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있지
안녕,
친구
새해를 맞이하는 가요대제전에서는
있지(ITZY)라는 그룹이
사람들의 이목을 빼앗았지만
내 눈은 더 이상 볼 수 없는
떨리는 두 발을 지탱하고
거울 앞에 서 있던 너를 찾고
내 귀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
스스로 설 수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스스로를 다독이던 네 목소리를 찾아
어디에도 있지 않는 너를 아무도 찾지 않아도
시린 가슴 혼자의 팔로 껴안던 너를
그 팔로 썰어 요리하던 우리의 갈치조림을
그 팔로 따라주던 자취방 1/3 남았던 소주병을
그 자취방에서 네가 껴안아야 했던 어두움을
너와 함께 그리워할 거야
그 앞에 쌓여 있던 고지서들,
그 겨울보다 시렸던 사무적인 문체
증오할 거야
그러니까 있지, 난, 새해에도
네 방 반쯤 빈 소주병이 주던 안도감과
네가 요즘 새로 읽기 시작했다던 일본어 소설책이 가진 소망과
네 집 앞 가로등의 따뜻함을
잊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올해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