나'는 나를 너무 잘 안다. 그래서 내가 나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사랑하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이 나에게 쌍엄지를 세우며 박수를 보내도 내가 나를 자랑스러워하지 않는다면 마음은 공허하다. 공허한 마음은 풍선과 같다. 가느다란 핀 하나면 어떤 풍선도 터트릴 수 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나지만, 나는 나를 못났다 생각하고 이런 나가 드러나 사람들에게 버림받을까 두려워한다면 100명 중 단 한 사람의 비난으로도 나는 터져버릴 수 있다. 모든 순간의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 나의 장점뿐 아니라 단점도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은 뿌리가 단단한 나무와 같아서 바람에 잠깐 흔들릴 수는 있지만 쓰러지지는 않는다. 

 '나'라는 나무는 나의 내면에서 나오는 '셀프 칭찬'과 무조건 나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그 사람이 단 한 명이어도 충분하다-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눈을 크게 뜨고 봐도 나에게서 칭찬할 거리를 못 찾겠다면 내가 나를 칭찬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아주 작고 쉬워서 코웃음이 나오는 그런 일부터 해보자. 밥 한 숟가락 덜 먹기, 채소 한 접시 먹기, 책 2페이지 읽기, 5 문장 쓰기, 운동복으로 갈아입기 등...'겨우 이거 해놓고 자랑이야. 아직 멀었어'라고 나를 조롱하며 다그치지 말고 '잘했어'라고 마음껏 칭찬해 주자. 그러면 신이 나서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내가 되고자 애쓰게 될 것이다.  


 첫째 날 도전을 마치고 셀프 칭찬을 먹은 나는 둘째 날, 셋째 날, 넷째 날까지 챌린지를 이어갔다. '자전거를 들고 밖으로 나가기'가 어렵지, 일단 나가면 국립극장까지 직진이다. 집에서 국립극장까지 컨베이어 벨트라도 설치되어 있기라도 한 것처럼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그다음부터는 자동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남산을 다녀서 내 머리에 '운동화 신고 밖으로 나오면 남산'이라는 길이 생겨서 그런 것 같다. 무엇이든 시작이 어렵지, 시작의 장벽을 낮추면 자주 하게 되고, 자주 할수록 쉬워진다.


 나흘 연속 같은 시간에 자전거를 타고 같은 길을 올라갔더니 슬슬 지겨워진다. 매일 같은 음식만 먹으면 물려서 새로운 음식을 먹고 싶은 것과 같다고나 할까. 두 번째 챌린지를 준비해야 할 때가 왔다. 도전은 항상 즐겁다. '도전'이라는 글자만 봐도 가슴이 설렌다.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었는지, 자전거를 타고 이렇게 달라진 것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원래 도전적인 사람이었다면 자전거가 잃어버린 나의 참모습을 되찾아 주어서 고맙고, 자전거를 타고 달라진 것이라면 더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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