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AM I
오랫동안 마음속에만 간직해 오던 저의 이야기를 비로소 세상에 꺼내놓을 수 있게 된 계기는 바로 '사각사각'이라는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면서부터였습니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늘 있었지만, 혼자서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던 중, 인터넷 검색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된 이 모임은 매주 일요일 아침, 온라인에서 만나 함께 글을 쓰고 서로의 글을 따뜻하게 나누는 정겨운 소모임이었습니다.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그 과정을 통해 과거의 저를 다시 마주하게 되었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간절한 열망이 점차 커져 갔습니다. 평범한 저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진솔하게 풀어낼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 바로 브런치였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저는 종종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함과 우울감에 휩싸이곤 했습니다. 이 삶이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희미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늘 자욱한 안개 속을 헤매는 듯한 기분이었죠. 청소년기에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르기도 했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 뻔한 위태로운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죽음 또한 해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숨 가쁘게 외줄타기를 하며 살아가는 우리네 삶은 과연 무엇인지,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에 대한 깊은 질문이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십 대, 저는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했지만, 그저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텨내는 삶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를 막막함과 불안감이 끊임없이 저를 짓눌렀지만, 그저 남들이 살아가는 방식대로 따라 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마치 흐름을 거스르는 것처럼, 억지로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힘겹기만 할 뿐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
삼십 대 초반,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삶의 활력을 잃어버린 제 모습을 마주하고, 저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를 찾기 위한 여정에 나섰습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무엇을 평생토록 하고 싶은가?' 이러한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진정으로 '나'를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육신은 살아 움직이고 있었지만, 마음과 몸은 늘 엇박자였고, 무겁고 억눌린 감정에서 벗어날 길이 없었습니다.
삶의 새로운 활로를 찾아 떠나온 제주가 제 삶의 중요한 전환점, 즉 터닝 포인트가 되어 저를 완전히 변형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주에 와서 비로소 ‘나’를 중심으로 수많은 사람들과, 또 다채로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들 속에서 비로소 ‘나’라는 존재에 대해 진지한 호기심을 느끼고 깊이 탐구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우울해’, ‘나는 행복해’, ‘나는 슬퍼’, ‘나는 외로워’, ‘나는 소중해’, ‘나는 보잘것없어’, ‘나는 이런 사람이야’, ‘나는 이런 것을 잘해’,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어’, ‘나는 자신이 없어’, ‘나는…’ 이처럼 스스로를 여러 가지 단어로 규정하며 살아가는 ‘나’라는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요?
존재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안고 제주에서 발리와 인도를 오가며 불교 심리학, 보리심 리트릿, 전통 요가를 배우고 수행하며 경험을 쌓아갔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비로소 질문들에 대한 체계적인 해답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제주에 정착한 이후에는 작은 요가 수련실을 마련하여 요가를 통한 자아 탐구를 이어가며 그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이 공간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을 통해 저는 끊임없이 배움을 이어가고 있으며, 자아 탐구의 여정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존재의 근원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는 점차 확장되었고, 좁고 단단하게 굳어 있던 마음의 틀에서 벗어나 한층 더 자유로워진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여정은 자유와 해방을 향한 여정인 동시에, 고유한 저만의 길이었습니다.
더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내다볼수록 제가 포용할 수 있는 세상의 크기와 사랑의 깊이 또한 함께 확장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설정한 한계에 다다를 때마다 또 한 번 그 경계를 넓혀가며, 고정된 세계관이나 개념에 갇히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연성 덕분에, 기적과 같은 생명 활동을 기꺼이 누리며, 삶에 스스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이 세상 유일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펼쳐놓고 찬찬히 살펴보면 어떨까요? 분명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지는 귀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모든 분들의 기적 같은 삶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