落詩(낙서 또는 詩) - 15

by 권태윤

권태(倦怠) -


접시에 정성스레 담겨져 나오던 반찬이

어느날부터 플라스틱 반찬통 그대로 나온다


날마다 나오던 완두콩 넣은 따뜻한 돌솥밥이

어느날부터 얼려둔 남은 밥 해동해서 나온다


군말 못 하는 남자와,

군말 하지 말라는 여자가,

말없이 식탁에서 세월을 젓가락질하고 있다


사랑이 시들해져 가는 증표는

날마다 식탁에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남자는 자꾸만 외식을 즐겨하고

여자는 또다시 남은 밥을 꾹꾹 눌러 담아

냉동실에 욱여넣는다


뜨겁던 욕망이 그 속에서 무심하게 식어간다

유통기한 지난 음식들이

냉장고 안에 겹겹이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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