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投機)의 종말

by 권태윤

‘블랙스완(black swan)’은 ‘실제로 일어날 수 없는 것’을 의미하던 단어였습니다. 그것이 17세기 호주에서 검은 백조가 발견되며,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을 상징하게 됐습니다. 우리는 지금껏 수도권에서의 ‘부동산 불패(不敗)’를 신앙처럼 믿고 있지만, 과연 그런 불패의 믿음은 앞으로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요?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1주택자 LTV 상한을 70%로 낮추는 등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한 627대책은 시의적절한 조치였습니다. 이는 고가주택 거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소위 ‘갭 투기꾼’들의 장난질을 차단한, 한마디로 아주 잘한 대응입니다.


그런데 벌써부터 이상한 흐름이 감지됩니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돕니다. 소위 시장의 ‘꾼’들은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정치꾼들과 영혼없는 공직자들을 꼬드겨 대출 규제를 풀고 부동산시장을 ‘투기장’으로 만들려고 할 것입니다. 표를 생각하는 정부는 또다시 슬그머니 무릎을 꿇을 것이라는 확신이 숨어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는 것을 보여줄 때가 되었습니다.


우선, 냉·온탕식 엉터리 대책의 반복은 더 이상 안됩니다. 강남을 비롯한, 경기 남부권으로 번져간 한동안의 부동산 광풍을 보십시오. 30년도 더 된 10억짜리 아파트가 1년 만에 20억, 30억이 오르고, 20억짜리는 50억, 60억이 됐으며, 40억짜리는 80억, 90억이 되었습니다. 이런 투기행위는 소수이겠지만 한마디로 이 땅에 함께 살아가는 보통의 국민을 겨냥한 ‘범죄적 행위’이며 결코 용납해선 안 될 ‘反국가적 행태’입니다. ‘부동산 불패(不敗)’ 신화를 무너뜨리고 ‘부동산 실패(失敗)’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 쇼크는 어땠습니까?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9·11 사태 이후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초저금리 정책을 폈습니다. 리먼 브라더스를 비롯한 미국 금융회사들은 이를 이용하여 주택대출을 확대하였고, 이는 부동산가격 상승을 부추겼습니다. 정상 대출이라 할 수 있는 프라임 대출보다, 소득이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인 서브프라임(sub-prime)으로 신용과 소득이 낮은 사람에게도 주택 자금을 빌려줬습니다. 결국 2006년 6월, 경기과열을 우려한 FRB가 기준금리를 5.25%까지 인상하자 신용도가 낮은 대출자는 높은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해 한순간에 길거리에 내몰렸습니다. 미국은 부동산 거품 붕괴와 투자 손실로 19조 2,000억 달러에 달하는 가계 자산이 증발했습니다. 탐욕이 결국 파멸로 귀결된 것입니다.


1636년~1637년사이 네덜란드공화국에서 벌어진 과열 투기 현상, 즉 ‘튤립투기 파동’은 또 어땠습니까? 오죽하면 주식에서 실패한 전례가 있는 천재 물리학자 뉴턴이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다”며 탄식했을까 싶습니다. 사실상 자본주의 최초의 버블경제 현상은 그렇게 신기루처럼 사라졌습니다.


결국 이러한 탐욕의 구조를 사전에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습니다. 소위 ‘주택거래 수익 환수법’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주택을 매입해 매도에 이르기까지 全과정을 추적해 오른 가격의 80~90% 가량을 국고로 전액 환수토록 하자는 것입니다. 즉, 10억짜리 아파트를 30억에 팔았다면, 20억의 10~20%인 2억~4억 원만 인정해 주고, 90%인 16~18억 원을 국가가 환수하는 방식입니다. 과거 김영삼 정부가 전격적으로 금융실명제를 도입했듯,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시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1가구1주택 소유자의 경우 보유세를 전면 폐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거주자가 집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고율의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은 상식에도 맞지 않습니다. 거래세만 살려 매도시 초과이익에 대해 무조건 80~90%를 환수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까지 해야만 하는 이유는, ‘파괴적 미래’를 정부가 선제적으로 막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서울시는 재건축재개발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의 공급확대 시그널은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는 조치가 아니라, 다시금 부동산 투기를 부추길 확률을 높입니다. 시장에서는 “조금만 버티면 정부가 다시 부동산시장 활성화 정책을 펼 수밖에 없을 것이며, 대출금액 한도 역시 풀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습니다.


이미 이번 627대책에서 제외된 외국인들의 투기적 매수를 두고 “왜 자국인만 차별하느냐?”며 분노를 충동질하는 광경이 언론을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부동산 불패를 광신하며 10억 원 이상을 대출하려는 사람들이 ‘보통의 시민’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정책이 흔들리면 시장이 흔들리고, 시장이 흔들리면 또다시 부동산 투기 광풍은 들불처럼 번질 것이 분명합니다. 상식을 넘어서는 과도한 탐욕의 난장판은 반드시 국가가 제어해야만 합니다.

다운로드.jpe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멍청한 국회 - 예산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