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by 권의범

이 녀석은 한 번씩 멈춰 선다. 내 앞을 쓱 지나가다가 꼭 한번 쳐다본다.


"또리야, 왜? 뭐 하려고? 뭐 해줄까? 뭐 하고 싶어?"


말려있던 꼬리가 슬쩍 올라오나 싶다가, 흔드나? 흔들 거야? 싶었는데 이내 다시 내려가다가, 멈추어 버린다. 화장실을 가고 싶었던 모양인데 가려면 그냥 갈 것이지 왜 저렇게 갸우뚱 쳐다보는지 모르겠다. 내가 괜히 머쓱한 표정이 된다. 이 프로세스는 대략 몇 초에서 몇십 초가 걸린다. 정지한 녀석의 눈을 보니 평소보다 넓어진 동공이 그대로 비치고 새까만 코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내 얼굴을 보는 것 맞아? 무슨 생각을 하니? 화장실 안 가? 싶은 생각이 빠르게 들었다. 이전에 침대에 엎드려 유튜브를 보다가, 강형욱인가 설채현이었나 아니면 밝은 회색 크로마키 앞에서 동물 행동 전문가가 앉아서 인터뷰하는 영상이었나? 아무튼 이런 내용을 본 것 같다.


'동물들은 항시 욕구와 생존 본능 사이에서 끊임없는 줄다리기를 합니다. 한쪽이 승리하여 줄이 확 당겨지면, 그 즉시 행동으로 이어지는데요......'


그렇다면 저 강아지의 머릿속에서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화장실에 가야 해' 팀과 '근데 저놈이 날 주시하고 있네?' 팀이 행동 레버를 중간에 두고 팽팽하게 잡아당기고 있는 건가? 요즘은 유튜브에 내셔널 지오그래픽, BBC Earth, 디스커버리 채널, 아니면 국내의 저명한 다큐 프로그램인 EBS 다큐프라임이나 동물의 왕국에서도 동물의 다양한 행동을 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특정 장면들이 마치 꿈꾸듯 뇌 속에서 빠르게 편집되어 재생되었다. 동물이나 곤충이나 늘 그런 것 같은데, '이것들은 늘 잠깐 일시 정지하는 타이밍이 있네?' 싶은 장면이다. 가령, 커다란 두꺼비는 바로 앞을 지나는 먹잇감을 본능적으로 삼키려고 할 것이다. 길앞잡이 한 개체가 마침 두꺼비 근처를 지나가는 중인데, 혀를 날름! 하기 전에 잠시만, 먼저 몸통을 한번 쓱 움직였다. 2000년대 유행했던, 토크 프로그램에서 자주 본 남성 게스트의 로봇 춤과 비슷한 움직임이었다. 몸을 약 27도가량, 진짜 그 로봇 춤처럼 움직이곤 다시 멈췄다. 고개와 눈은 이동하는 벌레에게 고정되었다. 바로 안 잡아먹고 왜 멈출까는 생각이 한 방울 뽀글하고 떠오르는 찰나, 벌레가 붉은 혀에 붙어 순식간에 사라지는 장면으로 끝나버렸다. 또 이런 경우도 있다. 사바나의 가젤 이야기다. 목마른 가젤이 초원의 고인 물가로 도각도각 도각도각 걸어온다. 사슴이나 염소, 우제류라고 하던가? 걸음이 참 특이하다. 네 발이 빠르게 교차하고 두 뿔이 달린 머리도 그에 맞춰 팝핀하듯, 까딱까딱 흔들며 걸어오다가...... 멈춘다. 천천히 타력 주행을 하던 차량이 제동 하듯, 얼음. 고개를 한번 쓱 돌리고 주변을 보는 것 같은데, 멈추는 동작과 고개를 돌리는 동작이 분명, 동시에 이뤄졌다. 이뤄지곤, 완전히 정지했다. 정말, 그냥 얼음. 약 12초 정도 지났을까, 가젤은 누가 버튼이라도 누른 듯 갑자기 얼음을 풀고 물가 가장자리로 온다. 물을 마시다가도 그러겠지? 작은 소리나 움직임에 반응해서 그쪽을 보고, 또다시 얼음! 또 그런 경우도 있......


'탓탓탓탓탓......'


또리의 미처 못 자른 발톱이 방바닥을 치는 소리다. 아! "그 정지"가 끝났구나. 본능이 줄을 당긴 건가? 녀석은 화장실로 걸음을 옮긴다. 탓탓탓탓탓. 그리고 화장실 문간에서, 또 시작이다. 멈추는 걸음과 고개를 돌리는 동작이 동시에 이뤄지고... 그렇지?



눈이 마주친 채, 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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