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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타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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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새 Apr 14. 2022

평가하지 않기, 살아내기

타인의 삶 서문

7년 전부터, 타인의 삶이 궁금했습니다. 군 시절을 겪으며 삶이 상상 이상으로 버거워져 앞길을 찾아야 했을 때였습니다. 책과 영화를 통해 타인의 삶을 잠시나마 훔쳐봤었습니다. 거진 1년 간 읽고 봤습니다. 『시인으로 산다는 것』, 『티베트의 지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그렇다면 정상입니다』, 『청춘착란』, 『호박이 절로 굴러옵디까』, 『사람이 뭔데』, 『책에 쓰지 않은 이야기』, 『철부지 사회』,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일대종사>>, <<앙>>, <<루터>>, <<링컨>>, <<대니 콜린스>>, <<호킹>>, <<네루다>>. 기억나는 것만 이 정도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개인적인 삶의 역경이나 시대의 굴레를 마주하게 됩니다. 제게는 개인적으로 군 시절이 그러했습니다. 또한 저와 같은 많은 청년들이 시대의 굴레로 '군대의 의무', '청년실업', 그리고 '코로나'를 맞이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군대의 의무'나 '청년실업'과 같은 시대적 굴레는 특정 시기의 특정 국가의 특정 범주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심지어 '코로나'는 역사를 통틀어 비슷한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시기 다른 국가에서 살았던 이들에게서 비슷한 고뇌와 고민을 봅니다. 『시인으로 산다는 것』에는 수많은 시인들의 개인적인 고통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 신영복씨와 『책에 쓰지 않은 이야기』의 저자 빅토르 프랑클씨는 모두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감옥/수용소에 끌려가게 됩니다. <<일대종사>>에서는 일본이 중국을 점령하면서 믿고 자라온 질서가 혼돈에 휩싸입니다. <<호킹>>의 주인공 호킹은 예기치 않게 자신을 찾아온 질병 때문에 세상이 어제와 같지 못하게 됩니다.


예기치 않게 삶을 침범한 큰 무언가를 마주한 사람들은 제가 느낀 상실감, 공황, 혼란을 마주하고 각자의 대국을 두어나가기 시작합니다. 바둑 역사에 똑같았던 대국은 없다는 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각기 다른 자신의 방식으로 개인적인 삶의 역경, 시대의 역경을 마주합니다. 이승희 시인은 비를 맞으면 젖는 사람, 비가 오래 다녀가게 두는 사람으로 삽니다(『시인으로 산다는 것』, 205-206p). <<일대종사>>의 궁이는 시대의 격변 앞에 '떠나거나 남거나' 두 가지 선택밖에 없었고, 자신은 자신이 속한 세계에 남았다고 이야기합니다. 『티베트의 지혜』에서는 죽음을 마주하는 (제게는) 생소한 전통을 보여줍니다. 그런 것들이 이해가 안 될 때마다 그런 말들, 장면들을 멍하니 상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세상에는 주목받지 못하지만 아름다운 삶이 있지 않을까, 세상에는 주목받고 있지만 아름다움에 가려진 이야기들이 많지 않을까에 대한 생각도 같이 깊어졌던 것 같습니다. 돈, 명예, 성공. 인간 삶의 아름다움을 평가하는 잣대가 너무 협소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 사람을 한 가지 사건으로 재단하고, 자르고, 묻는 것이, 그리고 한 사람을 한 가지 일로 추앙하고, 신격화하고, 찬탄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도 들었습니다. 요즘에는 삶이 평가되는 것어선 안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안도현 시인은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고 합니다. "삶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다."


그런 고민을 이제서야 살아내자 마음먹고 쓰는 독(讀)후감/시(視)후감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만든 다른 네 개의 매거진보다 더 힘을 빼고 쓸 작정입니다. 책/영화 선정도, '이게 왜 타인의 삶 카테고리지?' 싶은 것이 있어도 제게 그런 의미를 갖는다면 쓸 작정입니다. 메모 형식이 될 수도 있고, 다 읽지도 않고 와서 쓸 수도 있고, 읽었다고만 쓰고 말 수도 있습니다. 퇴고도 한 번 안 하고 그냥 쌓아나가고 싶습니다. 그러다보면, 무언가가 쌓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생각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일부를 적고 마치겠습니다.



"

(전략) 당신의 가슴 속에 풀리지 않은 채로 있는 문제들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대항하는 것과

그 문제들 자체를 굳게 닫힌 방이나 지극히 낯선 외국어로 적힌 책처럼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당신은 그 해답을 구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직접 몸으로 살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부터 당신의 궁금한 문제들을 직접 몸으로 살아보십시오.

그러면 먼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그 해답 속에 들어와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후략)

"



지금보니 안도현 시인도, 라이너 마리아 릴케 시인도, '살아내보라'고 했는데 저는 '타인의 삶을 읽어 보겠다' 하고 있군요. 하지만 하고 싶으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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