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옅은 갈색의 길쭉한 뼈다귀 모양을 한 싸구려 개껌이었다. 단백질 원료는 전혀 들어있지 않았고 단지 전분에 합성 향료와 조미료를 혼합해 만든 탓에 인공적인 육향이 코를 찔렀다. 개는 그런 식으로 가공된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개는 닭가슴살이나 돼지와 소의 부속물을 있는 그대로 가정용 식품 건조기에 말려서 만든 육포를 간식으로 먹었다. 어렸을 때부터 담백한 음식에 맛 들인 탓도 있겠지만 또한 타고나길 식탐이 없었다. 입맛도 까다로워 선호하는 특정 음식만 먹는 편이었고 잘 먹던 것도 매일 주면 어느 순간 먹지 않았다. 사람이 먹는 방식으로 조리된 음식에도 관심이 없었는데 예를 들면 기름에 튀긴 것은 좋아하지 않아서 주말 저녁 치킨을 배달시켜 먹어도 달라고 애원하는 법이 없었다.
펫푸드 마켓에서 뭔가를 사면서 딸려온 샘플용 개껌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건네주었을 때 녀석은 일단 거부하지는 않았지만 심드렁한 반응이었다. 개는 조용히 그것을 입에 물고 자신의 방석으로 가져갔다. 개는 먹을거리를 받고도 썩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방석 위에 놓고 코로 덮어 숨기는 행동을 하곤 했다. 나는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개는 작은 막대기를 조심스레 할짝거리더니 이내 자세를 고쳐 잡고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그 싸구려 개껌을 잘 먹는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지만 까탈스러운 녀석이 선호하는 간식을 발견한 데다 무엇보다 어느 마트에서나 쉽게 살 수 있는 제품이라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즈음 나는 해외로 막 이주하여 외국인 노동자로 고된 일상을 살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시간을 들여 개에게 수제 간식을 만들어줄 여유가 없었다. 하여 온갖 첨가물로 범벅된 가공 식품 따위 먹이지 않겠다는 최초의 원칙을 깨고 그것을 구입했을 때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지만 일면 홀가분하기도 했다. 포장지에는 밀크본(Milk bones)이라는 이름이 인쇄되어 있었다. 후에 비슷한 종류의 다른 개껌을 몇 차례 시도해 보았지만 개는 그중 어떤 것도 먹지 않았고 오로지 밀크본만 고집했다.
일과를 마치고 침대에 누우면 개는 밀크본을 달라고 졸랐다. 작달막한 갈색 막대기 하나를 입에 물려주면 녀석은 침대 위 내 발치쯤 어딘가 자리를 잡고 엎드렸다. 그리고는 앞발을 사용해 검지 손가락 만한 길이의 개껌을 단단히 붙잡아 세웠다. 개는 절대 그것을 처음부터 씹어 삼키지 않았고 마치 사탕을 녹여 먹듯 핥았다. 이때 개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얇고 나붓한 꽃잎모양의 진분홍색 혓바닥은 부지런히 막대의 끝과 끝을 훑었다. 딱딱히 굳어 있던 전분덩어리가 침에 서서히 녹기 시작하면 마디가 중간에 부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것을 바닥에 조심히 내려놓고 핥기도 했다. 개는 조용한 가운데 완벽히 몰입했다. 그 모습은 먹는 행위라기보다 어떤 의식을 치르는 일에 더 가까웠다. 어딘지 모르게 나른한 에너지가 감돌았고 눈을 게슴츠레 뜬 채 무아지경에 빠진 듯한 표정이 되었다. 무료함이나 욕구불만은 사라진 지 오래고 더 이상 사람의 관심을 갈구할 필요도 없었다. 산책을 나가게 될지 밥을 먹게 될지 응석을 부리거나 뭔가를 졸라도 될지 기다려야 하는 순간인지 아닌지를 파악하기 위해 시종일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필요도 없었다. 이 순간만큼 개는 인간에게 묶여있는 정서적 속박에서 벗어난 채 완전히 독립된 개체로 존재했다. 자존(自存)하는 개의 모습이란 신통하기 그지없었다.
개는 끝까지 서두르지 않았다. 씹어 삼키기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굵기만큼 가늘어질 때까지 공들여 핥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이르러 신중한 태도로 다시 막대기를 붙잡아 세웠다. 그리고 마침내 그것을 꼭대기부터 시작하여 아래 방향으로 오독오독 씹어 삼키기 시작했다. 중간에 아무렇게나 씹어 꿀떡 삼키지 않았고 여러 번 꼭꼭 씹으면서 그 순간을 음미했다.
개껌 하나를 다 해치운 뒤에는 곧장 침대 아래로 뛰어 내려가 자신의 물그릇에서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물로 입가심까지 끝낸 뒤에는 아까의 자리로 돌아와 옆으로 길게 몸을 뻗어 누웠다. 개는 그런 방식으로 자신의 일과를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전 과정이 어찌나 체계적이고 일사불란한지 나는 매번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바라봤다. 개는 그런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흡족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고 이내 잠에 빠져들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