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꿈

by 권태윤

잠에서 깨 일어났는데 알몸상태였고, 길바닥 한가운데에서 거적때기 같은 것을 덮은 상태였습니다. 너무 무섭고 황당하여 두리번거리다가 그 거적때기로 겨우 몸을 감싸고 어디론가 휘적휘적 걸어갔습니다. 시장통 같은 곳에서 몸을 가릴 것을 사고 싶었지만 한 푼도 없는 상태여서 어쩔 줄 몰라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때 한 무리의 조선족 여인네들이 웃고 떠들면서 여성들이 입는 짧은 청치마와 하이힐, 그리고 낡은 윗도리 하나를 줘서 그걸 입고, 신으니 내 꼴이 참으로 우스운 몰골이 되었습니다.


그 꼴로 헤매다가 대림동 골목길 어디쯤에서 행색이 걸인 같은 사람을 만났는데, 그가 나에게 “오갈 데 없는 처지이면 나를 따라 오라.”고 했습니다. 한참을 어디론가 따라갔는데, 어느 산인지는 모르나 계곡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는 갑자기 “나는 오른쪽으로 갈테니 그대는 왼쪽으로 올라가시오”라고 했습니다. 왠지 신비롭고 오묘한 기분이 들게 하는 경치에 감탄하며 한참을 올라가니, 마치 산적들의 산채(山寨)같은 곳이 있고 계곡과 들판엔 세상의 온갖 버림받은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얼음을 깨서 나온 누런색 얼음덩이를 막걸리라며 녹여 서로 나눠 마시는 사람들, 더러운 흙과 얼음덩이 속에 겹겹이 파묻힌 고기를 파내 구워 먹는 사람들.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서 난리를 피해 산속에 숨어든 민초(民草)들의 고단한 삶을 그린 조선시대 어느 산골 모습 같았습니다.


그들 속에서 거적때기를 덮어쓰고 하루 이틀 살았습니다. 그러면서 그 마을(?)을 찬찬히 둘러보게 되었는데, 숲, 너른 공터, 움막들, 계곡을 흐르는 물,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 속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할 정도의 편안함과 행복감이 몰려왔습니다. 어느 날 나를 이곳으로 데리고 들어온 사람이 “돌아갈 곳이 있소?”라고 물어왔는데,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없다. 여기서 살겠다.”고 했습니다. 왜 그때 가족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때부터 그들처럼 얼음을 깨 삭은 고기를 꺼내 구워 먹고, 구정물 같은 것도 마시면서 아픈 이들을 보살피며 살았습니다. 숲속에 들어가 명상도 하고 글도 읽었습니다. 몸과 마음에 상처 입은 무지렁이들이지만, 그곳 사람들의 표정은 다들 밝았고 늘 웃음기가 가득했습니다. 그들 속에서 동화(同化)되며 어느새 나는 참된 삶과 인생에 대한 큰 깨달음을 얻어 마치 도인처럼 살아가는 한 인간이 되어 있었습니다.


꿈에서 깨어나도 그 오묘한 장면들이 너무도 선명하고 마음이 흔들립니다. 참으로 요상한 꿈입니다. 개꿈인지, 아니면 다 팽개치고 어서 산속으로 들어가라는 계시인지 곰곰 생각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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