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by 이찬우

오지 않으려는 계절의 등을 떠밀었다면 슬슬 열을 식힐 차례이다.

달아오른 가슴에 새긴 석 자가 희미해질 즈음 밤은 길어졌고

공허를 남기는 구시월은 건조한 탓에 눈물을 참게 만든다.

네 진한 쌍꺼풀은 단풍나무가 심겨서

눈물이 흐를 때면 만산홍엽이 눈앞에 놓였으며

그 낙엽을 닦느라 우리 손은 줄곧 흥건했다.

뜨거운 뙤약볕보다는 따듯한 코트 품이 어울리는 이런 계절이기에.

내 가장 따듯한 품에 가장 짧은 철을 안아주었다.

여름에 생명이 숨 쉰다면

가을엔 조금 길어진 들숨과 날숨이 네 곁을 채우고,

우린 또 지난날을 간직하고,

나는 다시 가리워진 길을 걸어갈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