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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마루 Oct 17. 2021

작심하고 하루 더 해보자!

왜 작심삼일이야?


 작심삼일이라는 말은 어디서 나왔을까?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작심(作心)'이라는 말을 처음 쓴 사람은 맹자라고 한다. '마음을 다잡다' 이 좋은 말에 '삼일(三日)'이 붙으니 '작심삼일(作心三日)', '어렵게 다잡은 마음이 사흘을 못 가고 희미해진다'는 말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왜 하루, 이틀, 사일도 아니고 삼일일까?

 '삼일'이라는 말은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 '고려의 정책이나 법령은 사흘 만에 바뀐다'는 우리나라 속담에서 나왔다고 한다. 세종대왕이 평안도 절제사에게 서신을 보내면서 이 속담을 언급했다고 한다.


 "대저 처음에는 근면하다가도 종말에 태만해지는 것은 사람의 상정(常情)이며, 더욱이 우리 동인((東人)의 고질이다.
그러므로 속담에 말하기를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이라'고  하지만, 이 말이 정녕 헛된 말은 아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세종대왕님의 말씀처럼) 어떤 일을 꾸준히 계속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가 보다. 그렇다고 작심삼일을 넘기는 게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작심하고 하루만 더 해보자!"


 그래 봤자 작심사일이다. 하루 더 한다고 무슨 일이 생길까. 그래도 나는 해보고 싶다. 변화가 있는가, 없는가 는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해보고 아는 게 중요하다. 해보지도 않고 성급하게 '달라지는 것 없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세상 곳곳에 숨어 있다. 그래서 미래가 불안으로 다가올 수도 있고, 반대로 기대와 설렘으로 마음이 뛸 수도 있다. 생각하기 나름이고, 선택하기 나름이다. 우리에게는 변수를 밀어내거나 바꿀 힘이 없다. 그 대신 변수에 반응할 선택의 자유가 주어졌다. 

 

 나는 '2번, 기대'를 선택하기로 했다. 작심사일 후 달라질 '나'를 기대하면서 자전거와 함께 두 번째 챌린지를 시작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두 번째 챌린지


 나의 두 번째 챌린지 제목은 '작심하고 하루 더 해서 작심사일 만 하기', 줄여서 '작심사일 만 하기'다.

 

 한강이 동맥이라면 한강의 지천들, 예를 들면 안양천, 중랑천, 양재천, 불광천, 홍제천, 중랑천들은 동맥에 연결된 모세혈관이라고 할 수 있다. 한강을 타고 서쪽으로 가면 아라뱃길, 동쪽으로 방향을 틀면 북한강, 남한강 자전길이 있다. 이 길들이 지루하면 한강에서 뻗어나가는 천들로 빠지면 된다. 이 천에서 저 지천으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면 고즈넉하고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종합 선물세트와 같다고나 할 수 있을까.  

 이 선물은 한강 자전거 도로로 나가야 받을 수 있다. 이 말은 즉슨 집에서 가장 가까운 옥수 나들목까지 가는 길이 편해져야 한다는 뜻이다.


  어떻게 하면 옥수 나들목까지 쉽게 갈 수 있을까? 머리를 굴려봤자 소용없다. 방법은 딱 하나다. '자주 가기' 자주 해야 쉬워진다. 자주 해야 편해진다. 

 그래서 두 번째 챌린지는 '집에서 옥수 나들목까지 작심하고 사일 연속 가보기' 다. 가서 자전거 도로를 타고 더 가든지, 아니면 그냥 커피만 마시고 오든지, 그건 자유다.

 

 워밍업이 먼저다


 두 번째 챌린지를 시작하기 전에 긴장으로 굳은 몸을 먼저 풀어주기로 했다. 이번에도 남편이 나와 동행해주었다(고마워, 내편). 남편은 아직 자기 자전거가 없는 고로 약수에서 따릉이를 빌렸다.


 토요일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거리가 한산하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라고 했다.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난 나와 남편은 복잡한 도심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고요'와 '평안'을 잡았다. 행복하다. 게다가 울퉁불퉁 보도불럭과 횡단보도 말고는 나와 자전거의 행진(?)을 방해할만한 게 없다. 신난다. '가자!'

 내가 앞서고 남편이 따릉이를 타고 나를 뒤따랐다. 집에서 약수까지는 횡단보도도 여러 개이고, 경사도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서 속도를 낼 수가 없다. 고수라면 차도로 옥수까지, 한 번에 이동하겠지만 나는 차가 무섭다. 주말 아침의 차들은 무섭게 달린다. 속도를 낼 수 없을 때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느리게 가면 된다. 자전거를 탈 때는 속도보다 안전이다.

 약수 사거리를 지나 직진하면 금호터널이 나온다. 옥수까지는 두 개의 터널이 있다. 금호터널과 옥수터널. 두 개의 터널을 통과해야 오늘의 목적지, 옥수 나들목에 도착할 수 있다. 어두운 터널 두 개가 길목을 지키고 있는 용의 콧구멍 같다.

 자전거를 끌고 조심스럽게 용의 콧구멍을 통과하자(터널 입구에 '자전거는 끌고 통행하십시오'라는 팻말이 있었다.) 딴 세상이 나온다. 아늑한 성 안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해발 170m의 매봉산 자락에 금호역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그런지, 역을 중심으로 병풍처럼 서 있는 아파트들이 유럽의 고성들 같다. 터널 하나를 두고 이렇게 다른 느낌이라니, 신기하다.

 옥수터널을 빠져나오면 아찔한 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조심조심 자전거를 끌고 계단을 내려가면 약수에서 봤던 번잡한 사거리가 또 나온다. 이 사거리만 건너면 한강으로 나가는 나들목이다. 내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 야호, 다 왔다."

 "생각보다 가깝네"

 "이 정도 거리면 나 혼자서도 자주 올 수 있겠는데"

 

 집에서 카카오 맵을 보면서 목적지까지의 동선을 머릿속에 그려 보는 것과 밖으로 나와 내 발로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앉아서 생각만 하면 시간이 갈수록 의욕이 사그라든다. 결국 일상의 분주함에 파묻혀 어렵게 피어오른 의욕의 불씨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의욕이 타오를 때까지 기다리지 말자. 충분히 생각했으면 이제는 몸을 움직이자. 자동차에 시동을 걸면 엔진에 불이 붙어 자동차가 움직이는 것처럼 몸에 시동을 걸면 의욕이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마음이 가는 곳에 우리의 시선이 가는 것처럼 우리의 눈길이 멈추는 곳에 우리의 마음도 머문다.

 

 이 한 번의 워밍업으로 '자전거 타고 국토 훑어보기'라는 나의 꿈이 그냥 꿈이 아니라 진짜 현실이 되리라는 기대감이 한 뼘 상승했다. '겨우 한 뼘 갖고 좋아하는 거야?'라고 비웃을 수도 있지만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한 뼘이 두 뼘이 되고, 두 뼘이 네 뼘이 되고, 결국 꿈이 현실이 되는 일은 시간문제다. 모든 위대한 일은 아주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

 

 생각보다 길지도, 어렵지도 않은 옥수까지의 여정에 기분이 한껏 고무된 나는  한강으로 통하는 마지막 관문, 옥수 나들목을 향해 자전거를 끌고 갔다(보행자 보호를 위해 자전거를 끌고 가라고 써져 있다.) 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강이 나를 반겨준다.


 "어서 와, 한강 자전거 도로는 오랜만이지"


 땅에 붙어 다니는 사람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자신의 위용을 자랑하던 아파트는 사람 키만큼 작아져 보이고, 빵빵 거리며 신경질적으로 '비키라'라고 소리를 지르던 자동차는 없다. 무심한 듯 소리 없이 흐르는 강과 이 모든 것을 평안한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는 하늘, 사이클링과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만 있다. 한 폭의 그림이다. 그것도 아주 특별한 그림이다. 하늘과 강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낸 멋진 그림이다. 이 그림은 행동하는 사람만이 볼 수 있다. 안타깝지만 움질대는 사람은 볼 수 없다.

 

 워밍업으로 기대치와 자신감을 끌어올렸으니, 두 번째 챌린지 '작심사일만해보기'를 시작해볼까. 지금까지는 남편이 함께 해주었다. 이제는 나 혼자 도전이다. 마음에 살짝 긴장감이 감돈다. 건강한 긴장이다. 한강에 나갈 때는 긴장해야 한다. 마음을 놓으면 사고가 날 수 있다. 사고예방 차원에서 약간의 긴장감을 약으로 먹는다. 몸이 너무 굳으면 안 되니까 기대와 설렘이라는 솜 망치로 굳은 몸과 마음을 톡톡 두드리며 뭉친 몸과 마음의 근육을 풀어준다. 준비운동까지 완료! 이제 슬슬 한강 자전거도로로 나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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