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말만 한다.
저녁으로 찐만두를 준비했다.
나는 입맛이 없었고, 요리하기가 귀찮기도 했다.
그는 저녁상에 소주와 맥주를 들고 왔다. 늘 그렇듯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역시나 내게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습관적이다.
말로 하는 공격은 시시비비를 가리기 어렵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이마에 주름이 더 깊어지며, 손짓의 반경이 넓어져가며 말하는 사람에게는 당해낼 재주가 없다.
나는 그저 가만히 찐만두만 입속에 구겨 넣고 있었다.
한참 지난 후에도 여전히 나를 공격 중인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중요하지 않다.
늘 하는 소리인걸.
나는 미동도 없이 나의 눈동자를 그의 눈동자에 꽂았다.
그의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술에 취해서인지, 아니면 나의 눈빛의 의미를 몰라서 그러는 건지 그건 나도 모른다.
그가 피할 때까지 나는 온화하게 포장한 얼굴로 그저 그의 눈알만 보았다.
그의 식구들은 눈의 크기가 작다.
어떨 때는 눈을 감았는지 떴는지 잘 모를 때가 있다.
쉽게 보이지 않는 그의 눈동자를 나는 잘 찾아서 정확하게 볼 수 있다.
많이 연습했으니까.
아니다. 슬프게도 무의도적으로 학습된 것이다.
오늘도 한 번에 바로 그의 눈알을 정통으로 찾아냈다.
어느 순간 흔들리는 그의 눈빛이 내가 아닌 술잔으로 옮겨갔다.
누구 한 사람의 눈알이 구멍이 나는 한이 있어도 내가 먼저 움직일 생각이 없었으니까.
'아, 내가 이겼구나' 마음속으로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자러 갈게"
정수기에서 찬물을 한잔 받아 들고는 책상 앞에 앉았다.
그의 앞에 있을 때는 '또 시작이다'라는 생각뿐이었는데 지금 나는 떨고 있다.
심장도, 사지도, 그리고 마음도.
자정이 지났다.
의사 선생님이 처방해 준 진정제를 먹었다.
슈만의 어린이 정경 중 [트로이메라이]를 들어야겠다.
나도 한때 온화하고도 아름다운 정서를 가진 꿈을 꾸는 어린이였던 적이 있었는데.
산골소녀의 꿈이 '지금의 나'는 아니었을 텐데.
봄비가 내린다.
깊은 밤에 창문을 열었다.
사락사락 내리는 빗소리가 슬프다.
진정제도 트로이메라이도 오늘 밤의 '꿈'은 가져다주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