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고인이 되신지 여러 해가 지난 대만의 학자 남회근 선생이 적은 <노자타설(老子他說)> 上편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우리는 사람을 인류라고 부르지만 상고시대 도가에서는 사람을 털이나 날개가 없는 ‘나충(倮蟲)’이라고 불렀습니다. 호랑이는 ‘대충(大蟲)’, 뱀은 ‘장충(長蟲)’, 기어다니는 작은 생물은 ‘모모충(毛毛蟲)’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른바 ‘나충’인 사람들 역시 천지간 생물의 하나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큰소리를 치면서 다른 생물을 가져다 몸에 걸쳐 수치를 가리고는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 자랑하고, 어떤 사람은 의관을 갖추고 예의를 차리기까지 하니 어찌 큰 도둑의 행위가 아니라고 하겠습니까?”
사실 인간이란 존재는 세상의 모든 짐승들이 그러하듯, 알몸인 상태입니다. 잘 난척 뻐기는 부자, 고관대착을 지낸 관료, 정치인이랍시고 갑질하는 국회의원 따위도 모두 벌거벗은 벌레와 다를 바 없는 셈입니다.
인간의 끝은 불에 태워저 먼지가 되거나, 땅에 파묻혀 구더기 밥이 돠거나 하는 것입니다. 더 확실한 운명은 누구 하나 예외없이 모두 죽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질투와 증오보다는 연민과 측은지심을 갖는 것이 옳습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말이 있듯, 우리는 맨몸으로 왔다가 먼지로 사라집니다. 그러니 불행이건 고통이건 너무 먼 미래를 생각하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시간의 한 공간을 살아가는 우리는 좀 더 편하게, 좀 더 너그럽게, 좀 더 여유있게 사는 게 지혜로운 삶이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