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의 조명이 하나 둘 꺼지기 시작했다. 모든 불이 꺼지고 둥근 갓을 씌운 노란 불빛의 등 하나만 남겨지면, 그것은 사바사나가 곧 시작된다는 의미였다. 마지막 동작을 마무리 지으며 요가 선생은 나직이 사바사나를 읊조렸다. 사람들은 침묵 속에서 각자의 매트 위에 누워 눈을 감았다. 마지막 등마저 꺼지면 어둠이 밀려들었다. 선생은 깜깜한 와중에도 매트 사이를 사뿐사뿐 잘도 걸어 다니며 누워 있는 사람들의 몸 위로 가벼운 양모 재질의 담요를 덮어주었다. 맨 살에 닿는 담요의 촉감은 까슬했으나 그다지 거슬리지 않았고 몸은 곧 따뜻해졌다. 선생은 허브오일을 한두 방울 떨어뜨린 티슈 한 장을 이마 위에 올려주었다. 티슈에서는 마치 이슬에 젖은 풀잎을 짓이겼을 때 나는 청량하면서도 싱그러운 향이 났다.
선생은 자리에 앉아 도톰한 황동 재질의 납작한 그릇 모양을 한 종을 쳤다. 종소리는 맑고 청아했지만 아주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 소리는 습기를 머금은 무거운 안개가 바닥에 퍼지 듯 서서히, 그리고 거침없이 밀려들어왔다.
나는 종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눈을 감았다. 생각의 전원을 꺼야 하는 명상의 개념을 실현하는 데는 항시 어려움이 뒤따랐다. 내 뇌는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과열된 컴퓨터 본체 같았다. 몇몇 감각은 극도로 예민하여 외부에서 들어오는 크고 작은 자극에 일일이 반응하기 일쑤였다. 가만히 누운 채 눈을 감으면 이내 오늘 저질러 버린 크고 작은 실수를 검열하거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기 시작했다. 나는 최선을 다해 들숨과 날숨에 의식을 두고 발가락 끝이나 배꼽과 같은 한 신체 부위에만 감각을 집중했다. 하지만 상념은 어느 틈엔가 비집고 들어와 의식은 번번이 흩어지곤 했고 종래에는 온갖 잡념이 쓰나미처럼 밀려들어 왔다. 그리하여 완벽한 명상 상태에 진입하기는 거의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둠과 고요 속에서 시각과 청각적 자극이 물리적으로 차단됐으므로 두뇌의 과부하 상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일정 부분 평온해졌다. 익숙지 않은 공간 속 낯선 타인에게 둘러싸여 있음에도 누구의 시선도 의식되지 않았다. 완벽히 스스로에게만 집중하는 그 시간은 더없이 특별했다.
사바사나의 종료를 알리는, 낮게 깔린 안개와 같은 종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면 사람들은 가만히 몸을 일으켜 앉은 뒤 자세를 고쳐 잡았다. 두 손을 합장한 뒤 고개 숙여 산스크리트어 인사말을 건넸다.
"나마스떼."
마음의 평온함을 관통하고 나온 이국의 단어는 의례적으로 느껴지기보다 사뭇 진심이 담긴 인사로 다가왔다. 요가 선생은 등 하나를 켠 채 불빛 아래 가깝게 모여 앉도록 수강생들을 불러들였다. 수업에 참가한 예닐곱의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앉으면 선생은 따뜻한 차를 한 잔씩 건넸고 수행 중 느꼈던 신체와 감정의 변화에 대해 묻곤 했다. 사람들은 수행과 관련한 짧은 감상을 말하기도 했지만 더러는 사소한 일상의 이야기, 이를테면 날씨나 그날 있었던 좋거나 나쁜 일, 근래에 읽은 책과 주말에 본 영화에 대해 얘기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조심스럽게 털어놓기도 했다. 목소리는 대체로 나직하고 조용했으며 대화는 무겁지 않았지만 신중했다. 어둠이 깔린 방안, 작은 노란 불빛 아래 평범하고 착한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그렇게 각자의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아무도 위로하지 않았지만 위로받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