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by 이 유림

나는 지금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그 터널은 매일 오가는 익숙한 길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가고 싶지 않은

시간의 한가운데이기도 하다.


터널 밖의 사정은 알 수 없다.

그 사정을 알아야 한다고 해도

변하는 것은 없다.


누군가는 터널을 나오면

더 이상 혼란스러운 시간은 없을 거라고 말한다.

또 다른 이는

이 터널이 언제 끝날 지

아무도 모른다고도 했다.


나는 지금,

터널의 어느 곳에 서 있는 걸까.

아니면 아직도

까마득하게 남은 지점일까.


혹시라도

터널이 끝이 보이는 날이 온다면

남다른 환희로

더 이상의 혼란은 없으리라 믿게 될까.


하지만 나의 두 발은 여전히

터널 속을 건너는 중이다.


언제 멈출 수 있을지,

어느 곳이 빠른 길인지 알 수 없지만,

나는 그렇

이 시간을 지나고 있다.




1월의 차가운 바람을 견디며

문득 지나온 삶의 터널이 느껴졌다.


아직도 끝나지 않고

진행 중인 이 터널 속에서,

나는 인생의 한 구간을

매 순간 건너왔음을 알게 된다.


차갑다고 느낀 어느 순간에도

때가 되면

나무에 꽃이 피고,

세상에는 온기가 퍼진다.


그 바람을 맞으며

길을 걷다 보면,

그늘진 세상의 이름도

희망을 꿈꾸게 만든다.


겨울의 메마른 뿌리에 내려앉은

시린 한숨과 시련 역시

2월을 지나며

조금씩 달라진다.

더 이상 가슴 아픈 나무가 아니라,

마음에 작은 꽃씨를 틔우는

생명의 나무로 변해간다.


겨울과 나무는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오로지 시간만을 견디며

스스로를 바라본다.


탓하지 않음을 숙명으로 알고

늘 물러서서

자신만의 때

착실히 기다려온 것이다.


기다림

가르치지 않아도

버텨온 시간 속에서

한 몸으로 자연스레 흘러왔다.


세상에 놓인 겨울 속 나무는

소리 없는 터널을 지나

불평 없이 자신의 미래

차곡차곡 올려놓는다.


생각 많고 두려움 많은

나와의 세상과는 달리,

한 번도 어려움을 모르는 것처럼

굳건히 서 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큰 마음

알게 되면 좋겠다.


그 마음을 담아

나 역시

흔들림 없이

걸어가고 싶다.


오래도록, 묵묵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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