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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마루 Nov 18. 2021

'절대로 두 번은 거르지 말라'

내가 자전거를 탈 수밖에 없는 이유

 '작심사일만 하기' 챌린지가 끝나고 3일 동안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첫 번째 챌린지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맞이한 첫째 날, 금요일은 4일 연속 열심히 자전거를 탄 나에게 주는 '휴식일'이었다.

 다음 날은 토요일이라서 집에 있는 남편과 아이들의 삼시 세끼를 챙겨야 한다는 나름의 이상한 의무감(?) 때문에 집에 붙어 있었다.

 일요일, 자전거를 베란다에 처박아 둔지 3일째 되는 날이다. 마음이 불안하다. 이러다가 내 몸이 '자전거 타는 법'을 잊어버리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작심하고 4일 연속 자전거를 탔던 나의 노력이 '0'이 될까 봐,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런데도 나는 누구에게 변명이라도 하듯이 말한다. "일요일은 온라인 예배와 이어지는 모임 때문에 자전거를 탈 여유가 없어. 오늘도 쉬자."

 

 제임스 클리어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말했다.

'절대로 두 번은 거르지 않는다'
운동을 한 번 거를 수는 있어도 두 번 거르지는 않는다.
피자 한 판을 다 먹을 순 있지만 그다음에는 건강한 음식을 먹으려고 한다.
나는 완벽할 순 없지만 두 번째 실수는 피할 수 있다. 처음의 실수가 절대 나를 망치지는 않는다.
한 번 거르는 것은 사고다. 두 번 거르는 것은 새로운 습관의 시작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실패했을 때 빨리 되돌아온다.
빨리 회복한다면 습관이 무너진 것은 중요하지 않다.
0으로 만들지 말라. 손실이 그동안의 성과를 먹어치우게 두지 마라.
기분이 좋을 때 훈련이 더 쉬워지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모습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
원하는 것보다 운동을 훨씬 덜 하게 된다 해도 말이다.  


 '한 번 거르는 것은 사고지만, 두 번 거르는 것은 새로운 습관의 시작이다. 그러니 절대로 두 번은 거르지 말라'

 

  그런데 나는 벌써 3일을 거르고 있다.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 때문에 다음 날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이번에는 어디로 갈지, 미리 계획하지도 않았다. 그냥 나왔다. 내 안에 '미루기'라는 불이 붙어서 그동안의 성과를 태우고 있는데, 생각할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성과'가 '재'가 되기 전에 빨리 불을 꺼야 하지 않겠는가. '미루기'를 끌 수 있는 강력한 한 방은 '행동'이다. 그래서 앞뒤 안재고 아침 일과를 끝내자마자 자전거를 끌고 한강 자전거 도로로 나왔다. 늘 익숙한 풍경, 그럼에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 내 앞에 펼쳐진다. 한강 자전거 도로를 보니 다시 달리고 싶어 진다. 내 안의 '미루는 불'이 이제야 꺼진 것 같아 안도의 한 숨이 나온다.

 

 '실행이 답이다'에서 저자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사람들이 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직은 충분히 고통스럽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변화가 일어나려면 반드시 절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변화를 원하면서도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현재 상태가 절박하지도 않고 간절히 원하는 것도 없다는 뜻이다.
무슨 일이든 그 일을 해야 하는 딱 한 가지의 제대로 된 이유만 찾아내면 된다.
<실행이 답이다>, 이민규


 자전거 3일  쉰 게, 뭐 대수라고, 이렇게까지 나는 호들갑을 떨까? 그건 나에게 '절박한 이유'가 있어서겠지. 이쯤에 와서 내가 '그냥 열심히'를 넘어 '절박한' 심정으로 자전거를 타는 이유가 뭔지 다시 생각해 본다.  

 

 남아 있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계속하기 위해서, 스트레스와 이별하기 위해서, 3가지 절박한 이유 때문에 마흔 넘어 나는 자전거를 배웠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면서(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여행의 목마름이 채워지고 있다. 자전거를 타면서 '어디선가 잃어버린 나'와 '언제부터인가 사라져 버린 감탄과 행복과 웃음'을 찾아가고 있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에서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많이 움직이면 많이 움직일수록 시간은 더 천천히 흐른다.'라고 했다. 자전거를 타기 전 나는 "하는 일이 없이 시간만 가는구나."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나이만 먹는 것 같아 기분이 참 우울했다.

 그러나 자전거를 타고 나의 하루가 다양한 많은 움직임으로 채워지면서 시간이 느려진 기분이다. '째깍째깍' 빠르게 돌아가던 나의 나이 시계가 갑자기 멈춰 서서 내가 더 이상 나이를 먹고 있지 않다는 착각마저 든다. 그러고 보니 내 입에서 더 이상 '하는 일 없이 시간만 간다'는 말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자전거를 안 탈 수가 없다. 자전거를 타면 탈수록 '자전거를 타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이유'가 계속 늘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자전거는 나에게 운명인가 보다(이런 운명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달라지지 않아도 크게 고통스럽지 않은, 그래서 스스로 더 이상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삶'보다 '변화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그래서 계속 변화를 꾀하는 삶'이 낫다고 생각한다. 뭔가를 배우고 도전하고 그 속에서 내가 발견되고 달라지고 성장하는 삶은 그 자체로 큰 행복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세상은 꿈꾸는 이들의 것이지
개똥 같은 희망이라도 하나 품고 사는 건 행복한 거야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사는 삶은 얼마나 불쌍한가
<소주 한잔 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 백창우

 

 남이 보기에 개똥 같은 이유일지라도, 나에게 '절박한 이유들'이면 된다. 나를 살게 하는 것은 결국 내 안의 '절박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달라지고 싶은데, 나는 왜 항상 이 모양일까?라는 생각이 든다면 '나만의 절박한 이유'를 찾아보자. 없으면 만들어 보자. 내가 달라지기를 결심하고 행동할 때까지 '나만의 절박한 이유' 찾기를 포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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