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회사가 이상하다.

밥도 못 먹게 하는 회사

by 예니

다시 한번 떨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첫 출근의 감정을 느꼈다. 작년과 비슷한 시기, 비슷한 기온 그리고 내방역에서 딱 다섯 정거장 떨어진 비슷한 거리. 새로웠지만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내가 신규 입사자라는 것을 알아챈 듯 바로 빈자리가 있는 곳으로 안내받았다. 그토록 원하던 칸막이가 있는 책상이었다. 모니터 앞에는 입사 선물 키트가 놓여 있었다. 다이어리, 포스트잇, 볼펜 등등 회사 로고가 여기저기 박혀 있는 사무용품들을 봤을 때 환영받는 기분이 들었다. 이전 회사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다이어리를 펼쳐보고 서랍을 이리저리 열어보고 짐을 정리하는 동안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나중에 인사하는 시간이 있다고 해도 가볍게 눈인사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했지만 어디까지나 내 욕심이었다. 중소기업의 특징인가 보다.


그렇게 한두 시간이 지나고 팀장님이 팀원들을 불러 드디어 첫 만남을 가졌다. 경력 4년 차 매니저님 한 분 6년 차 선임님 한 분, 그리고 15년 차 팀장님. 팀장님은 전 직장 과장님처럼 직원들에게 반말을 했다. 왜 과장, 팀장을 달면 아랫사람에게 반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전 직장에서 가장 혐오스러웠던 부분이었는데 결국 이곳도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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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지난 오후부터 인수인계가 시작되었다. 내가 맡은 브랜드는 두 가지였다. A, G브랜드. 전 직장과 달리 프로젝트가 더 늘어날 일이 없어 두 브랜드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여기까지는 그냥저냥 괜찮았다.


사내 문화와 시스템에 대해 인계받기 시작하면서 내 머릿속은 온통 물음표로 가득 찼다. 그중 사내 메신저가 없어 카톡으로 모든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충격이었다.


광고대행사는 업종 특성상 거래처도 다양하고 사내에서도 다른 부서와 소통할 일이 많아 단톡방이 많이 개설된다. 대충 생각나는 것만 나열해 봐도 기획팀 방, 실무진 방, 디자인 작업 방, 영상 작업 방, 광고주 방, 거래처 방 등.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 업무 톡방으로 도배가 되는 것이 너무 싫었다. 파일을 다운받는 기간이 짧고 공유 폴더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점이 너무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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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후, 일주일 동안은 팀원들과 함께 사무실 밖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평소에 직원들은 점심식사를 어떻게 해결하냐는 내 질문에 사무실 안에서 밥을 못 먹게 하는 탓에 매일 나가서 먹는다는 대답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약 80명이나 되는 직원들이 간단히 밥 먹을 곳 하나 없는 회사였다. 뭐 이런 회사가 다 있나 싶었다.


강남의 물가는 신입사원이 감당하기엔 부담이었다. 한 끼에 만 원씩만 잡아도 한 달에 점심 식비로만 20만 원. 서울에서 월세살이를 하고 있는 나에게는 너무 큰 지출이었다. 당장 다음 주부터 점심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는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더욱 의문스러웠던 것은 다들 아무렇지 않게 이를 받아들인다는 것이었다.




전 직장보다 훨씬 규모가 큰 회사였지만 시스템이 이상하고 체계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직원이 80명이었지만 전 직장보다 사무실이 작았고, 회의실도 고작 2개였다. 직원들의 휴게공간 따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정말 충격적이었던 것은 야근 신청서를 수기로 작성해서 팀장, 국장, 총괄님에게 결재를 받아야 하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한둘이 아니었다.


너무 다른 회사 문화와 시스템이 낯설어서 내가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거니 했지만 나를 추천해 준 선임님과 이야기를 나눠본 후 생각이 달라졌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선임님도 회사가 조금 이상한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의문을 가졌던 부분에 대해 똑같이 의문을 품고 있었고, 내가 알지 못한 이야기를 더 들었을 때 확신했다. 이상한 건 내가 아니라 회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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