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마치고 밖을 나오니 비가 무섭게도 쏟아진다.
엄마가 우산을 챙겨주었는지 가방에서 작은 우산을 펼쳐내는 아이들과 하교 시간에 맞춰 마중 나온 엄마들이 있었다.
나에겐 우산 한쪽을 내어줄 친구와 마중 나온 엄마는 없었다. 왜 하필 오늘 버스비도 없는지.
‘대충 실내화 주머니 쓰고 가자.’
실내화를 가방에 넣고, 실내화 주머니를 머리 위로 받쳤다. 도로는 차가 다녀 위험하니 바닷가 길로 쭈욱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이사 오고 처음으로 걸어보는 바닷길이었다.
작게 쪼개진 자갈과 모래가 뒤섞인 위를 작은 두 발로 저벅저벅 걸었다. 머리 위의 실내화 주머니는 머리카락만 감싸줄 뿐 옷은 이미 다 젖어있었고 이왕 젖은 거 머리카락도 비에게 내주었다. 희한하게도 시원했다.
시야가 트이니 밑이 아닌 옆에도 볼 수 있었다.
바다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구슬처럼 예뻤다.
30분쯤 걸었을까? 드디어 집에 도착하였고, 다행히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혹시나 비 맞고 온 나를 걱정할까 싶어 세탁기를 열어 까치발로 젖은 옷들을 제일 아래에 숨겨두고, 젖은 가방과 신발은 헤어드라이기로 바짝 말려두었다.
‘완벽해.’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화장실로 들어가 따듯한 물로 빗물들을 씻어내었다.
비 맞아도 괜찮다는 걸 배운 하루였다.
우산이 없어도 된다는 걸 알게 해 준 하루였다.
오늘 나는 혼자 조금 더 자랐고,
오늘부터 나는 비 오는 날이 좋아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