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을 좋아한다.
그는 불평을 잘한다.
이러면 저렇다 하고, 저러면 이렇다 하고 이래저래 부정적이다.
우리는 시골생활을 한 지 5년째다.
최근 나의 건강이 안 좋아지니 내 고향으로 가고 싶어졌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내 동생들이 살고 있는 고향으로 가서 살고 싶어"
그가 말했다.
"나는 내 고향으로 가고 싶다"
그의 고향은 부산이고 해운대로 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하자고 했다.
내 고향이랑 부산은 그리 멀지 않으니 그 정도는 내가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그는 해운대에 집을 알아보더니 너무 비싸다고 하며, 해운대에 거주하고 있는 그의 매형에게 지금의 상황에 대해 의논을 했다.
그의 매형은, 아무 소리 말고 처남댁 하자는 대로 하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몰랐단 말인가. 그의 매형은 내편인걸.
그래서 지금 살고 있는 시골주택을 내놓았고, 운 좋게도 두어 달만에 팔렸다.
시골집을 팔기에 적당한 부동산 시장이 아니어서 3년 정도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거래가 되어, 그는 적잖이 당황해하는 것 같았다.
그는 내게 말했다.
"내가 이 나이에 처가 곳에 가서 살아야 한다니 처량하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그럼 나 먼저 갈 테니 이곳에 작은 집을 구해서 좀 더 혼자 살아보는 건 어때?"
그는 갑자기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화를 냈다.
그렇다면 나랑 같이 가던가, 아니면 혼자 남아서 생활을 해보던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혼자 지내다가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내가 있는 곳에 오면 된다고 했다.
하루가 지나더니 같이 가자고 했다.
나는 그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리고 나랑 같이 처가 곳에 가서 함께 살 수 있을 것인지 잘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드디어 내 고향에 있는 집을 구했다.
마당이 있는 주택은 구하지 못했지만, 내 동생들이 살고 있는 집 부근이고, 예전에 구입했던 우리의 단감나무 밭도 가까이 있어 식물을 키우기도 좋은 위치다.
그 밭에 하얀 커튼이 드리워져 있는 넓은 창을 가진 예쁜 컨테이너 농막도 있다.
또한 오래된 무화과나무도 있고,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은 하얀 목련 나무도 있다.
가을이면 아름드리 은행나무 두 그루가 온 단감밭을 노랗게 물들인다.
4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갑자기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은 느낌에 나는 설렌다.
그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다 내 마음을 먼저 내세운 것이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못된 희열을 느껴진다.
우리의 300평 단감나무 밭에 가 보았다.
오랫동안 방치해 둔 밭이라 눈으로 보기에 형편없었지만, 나는 너무 예쁘고 귀한 밭이다.
저곳에서 우리가 먹을 채소를 심고, 나는 꽃을 심어 정원을 다시 가꿀 것이다.
밭을 둘러보고 난 후 그는 말했다.
"저기 풀이 얼마나 많이 날 텐데 어쩔 거냐고"
나는 말했다.
"풀도 잘 보면 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