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을까?
나도 다시 찾으려고 한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거.
타인에 의해 순탄하게 앞으로 나아갈 줄 알았던 미래가 한순간에 꺾여 버린 경험을 한적 있는가?
내가 바로 그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몇 달 전 자가격리를 하며 방 정리를 한 게 화근이 되었다.
문득 펼쳐 본 일기장과 노트 그리고 종이상자에 소중하게 모아둔 공책 조각들에는 빽빽하게 그리고 삐뚤빼뚤하게 작은 메모들이 적혀있었다.
중학교 시절 버스로 한 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통학하면서 버스에서 잠도 안 자고 틈틈이 도 적었던 짧은 단편 소설들과 시험시간에 문제를 다 풀고 엎드려 적었던 가사들.
내 학창 시절은 글과 음악과 관련된 기억들 뿐이다.
글쓰기를 참 좋아했고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다. 나름 재능도 있었던 것 같다고 생각한다.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는 꽤 인기 있던 로맨스 소설 작가였다. 특히 내 사촌 남동생의 반응이 너무 좋아 남동생이 집에 놀러 오는 날이면 소설을 써둔 노트를 준비해두고
"누나 저번에 그거 뒷이야기 더 쓴 거 있어?"라는 말이 나오길 항상 기다렸다. 그리고 두근 거리는 심장을 붙잡고 감상평을 듣기도 했다.
그다음에는 김이나 선생님 같은 작사가가 되고 싶어 어떻게 하는지 방법도 전혀 모르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림과 동시에 새로운 가사를 끄적여보곤 했었다.
현재 회사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시점에서 서랍 속 깊이 숨겨두었던 메모들을 다시 마주하고 나니 싱숭생숭해진 것이다.
내 나이 23살에 제2의 사춘기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