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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마루 Apr 28. 2022

새 삶은 새 루틴에 담아야

목표는 그대로, 루틴은 그때그때 다르게

루틴 리셋

 제2의 고향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한지 5일이 지났다. 그런데 나는 한 달이 지난 것처럼 느껴진다. '나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야겠다'라고 마음을 먹은 이후로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다. 경제적, 지리적, 정서적으로 만족할 만한 집을 찾아내면 그다음 과정은 힘들이지 않고 쉽게 갈 줄 알았다. 그러나 집을 구하고 이사 갈 날짜를 정하고 나서부터가 진짜 변화의 시작이었다. 이사와 입주청소를 맡아해 줄 업체 선정, 가져갈 물건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버리기, 이사 갈 집에 어울리는 가구 미리 알아보기, 불필요한 모임과 관계 정리 등... 변화는 빠르고 신속하게 일어났다.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올초에 내가 설계한 루틴을 깨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루틴대로 먹고, 루틴대로 운동하고, 루틴대로 공부하고, 루틴대로 글을 쓰려고 했다. 변화의 속도가 느릴 때는 나만의 루틴을 지키는 게 가능했다. 변화의 물결에 루틴이 살짝 흔들리는 경우는 있어도 루틴 자체가 무너지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이사 전날부터 루틴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시작했다. 루틴은 잊고, 일단 눈앞에 닥친 일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짐정리가 어느 정도 끝나면 루틴이 다시 살아날 거라고 기대했다.

이미지 출처 by Pixabay

 불필요한 모임과 의미 없는 인간관계 정리까지 끝났지만 루틴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브런치에 글을 발행한 지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이러다가 영영 글을 못 쓰는 것은 아닐까?'라는 물음표가 나의 마음을 울적하게 할 때쯤 브런치에서 알림이 왔다.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쌓인 글은 책으로 탄생하기도 합니다.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세요:)" 브런치에서 이런 글이 날아온 것을 보니 글을 쓰지 않은지 2주가 넘은 것 같다. 나를 목표까지 이끌어 줄 나만의 루틴을 어떻게 하면 다시 살릴 수 있을까? 공부하는 루틴, 운동하는 루틴, 글 쓰는 루틴을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며칠 애를 써보고 나서 나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더 이상 예전처럼 살 수 없어. 그러니까 예전의 루틴을 회복하려는 노력은 이제 그만해. 대신 새로운 환경에 맞는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 환경이 바뀌고 만나는 사람이 바뀌면 루틴도 바뀌어야 하는 게 맞다. 나는 왜 이 사실을 몰랐을까. 변화를 위해 환경을 바꾸어 놓고서 루틴은 예전 것을 따르려고 했다. 새로운 환경에 맞는 새로운 루틴을 설계하자.


루틴을 재설계할 때 유용한 도구들

1_나만의 로드맵을 준비하자

이미지 출처 by Pixabay

 설계 전에 관찰이 먼저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라고 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나의 행동을 관찰하고 노트에 꼼꼼하게 기록하기만 해도 행동이 달라진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반응성 효과 Reactivity Effect'라고 한다. 그리고 반응성을 유도하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관찰하고 기록하게 해서 행동을 수정하는 기법을 '자기 감찰 기법 Self-Monitoring Technique'이라고 한다('실행이 답이다'에서 이민규). 나는 새로운 환경에 어울리지 않는, 낡은 루틴을 버리기로 했다. 새 환경에 맞는 새 루틴을 위해 낡은 루틴은 버렸지만 내가 오랫동안 그린 나만의 로드맵은 바뀌지 않았다. 나의 로드맵은 단순하다.


*2022년 ~ 2027년

- 한국어 강사, 출간 작가, 1억 원의 자산가

*2028년 ~ 2037년

- 꾸준히 글을 써서 2,3년에 한 권씩 책 출간

- 찾아가는 한국어 강사가 아니라 찾아오는 한국어 강사가 되기

- 꾸준한 투자를 통해 1억 원으로 100배의 성과내기

*2038년 ~

- 내가 가진 기술과 재능과 돈을 나누어서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기


나는 한국어 강사

 목표 달성 시점으로부터 거꾸로 계산하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 나온다. 한국어를 가르치려면 자격증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 한국어교원 자격증 3급 공부를 하고 있다. 5월에 온라인 실습이 있고, 8월 20일에 필기시험이 있다. 그리고 11월 12,13일에 면접시험이 있다. 큰 목표는 저 멀리 있어서 큰 목표만 보면 앞날이 까마득하기만 하다. 하지만 나는 이미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이고, 며칠 안에 비대면으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생하게 상상을 하면 지금 내가 준비해야 할 게 무엇인지 떠오른다.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한국어 교육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정확하게 배우고 익히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눈앞의 과제를 수행하다 보면 어느새 유능한 한국어 강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나는 출간 작가

 출간 작가도 마찬가지다. 나에게는 다른 사람이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를 글이라는 그릇에 잘 담아내면 된다. 내가 정한 주제는 '자전거가 가져온 변화'이고 작년부터 브런치에 자전거를 배우고 나의 삶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글로 풀어내고 있다. 올해 목표는 '자전거'라는 한 가지 주제로 50개의 작은 글 모으기다. 쓰지 않으면 글쓰기 실력은 절대 늘지 않는다. 글쓰기는 말로 배울 수 없다. 모든 기술이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쓸 게 없어도 써야 한다. 쓰려면 일단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어야 한다.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도 앉아 있어야 한다. 타이머를 25분에 맞춰 놓고 25분 동안은 무조건 앉아서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쓴다. 그러다 보면 글감이 생각나고,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지금 이 글도 그렇게 쓰였다. 이사 준비로 자전거를 타지 못해서 쓸 말이 없었지만 그래도 글은 써야 할 것 같아서 아이패드를 열고 꾸역꾸역 한 문장씩 써 내려가고 있다. 한 문장이 한 문단이 되고, 한 문단이 모여 이야기가 된다.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꿈이 이루어지는 과정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를 정직하고 성실하게 밟아가면 목표점에 서 있는 나를 보게 될 것이다.


나는 주는 사람

 40년 넘게 살아오면서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받기만 했다. 이제는 그만 받아도 되는데 멀리 계신 부모님들은 아직도 나에게 뭔가를 계속 보내신다. 이번에 이사를 한다고 하니까 시부모님과 친정 부모님이 필요한 물건을 사라고 돈을 보내주셨다. 남편은 은행으로부터 '얼마가 이체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말했다. "내일모레가 50인데 부모님께 받고만 있으니 죄송하고 마음이 아프네" "그러게요. 우리는 언제쯤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다 갚을 수 있을까요" 우리 4 식구 먹고살기도 빠듯해서 70이 넘은 노부모님이 종종 보내주시는 돈을 거절하지 못하고 받고 있는 나와 남편의 형편이 참으로 딱하다. 그러나 결핍이 있는 곳에 꿈이 태동한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넙죽 받아먹으면서 '나도 저들처럼 주는 삶을 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성경에도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는 말씀이 있다. 돈이 많은 것과 마음이 부요한 것은 다르다. 하지만 경제적 자유를 달성한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경제적 가치를 따지지 않고 의미와 가치 있는 일에 더 많은 시간과 돈과 마음을 쏟을 수 있다. 내가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려는 이유다.


2_자기를 관찰하고 기록하자

이미지 출처 by Pixabay

 이사하고 일주일이 넘었다. 새 집에 맞는 큰 가구부터 자잘한 살림살이까지 조금씩 제 자리를 갖춰가고 있다. 가장 기쁜 소식은 '자기 감찰 기법'으로 '자기 관찰 일기'를 쓰면서 나만의 루틴이 생겨가고 있다. 나만의 루틴대로 오전에 남편과 집 근처를 산책하고 집에 와서 25분씩 2번, 시간을 내서 글을 쓰고 있다. 5월에 '한국어 실습수업과 과제'가 있어서 기출문제풀이를 잠시 중단하고 수업 참관과 모의 수업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책과 유튜브를 보면서 투자 공부도 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자전거를 타고 창릉천 자전거길을 따라 난지 공원과 공릉천에 다녀왔다.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날에도 '자기 관찰 일기'는 꼭 쓴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나 자신을 똑바로 보기가 괴롭지만 그럴수록 더 기록을 해야 한다. '실행은 답이다'에서 이민규 박사는 말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인지적 부조화 상태에 빠져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말과 행동을 조화 상태로 일치시켜 스트레스를 줄이고 정신적 안정 상태를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인지부조화 이론'이라고 한다." 내가 엉터리 글이라도 쓰려는 이유, 내가 한 말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말해 놓고 내가 지키지 못하면 마음이 괴롭다. 반대로 작은 약속이라도 지키면 그런 자신이 자랑스러워 '잘했어'라고 칭찬해 주고 싶다.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은 셀프 칭찬을 먹고 더 커지고 더 단단해진다. 나는 오늘도 '자기 관찰 일기'를 쓰면서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다. '오늘 글쓰기 25분씩, 2번 하기로 했는데 1번도 못했잖아.' 나에게 이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불안하다. 마음의 안정과 충족감을 위해 핸드폰 대신 아이패드를 열고 글을 쓴다. 이렇게 해서 새로운 환경에 맞는 새로운 루틴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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