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인어공주 동상
“덴마크 코펜하겐의 상징!!
인어공주 동상 앞이니 얼른 내려서 인증샷 찍으세요.”
가이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행객들이 우르르 몰려간다.
‘ 나 여기 와 봤소.’
증명사진 하나 건지려고
그 멀리서, 13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달려온 사람들처럼
오직 사진 찍기에만 공들인다.
요렇게 해봐!~ 저렇게 해봐!~
시끌시끌 왁자지껄 분주하다.
패키지여행의 단점이 여과 없이 보여서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졌다.
"시간 없으니, 다음 장소로 얼른 이동해야 하니~"
가이드의 말에 등 떠밀려.
'찍고 찍고 하는 여행이 아니라, 가슴에 담고, 눈에 담고 와야지!'
나의 출발 전 꼿꼿했던 여행 다짐도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지 며칠째다.
이루지 못한 사랑의 슬픔 가득한 인어공주 앞에서
우리 부부도 세상 다정한 모습으로 인증샷을 얄밉게 찍고 말았다.
인어공주가 자신을 사랑에 빠지게 한 왕자와 함께
육지에서 살기 위해
마녀에게 목소리를 주는 대신 다리를 얻게 된다.
이럴 어째?
왕자가 다른 공주와 결혼하게 된다.
인어는 왕자를 죽여야만 마법에서 풀려나고
바다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왕자를 죽이지 않고 벙어리가 된 채
바다로 영영 돌아가지 못한다는
슬프디 슬픈 새드 엔딩의 끝판왕 같은 이야기는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찬찬히 떠올려 보았다.
안데르센 작가의 아름답고 기발한 상상력은
언제 읽어도 나를 소름 돋도록 놀라게 만든다.
응답받지 못한 슬픈 사랑의 대명사, 인어공주
왕자에게 가 닿지 못한 처절한 사랑이 못내 안타깝다.
인어공주의 왕자에 대한
‘그 불꽃같은 사랑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생각들이 머리와 가슴을 천천히 유영하며
다음 장소에 다다를 때까지 떠 다녔다.
여행은 단순히 보는 것만이 아니라
불쑥불쑥 던져지는 질문들에
답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