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代)를 이어 내려오는 오래된 맛집은 잡다하게 요리를 내놓지 않습니다. 메뉴는 단순하되 끝없는 노력과 정성을 쏟아 맛의 기본을 지키면서도 나날이 향상시킵니다. 장사가 잘된다고 마구잡이로 체인점을 개설해 돈벌이 수단으로 삼지 않습니다. 지켜온 맛을 아는 이는 소수인데, 자꾸 점포를 늘리면 관리할 여력이 없으니 금방 맛도 잃고 손님도 잃습니다. 초심(初心)을 유지할 가능성은 대부분 규모에 반비례합니다.
친구나 연인 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잡다한 이벤트, 달콤한 언어 보다는 깊이와 진정성, 한결같음 같은 것들이 훨씬 중요합니다. 인기 좀 있다고 양다리, 세다리 걸치는 자들이 어찌 사랑을 알며, 제대로 사랑할 수 있었던가요. 길고 오래간다는 것은, 오래 견디고 용서하며 기다리는 습관에서 만들어집니다. 당장 자기에게 이득이 없다고 손익을 따진다면 이별과 불행이 낮도둑처럼 들이닥칠 것입니다.
2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이 우리나라엔 단 1곳도 없다고 합니다. 반면 일본은 3천곳이 넘고, 독일은 1천5백곳이 넘으며, 프랑스와 영국은 3백여곳이 있다고 합니다. 반만년 역사에 100년 이상 된 회사도 고작 7개에 불과한 대한민국입니다. 문화재 건축물의 복원과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일본 건설회사 ‘곤고구미(金剛組)’社는 지난 578년에 만들어져 무려 1400년 이상 이어오는 세계 최장수 기업이라고 합니다. 참으로 놀랍고 부럽습니다.
오래가는 장수기업들의 특징도 맛집의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시대와 환경을 무시하지도 않으면서도, 사회적 책임과 공헌도를 가장 중요한 기업가치로 생각하며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하고, 고객·소비자·종업원간 신뢰를 중시했다는 것입니다. 기업은 개인이나 집단의 소유물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기여의 도구이기도 합니다. 고용을 창출하며,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고, 세금납부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건강한 기업인은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오래 간다는 것은, 당사자들은 물론 외부에서도 함께 오래 가길 바라는 마음들이 모여서 가능해집니다. 외부로부터 오래 가길 바라는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노력이 그만큼 필요했을 것입니다. ‘짧고 굵게’는 사기꾼의 한탕주의 방식입니다. 가늘더라도 길게 제 몫, 제 의무를 다하며 살아가는 개인과 집단이 지구를 이끌어가는 진짜 주인공들입니다. 나는 찬미(讚美)합니다. 건강하고 아름답게 오래 지속되는 모든 사물과 집단, 관계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