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면 학교를 마치는 게 싫었다.
학생들을 붙잡아 두고 밤 9시까지 아니 막차시간에 맞춰서 밤 11시까지 학교에 붙잡아두었으면 좋겠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도착하니 5시쯤 되어갔다. 슬슬 배가 고프다. 냉장고를 열어 반찬통 몇 개를 열어놓고 대충 밥을 먹었다. 밥 먹고 씻고 나오니 어느덧 오후 6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시간이 참 빠르게도 왔다. 아빠의 퇴근시간이다. 아빠의 직장은 차 타고 20분 거리에 있는데 오후 8시가 다 되어가도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조금씩 불안해지고 마음이 초조해진다.
오후 9시 눈치껏 졸린 척을 하며 방에 들어가 자는 척을 해야 한다.
오후 11시 아빠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엄마가 일어나 불을 켠다. 몸은 경직되고 손바닥이 축축 젖어간다.
오전 0시 터졌다.
던지는 소리와 깨지는 소리, 제일 시끄러운 건 오고 가는 신경질적인 목소리들.
같은 방에서 자던 막내가 놀라서 일어나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또 싸워?”묻는다.
“쉿” 대답하곤 공포에 질려 소리도 없이 조용히 우는 막내의 눈물을 닦아준다. 이 집구석을 벗어나고 싶다. 나는 계속 가난해진다.
가난하다는 건
혼자 마음 놓고 엉엉 울어볼 수 있는 내방이 없는 것
밤마다 싸우는 부모님을 견뎌내야 하는 것
새벽에 나 혼자 몰래 어질러진 집을 정리하는 것
초경을 시작했을 때 집에 엄마가 없는 것
스스로 알아서 어른이 되어야 하는 것
당신의 생각과 마음이 나에게 대물림되는 것.
나는 이 가난으로부터 멀리 도망칠 것이다.
아니 죽을힘을 다해 발버둥 쳐 달아날 것이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것이며,
아무에게도 물려주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