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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엄지 Jul 10. 2024

땅에서 보내는 편지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받았다. 그런데 수화기 너머 친구가 울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 떠났어. 슬펐나 봐 너무 슬펐나 봐... 주소 보내줄게 올 수 있어?”


멍했다.

정신 차리기 위해 애쓰며 집에 가서 검은색 옷으로 갈아입고 검은색 신발을 신고, 친구가 보내 준 주소로 향했다. 먼저 온 친구 두 명이 장례식장 앞에서 들어가지 못한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는 서로의 손을 한 번씩 만져주며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너무 갑작스러웠을까

안에는 아무것도 준비되지 못한 채 휑했다. 떨리는 손으로 국화를 건네고 절을 하고 혼자 울고 있는 친구 곁으로 가서 처음부터 끝까지 있었던 일을 모두 듣게 되었다. 그제야 눈물이 쏟아졌다.


아무것도 몰랐다.

정말 너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우시면서 다가오는 어머니를 보고 우리는 모두 무릎 꿇고 울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친구라면서! 왜 너희도 몰랐니? 왜 아무도 몰랐어!. “

어머니와 나 친구들은 그렇게 한참을 목놓아 울었다.


똑같은 둘째 날을 보내고,

마지막 셋째 날 어머니가 따듯한 밥과 국을 주셨다. 고개를 박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 먹고 나니 어머니가 내 손을 잡아주셨다.


“미안해... 너희도 많이 놀랐을 텐데 엄마가 너무 놀라고 슬퍼서 그랬어... 엄마가 한 말 모두 잊어줘... 하나만 잊지 말아 줄래? 예쁜 내 딸”



나는 매일 무언가를 잃어버리며 사는 거 같아.

잃지 않기 위해 손에 꽉 움켜쥐고 있었더라면

그렇게라도 했더라면 지켜낼 수 있었을까?


매일 너를 잊지 않겠다. 거짓말 같은 약속은 안 해.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날, 네가 이 세상을 떠난 날

일 년에 딱 두 번. 너를 기억하겠다고 약속할게.


아주 나중에, 내가 마음 넓은 할머니가 되어 너를 품어줄 테니 영원히 늙지 않고 어여쁜 그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어 줘.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내가 찾아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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