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나를 무시하는 팀장님

이럴 거면 뽑지를 말지

by 예니

선임님은 나와 다른 부서였다. 이 회사의 이사님이 총괄하는 팀으로 경영진이 실무에 개입하다 보니 보수적이고 딱딱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직원들을 공개적으로 혼내고 사무실이 울릴 정도로 언성을 높이는 게 일상이었다. 가끔 내 자리까지 들리는 호통 소리가 이사님의 목소리였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드라마에서만 보던 악덕 상사였다.


선임님은 입사한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제대로 인수인계조차 받지 못했다고 했다. 담당자가 일찍 퇴사를 해버려서 그 프로젝트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른 직원들은 각자 할 일 하기 바빴고, 이사님은 빨리 입속에 먹이나 넣어달라는 새끼 참새 마냥 쪼아대기만 했다.


확실히 팀 문화가 이상하게 잡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비교적 멀쩡했던 우리 팀에 위안을 얻었다. 인수인계 잘해주는 매니저님, 작은 일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 선임님이 있기 때문이었다.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으려 정신을 붙잡아보려고 했지만, 팀장님이 나의 적이었다.




입사한 지 2주가 됐을 때부터 야근하기 시작했다. 이제 이건 놀랍지도 않았다. AE의 숙명이기도 하고, 2주 동안 팀원들이 제시간에 퇴근한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참기 힘들었던 건 야근이 아니라 업무에 대한 막중한 책임과 부담 그리고 팀장님의 무시와 편애였다.


광고기획자는 수없이 많은 브랜드를 접하며 정말 다양한 캠페인 활동을 한다. 배너 광고, SNS 광고, 영상 광고, 옥외 광고, 오프라인 행사, 서포터즈 등. 세부적으로 나누면 더 많은 캠페인이 있기 때문에 고작 1년 미만의 경험으로 어디서 광고를 해봤다는 소리도 못 하는 수준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영상 콘텐츠, 스튜디오 촬영, 서포터즈, 기획안 작성 등 처음 해보는 일 투성이었다.


내 포트폴리오를 보고 직접 면접도 보신 팀장님은 내 경력 사항을 모를 리가 없었다. 아직 배움이 더 필요할 때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내게 프로젝트 메인 자리를 맡기려고 하셨다. 이제 막 젓가락질 제대로 익힌 아이에게 요리를 해보라는 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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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님 광고주랑 소통 안 해봤어요??”

“촬영 스튜디오 처음 가봐요? 어.. 그럼, 나중에 혼자 가려면 힘들겠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을 뽑아 놓고 이것저것 다 안 해봤냐고 물어보는 팀장님이 너무 싫었다. 스튜디오를 처음 갔을 때도 팀장님은 나에게 그 어떤 것도 가르쳐 주지 않으셨다. 촬영팀을 어떻게 보조하고, 어떤 부분을 살피고, 뭘 보고해야 하는지 그 어떤 것도. 그러고는 중간에 혼자 사무실로 복귀해 버렸다. 결국 내가 신경 써야 하는 부분에서 실수가 발생했다. 팀원들께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속으로 팀장님을 매우 원망했다.




우리 팀도 역시 팀장님이 실무에 개입하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 원래 팀장이라면 최종 컨펌이나 예산 관련 업무를 보는 편인데 여기는 조금 달랐다. 이 회사의 가장 큰 문제는 윗사람의 실무 개입인 것 같았다.


팀장님과 내가 단둘이 해야 하는 프로젝트는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일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니 내 판단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일이 발생했고, 그에 대한 당연한 결과였다. 매일매일 야근은 기본, 잔 실수도 많아져 팀장님한테 깨지는 것도 일상이었다.


하필 옆자리가 팀장님이어서 내 모니터를 보시곤 “아니야, 아니야. 그거 그렇게 하지 마”, “아, 그건 좀 별로야. 다른 걸로 바꿔” 이런 말을 30분에 한 번씩 들었다. 몇 시간 동안 찾은 이미지가 마음에 안 든다며 명확한 피드백 없이 다시 해오라는 말만 반복하고, 하루 종일 똑같은 업무만 하다가 밤 10시에 퇴근한 적도 있었다.


내가 어리숙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팀장님은 나를 못마땅하게 보셨고, 이제는 대놓고 다른 직원들과 나를 편애하기 시작했다. 정말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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