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엄지 Jul 14. 2024

꽃무늬 단화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간다.

짧고 굵게 2박 3일 제주도 여행이었다. 제주도만 운행하는 작은 공항이 시골에 생겨 여차저차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하고자 해서다.


여행 전날 밤, 아주 오랜만에 집에 왔다. 여행에 들뜬 엄마는 이것저것 짐 정리를 하고 있었다.


여행 당일, 오빠가 공항까지 데려다준다 하여 준비를 마치고 신발을 신었다. 그런데 엄마가 신발장을 열더니 처음 보는 꽃무늬 단화를 신는 것이다.


“엄마 걷다 보면 단화는 발 아플 거야. 운동화 신는 게 어때?”

“이거 굽이 낮아서 오래 신어도 발 안 아파! 늦겠다 얼른 가자!”


‘발 아플 텐데...’ 말하고 싶었지만 엄마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내뱉으려던 말을 참고 공항으로 출발하였다.


비행기를 타고 40분 만에 도착한 제주도.

숙소에 가서 체크인을 하고 택시를 불러 수목원으로 향했다. 여기저기 걸으며 구경을 하고 사진도 많이 찍어주었다. 저녁에는 동문시장에 들러 이것저것 다양하게 많이도 먹었다.


밤이 되어 숙소로 돌아가는 길,

어쩐지 엄마의 발걸음이 많이 느려졌다. 똑바로 걸으려고 애쓰는 듯한 걸음걸이를 나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다음날, 조식을 먹고 제주 시내로 갔다.

신발 매장에 들어가서 엄마에게 운동화를 고르라고 말했다. 엄마는 어리둥절한지 “왜?”라고 했고,

나는 “발 아프잖아.”라고 다정히 말해주었다.

싫다고 안 산다고 몇 번의 실랑이 끝에 엄마는 매장을 둘러보더니 핫핑크 색 운동화를 집어 들었다.


“어때?”라고 웃으며 묻는 엄마에게

“엄마가 마음에 들면 그게 예쁜 거지!”라고 답했다.


사이즈가 꼭 맞는 신발을 신어본 엄마는 거울 앞의 자신을 보고 또 보았다. “마음에 들어? 사줄게.” 하곤 계산을 하러 가는데 그냥 신어본 거라며 나가자는 엄마를 뒤로하고 얼른 계산을 했다. 착한 딸, 다정한 딸 노릇을 한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계산을 마치고 신발 끈을 묶고 있는 엄마에게 다가갔는데 신발 끈 위로 엄마의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왜 울어...?” 하고 당황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엄마는 “좋아서, 너무 좋아서 행복해서 울어.”라고 말했다.

운동화 한 켤레에 우는 엄마가 안쓰러워 나도 울었다.



신고 있는 단화 위의 꽃보다

걷고 있는 땅 위의 꽃들이 더 아름답기를,

소녀 같은 마음속에 숨겨둔 꽃망울이

언젠가 고개를 들어 활짝 피기를 바라본다.



이전 07화 땅에서 보내는 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