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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마루 Dec 21. 2021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

자전거를 타고 남산을 오르다

 내 마음에 자전거 바람을 집어넣은 사람들이 있다. 밤마다 떼 지어 남산을 올라가는 자전거 부대들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전거 의류를 갖춰 입고 언덕을 힘차게 올라가는 그들의 모습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넋을 놓고 봤었다.

 나는 좋아 보이는 게 있으면 따라 해 보고 싶다. 주변에서 '너는 안돼', '너무 힘들어'라고 말리면 더 하고 싶어 진다. 내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없어서 그런지, 이런 내가 별종 같다.

 내가 처음부터 '따라쟁이(?)' '청개구리'는 아니었다. 살아온 시간보다 살아갈 시간이 조금 더 많았을 때는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차일피일 미뤘다. 젊고 건강해서 '하고 싶은 일'은 나중에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른 넘어 생각지 못한 당뇨를 만나게 되었다. 당뇨는 '합병증'이라는 폭탄을 갖고 나에게 왔다. 이 폭탄이 터지느냐, 마느냐는 순전히 나에게 달려 있었다. 자기 관리에 실패하면 폭탄이 터질 것이고, 자기 관리를 잘하면 폭탄은 우리 집 거실에 전시품으로 남아 있게 될 것이었다. 자기 관리에 성공하고 받은 기념패처럼 말이다.  

 무서운 폭탄이 될지, 자기 관리 성공 기념품이 될지, 알 수 없는 내 몸을 보면서 나의 마지막 모습을 상상해봤다. '나에게 주어진 삶을 정말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내서 나는 더없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워' '그러니 너희들도 웃으면서 나를 보내줘' '안녕, 나중에 천국에서 보자'라는 말을 남기고 죽는다면 죽는 나도, 그런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즐겁지 않을까?

 천 명의 죽음을 가까이서 지켜본 고칸 메구미가 말했다.

죽을 때 가장 많이 하는 후회 10가지

1. 수많은 걱정거리를 안고 살아온 것
2. 무언가에 깊이 빠져 몰두해보지 못한 것
3. 조금 더 도전적으로 살지 못한 것
4. 감정을 솔직하게 주위 사람들에게 표현하지 못한 것
5. 사랑하는 이에게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 것
6. 친구들에게 더 자주 연락하지 못한 것
7.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나치게 신경 쓴 것
8. 과거의 선택이나 후회에 사로잡혀 있던 것
9. 사랑하는 사람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않은 것
10. 결국, 행복은 내 선택이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는 것

<천 개의 죽음이 내게 말해준 것들>, 고칸 메구미, 웅진 지식하우스

  나라면 이 중에 무엇을 가장 후회할까? 다른 사람의 생각을 지나치게 신경 쓰는 바람에(7번),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느라(1번), 과거의 실패에 발목이 잡혀서(8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한 것이(2,3번) 후회스러울 것 같았다.

 내 몸속의 폭탄이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데,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쓸 여유가 어디 있나. 걱정은 일이 일어나고 나서 해도 된다. 걱정하는 일의 97%는 일어나지 않는다. 과거에 실패 한 번 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는가. 실패를 발판 삼아 앞으로는 잘하면 된다. 그러니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지금 당장 바로 시작하자!

남산의 남측순환도로가 시작되는 지점. 이 길을 따라 2km 가량 올라가면 남산타워 정류장이 나온다.

 2021년. 6월 10일 목요일. 오늘은 나의 바람을 성취하는 날이다. 새벽 5시에 자전거를 타고 남산 남측순환도로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갔다.

 자전거를 타고 남측순환로를 오를 때는 차도를 이용해야 한다(보행로 이용 시, 자전거에서 내려서 끌고 가야 한다.) 남산의 순환버스와 그 외 공무용 이륜차와 자동차 말고는 남산의 남측순환로를 오르는 차는 없다. 속도제한(시속 20km 이하)까지 있어서 시내 도로만큼 복잡하지도, 위험하지도 않다. 그래도 나는 공도를 타는 게 무섭다.

 나는 여태껏 도로에서 자동차를 운전해 본 적이 없다. 자전거를 타고 2km에 가까운 오르막을 올라가기도 이번이 처음이다. 무면허에 무경험. 이런 내가 힘겹게 오르막을 오르다가 무슨 사고를 칠지 몰라서 무섭다. 첫 도전은 완주를 목표로, 안전한 환경에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하고 싶다.

 오늘 도전에 함께 하는 사람은 없다. 경쟁자도 없고, 페이스 메이커도 없고, 옆에서 '힘내라'라고 응원해 주는 사람도 없다. 오롯이 나 혼자다. 이미 자전거를 타고 남산에 올라가 본 남편이 함께 도전해보자고 했지만, 내가 싫다고 했다. 나의 실력이 일정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나 혼자 연습하고 싶었다.

혼자만의 발전을 두려워하지 마라

자기 계발은 혼자 하는 것이다.
목표에 제대로 도전하고 싶다면 혼자서 시작해야 된다.
그래야 다른 사람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에게 집중해 어떤 지점을 더 발전시켜야 하는지 찾아낼 수 있다.
다들 "어렵다", "힘들다", "시간 낭비다", "불가능한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던 많은 것들이 지금의 나를 탄생시켰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휘둘리지 않고 혼자서 일단 시작해봤기 때문에 만들어낸 성과였다.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김유진, 토네이도

 시작은 함께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시각에 같은 목적지에 도착할 수는 없다. 각자가 처한 환경과 기질, 재능이 다르고 배우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오래전 일이다. 내가 매일 남산 공원을 걷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인들이 나에게 '같이 걷자'라고 먼저 제안을 해왔다. 혼자 보다는 둘이 걸으면 더 즐거울 것 같아서 흔쾌히 '그러자'라고 했다. 그런데 나와 한 두 번 걷고 나서, 이런저런 이유로 못 걷겠다고 했다. 나도 '함께 걷기'가 부담스러웠는데 상대방이 먼저 '못하겠다'라고 해서 좋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운동은 좋은 것'이라는 생각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체 능력이 달랐고, 운동하기 좋다고 느끼는 시간대가 달랐고, 삶의 우선순위가 달랐다.

 나는 운동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서 시간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운동을 했다. 반면 다른 사람들은 운동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많아서 일이 생기면 운동을 하지 않았다. 나는 숨이 찰 정도로 빨리 걸어야 기분이 상쾌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은 '내 걸음이 너무 빠르다'라고 힘들어했다. 나는 식후 바로 걷고 싶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은 식후 바로 일하고 싶어 했다. 달라도 너무 다른 우리가 같은 시간에 같은 속도로 걷는다?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자전거를 탄다고 했을 때 나를 아는 분이 "혼자 타나? 내가 같이 타 줄까? 아니면 함께 탈만한 사람을 소개해 줄까?"라고 호의를 베푼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아뇨. 괜찮습니다."라고 정중하게 그분의 호의를 거절했다. 앞선 경험을 통해 자기 계발, 목표 달성, 발전과 성장은 혼자 연습하는 시간에 조금씩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체험했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 관문, 1전망대
두 번째 관문, 2전망대
세 번째 관문, 2전망대 지나면 나오는 업힐. 이 구간이 고비다.
도착지, 남산서울타워 정류장

 '자전거 타고 남산 오르기'

 결론부터 말하면 나의 첫 도전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심장이 빨리 뛰고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비 오듯 쏟아지고 허벅지 앞 근육이 터질 것 같았다. 2 전망대를 지나고 이제 끝인가?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타난 업힐 앞에서는 '아이고, 나 죽네'라는 곡소리가 나왔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나를 강타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힘들게 올라온 게 아까워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호흡과 코어 근육에 더 집중했다. 곧 눈앞에 나타나게 될 목표에 시선과 생각을 조준하고, 자전거 페달을 계속 밟으며 앞으로 나갔다. 그렇게 집중하고 포기하지 않았더니 14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언젠가 반드시 이루어진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흔하고 식상한 문장이다. 하지만 나는 이 문장이 좋다. 잘하는 것은 어렵지만 '포기하지 않고 버티기'는 자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도전을 통해 나는 다시 한번 이 문장의 진가를 체험했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언젠가 반드시 이루어진다.

 내가 가진 목표가 너무 분명해서 잊으래야 잊을 수가 없고, 그 목표를 향한 나의 마음이 너무 간절해서 쉽게 포기가 안 된다면 그 목표는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진다. 그러니까 무엇이라도 하자. 하면 되고 안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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