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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객은, 다시 살 이유가 필요하다

브랜드가 기억되지 않으면, 다시 선택받지 못한다

by Esther


요즘 브랜드는 유입을 정말 잘 끌어온다.
틱톡 릴스 하나, 인플루언서의 한마디, 수천 건의 트래픽.
첫 구매율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그다음이 없다.
제품은 팔렸지만, 브랜드는 남지 않는다.
로고도, 이름도, 주문 내역조차도 흐릿하다.
좋은 경험이었지만, 그저 지나간다.
다음번엔 아무렇지 않게 다른 브랜드로 손이 간다.


왜일까?
카피가 약했던 걸까? 광고가 부족했을까? 제품의 문제였을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르다.


기억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 고객은 불만을 말하지 않는다.
환불 요청도 없다. 그냥 조용히 떠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감정이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좋아서도, 나빠서도 아닌 채로.
그저 ‘기억’이 없었기에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첫 구매는 호기심, 두 번째는 감정


첫 구매는 가볍다. 유행이라서, 추천받아서, 한 번쯤은 궁금해서.
하지만 두 번째 구매는 다르다.
그건 브랜드가 먼저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감정에서 출발한다.


“잘 쓰고 계신가요?”
“이번엔 이런 제품은 어떠세요?”
“생일 축하드려요, 작은 선물이에요.”


이런 말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브랜드는 단순한 ‘경험’을 넘어
내 일상 속의 존재감으로 자리 잡는다.


기억을 설계한 브랜드들!


어떤 브랜드는 고객이 기억될 수밖에 없게 설계한다.


Skims는 품절-재입고 메시지 하나로
‘지금 사야 해’라는 긴장감을 만든다.
단순한 문자 알림이 타이밍을 소유하는 감정이 된다.


Oura Ring은 매일 아침 이렇게 묻는다.
“어젯밤, 잘 주무셨나요?”
고객은 제품보다 질문을 기억한다.


Function of Beauty는 제안한다.
“이번엔 성분을 조금 바꿔드릴까요?”
고객의 변화에 반응하는 브랜드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Djerf Avenue는 고객의 사진을 피드에 올린다.
단순한 팬심을 소속감으로 바꾸는 정서적 연결이 탄생한다.


이 브랜드들은 제품이 아니라 감정과 관계를 판다.
그래서 고객은 그 브랜드를 떠나지 않는다.


퍼널을 거꾸로 보다


마케팅 퍼널은 보통 이렇게 흐른다.
유입 → 전환 → 리텐션 → 로열티 → VIP


하지만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VIP가 된 고객은, 처음 언제 그 브랜드를 기억하게 됐을까?


충성은 우연이 아니다.
그 이전엔 감정이 있었고,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고,
무언가 나를 ‘기억해 주는’ 경험이 있었다.


퍼널의 시작은 유입이었지만,
그 유입을 브랜드로 연결시킨 건 결국 감정이었다.


기억을 설계하는 다섯 가지 방법


1. 구매 이후를 설계하라
많은 브랜드가 첫 구매까지만 설계하고 멈춘다.
하지만 기억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순간, 고객은 떠난다


2. 흐름을 맞춰라
단순한 리마인드가 아닌, 고객의 리듬과 관심사에 맞춘 설계가 필요하다.


3. 이름을 부르는 대화
“김지현 님, 저번에 구매하신 제품 기억나세요?”
맥락을 이어주는 대화는 고객에게 ‘나는 이 브랜드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다’라는 느낌을 준다.


4. 숫자가 아닌 감정으로 보상하라
리워드는 포인트보다 의미다.
내가 남긴 후기가 콘텐츠가 되고, 피드백이 제품에 반영된다면, 나는 이 브랜드의 일부가 된 것이다.


5. 멤버십은 감정 설계다
“이건 아무한테나 드리지 않아요.”
“이건 당신이기 때문에 드리는 혜택이에요.”
이런 말은 고객의 자존감을 건드린다.
그리고 그 감정은 기억으로 남는다.


브랜드가 먼저 기억해야, 고객도 브랜드를 기억한다


스타벅스가 이름을 적는 이유,
넷플릭스가 ‘계속 보기’를 띄우는 이유,
애플 스토어가 조용히 기다리는 이유.


그 모든 건 하나의 목적을 향한다.
기억된다,라는 감정.


브랜드가 먼저 기억할 때,
고객도 브랜드를 기억한다.


결국 우리가 설계해야 할 것은


할인도, 광고도 아니다.
기억에 남는 순간.


그 순간들이 관계가 되고,
그 관계가 로열티로 이어지고,
로열티는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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