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 그 웃음이 마음에 걸리는데도 귀신에게 씐 것처럼 나는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만한 울퉁불퉁한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울창한 숲은 내 차의 불빛으로 부산스럽게 깨어 흔들렸다. 쭉쭉 뻗은 나무숲에는 금세 멧돼지라도 튀어나올 것 같이 음산하고 깊었다. 양쪽 나무들이 꽉 어우러져 하늘이 보이지 않았다. 차가 다닌 흔적이 적은 길에도 풀이 무성했다.
한참을 오르다가 뭔가 휙 지나가는 검은 물체를 본 것 같아 나도 모르게 헉하면서 브레이크를 밟았다. 길 가운데 오뚝이처럼 앉아 나를 빤히 바라보는 것은 눈이 까만 산토끼였다. 불빛에 놀란 토끼보다 더 놀란 나는 뒷골이 당겼다. 헤드라이트를 껐다 켰더니 토끼는 사라지고 음산하고 깊은 산은 15분이 지나도 울창한 숲만 나타났다.
‘이 길이 맞는 것일까? 잘 못 온 건 아닐까? 계속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제야 온갖 의심이 머릿속을 휘감아 오면서 턱이 떨떨 떨렸다. 잘못 왔구나,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차를 돌릴만한 공터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운전대에 이마를 대고 눈을 감았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음으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 중의 시구를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눈을 떴다. 체념이 빠를수록 정신도 명쾌해진다. 그제야 빨리 달리는 것을 포기하고 서서히 달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늦은 것 조바심 내지 말자. 아이들은 택시를 타고 가든, 남편이 돌아와 데리고 가든 알아서 할 것이다. 만약 차라도 고장 난다면 난 꼼짝없이 산속에서 날밤을 새워야 할 것이고, 날이 밝아야 동네를 찾아 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핸드폰도 없으니 전화를 할 수도 없고, 인가가 보이지 않으니 길을 찾아 나갈 수도 없었다. 언젠가 아이들은 경찰차를 타고 온 적이 있다. 차비도 없지, 막차도 떨어졌지. 전화비조차 없었던 두 아이는 경찰서에 찾아가 우리 집에 좀 데려다 달라고 했던 것이다. 제 앞가림은 할 수 있는 아이들이니 기다리다 지치면 무슨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집에 갈 것이다.’
그렇게 체념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한편으로는 설마 그 아저씨가 거짓말을 했을 리 없고, 길이 나오겠지. 그 아저씨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한 15분이라 했으니 넉넉잡고 30분이면 산을 벗어날 수 있으리라 믿고 무조건 달렸다. ‘차야 너만 믿는다.’ 차와 내가 일심동체란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바로 가지 마, 밑으로 가. 저 위가 산 먼당이야. 저 길로 가.’
길을 가는데도 자꾸만 새로운 길로 들어서라고 누군가 속삭이고 있었다.
세 갈래로 갈라지는 길은 군데군데 이어졌다. 윗길, 중간 길, 아랫길, 그때마다 갈등이 일었다. 아랫길로 가면 동네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도 전혀 엉뚱한 곳에 닿을 것 같아 망설이고, 윗길을 가면 산꼭대기에서 갈팡질팡 할 것 같은데, 마음은 자꾸만 새로운 길로 가라고 부채질했다. 혹시 인가의 불빛이라도 보이는가 싶어 사방을 두리번거렸지만 어디에도 불빛은 없었다. 적막감, 그리고 귀신 우는 소리처럼 바람이 울었다. 그 틈에도 머릿속은, ‘저 길로 가 봐? 무엇이 나올까?’ 아마 나는 기다리는 아이들만 없었다면 또 새로운 길로 빠져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강하게 유혹을 뿌리쳤다.
‘안전한 길을 택해야 해. 한시라도 빨리 가야 하니까.’
풀이 좀 적고, 차나 경운기가 다닌 흔적이 많은 길을 택해 무조건 직진을 했다. 어딘가 길이 끝나는 곳이 있을 거야. 믿음 하나로 흐트러지려는 정신을 다잡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
‘사람이 목숨을 구걸할 때는 덜 급한 때니라. 죽음 앞에 직면하면 살고 죽는 것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생각이 든단다. 나고 죽는 것을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 갑자기 따따따 따 따앙 하는 따발총 소리가 나자마자 나랑 같이 이야기를 나누던 어린 친구가 픽 쓰러지는 거야. 그 친구가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져도 그게 나무토막 같은 생각이 드는 거야.’
문득 소녀가 쓴 소설 속의 할아버지 목소리가 들렸다. 앞을 봤다. 검은 망토를 둘러쓴 사람들이 건들거리며 무리로 나를 향해 덮쳐 오는 것 같았다.
“괜찮아, 저건 나무들이야, 소나무 숲이 짙어서 그래.”
마치 옆에 누군가 앉은 것처럼 큰 소리를 쳤다. 정말 차가 지나갈 때 쭉쭉 뻗은 시커먼 나무들이 가시덤불처럼 웅성거리며 나를 향해 긴 손을 쑥쑥 내밀었다. 내 눈엔 양쪽의 나무들이 소실점에 모여 검은 너울을 덮어쓰고 나를 향해 왈칵 달려드는 느낌이었다. 차창 밖으로 휙휙 지나칠 때 보면 나무였지만 멀리 보면 영락없이 검은 너울을 쓴 저승사자 같았다. 핸들을 잡은 손에서 진땀이 났다. 무섬증이 왈칵 들 때마다 나도 모르게 ‘나무 관세음보살.’ 하면서 염불을 염송 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내 입에선 저절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염불이 술술 큰 소리로 흘러나왔다. 노래를 부르듯이 큰 소리로 독경을 외우며 울퉁불퉁하고 거친 산길을 내처 달렸다.
얼마를 달렸을까. 끝없이 오르기만 하던 산의 시야가 훤해지면서 하늘이 머리 위에 앉았다. 산 능선에 오른 것이다. 검은 그림자들은 어딘가로 자취를 감추고, 검푸른 밤하늘이 환하게 펼쳐졌다. 별무리가 하늘을 훤하게 비추었다. 나는 차를 세우고 창문을 열고 심호흡을 했다. 조금 쌀랑하지만 싱그러운 바람과 달콤한 꽃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사방이 확 터인 능선이란 것이 차라리 편했다. 문득 불법 한 구절이 생각났다.
‘자기 자신을 이기는 것은 전쟁에서 천만의 적을 이기는 것보다 훌륭한 승리이다.’
나는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두려움을 이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이 길이 엉뚱한 곳으로 이어져 또다시 집으로 가는 길을 못 찾아 한밤을 온통 허비한다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곳에서부터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울창한 숲길인 데도 내리막길이란 것에 편안함을 느꼈다. 얼마를 내려왔을까? 다랑이 밭을 만났다. 반가운 김에 창문을 열고 산 아래를 굽어봤다. 멀리 인가의 불빛이 보였다. 참으로 반가웠다.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나는 그 불빛을 보며 합장을 했다.
불빛을 따라 산길을 내려오니 동네 어귀였다. 가로등 불빛이 환한, 넓고 잘 닦여진 길섶에 차를 세우고 오른쪽 차 문을 열고 나와 뒤돌아보았다. 태산같이 큰 검은 산 하나가 턱 버티고 서 있었다.
‘저 산을 내가 넘어왔단 말이지?’
기적 같았다. 그 산을 넘어왔다는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어쩌면 그다지 깊지도, 높지도 않은 작은 산 일지 모르나 낯선 나그네에겐 멀고 위험한 산이었다.
2차선으로 포장된 넓은 길에 들어서자 표지판이 보였다. 이젠 다 왔구나, 안심을 했다. 한 참을 달려 골짝을 빠져나오자 불빛이 환한 상점이 즐비하게 늘어선 거리가 나왔다. 마침 지나가는 아저씨 한 분을 만났다. 나는 염치 불고하고 차를 세우고 물었다.
“여기가 어디예요?”
“군북 면입니다.”
“의령 가는 지름길 아셔요?”
또 샛길이다. 그 아저씨는 샛길을 가르쳐 주었다. 거짓말처럼 5분 정도 달리니 의령 입구가 나왔다. 그때부터는 수월하게 아이들 있는 곳에 도착했다. 불 꺼진 만화방 앞에 서 있다가 어미의 차를 보자 두 아이가 반갑게 달려왔다.
“반갑다. 야들아, 지체 없이 뒤쪽으로 탈 것.”
나도 모르게 운전석 차문을 벌컥 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차 문이 스르륵 열리는 것이었다. 왼 종일 운전석 쪽 문이 열리지 않아 오른쪽으로 올라타면서 주위 눈치를 살피곤 했는데. 그 문이 열리다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엄마, 왜 그래요?”
“아니다. 이상한 일을 겪어서.”
차문을 다시 닫고 차에 오른 두 아이의 목을 끌어안으며 깊은 포옹을 했다. 속으로 부처님께 수 없이 감사드렸다.
‘무사히 우리 아이들을 만날 수 있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시간을 계산해 봤더니 편한 길을 달려 도착할 시간이나 오리무중이었던 길을 빠져나와 도착한 시간이나 비슷했다. 그런데 내가 겪은 그 시간은 어찌 그리도 길고 길었는지.
“엄마, 아빠 차다.”
읍내 사거리를 지날 즈음에 남편 차가 속력을 내며 지나치는 것을 봤다.
“너희 아빠도 너네들 걱정은 됐나 보네. 새벽에나 들어오는 사람이 급하게 돌아온 걸 보니. 그냥 가자. 나중에 전화하면 길을 잃어버렸다고 집으로 찾아오라고 하지 뭐.”
환하게 웃으며 아이들에게 내가 겪었던 하루를 이야기했다. 내가 조금 전에 겪은 일인데도 길을 잃고 헤맨 하루가 거짓말 같았다.
그 길이 지름길이었음은 확실한데 어쩜 그리도 먼 길을 돌아 제 자리에 온 기분일까. 만약 그 산속에서 차에 펑크라도 났다면, 아니 세 갈래 길에서 자꾸만 윗길로 가라고 속삭이던 소리에 따랐다면 난 아직도 산속에 갇혀 있지 않았을까. 내 마음에는 한시라도 빨리 아이들에게 가야 한다는 강박증 때문에 자꾸만 샛길, 빠른 길을 찾아내려고 했고, 그것이 은연중에 자꾸만 엉뚱한 길로 나를 인도한 것은 아니었을까.
악마의 속삭임처럼 그 와중에도 새로운 길, 옆길로 빠지고 싶은 유혹은 참으로 강렬하고 질겼다. 그 유혹을 이기고 앞으로만 내 달을 수 있었던 것은, 밤늦은 시간에 저녁도 굶고 오들오들 떨면서 길가에 서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었고, 그 마음을 지켜준 것은 부처님 같았다.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고 했던가. 어쩌면 부처님의 가피를 입어서 무사히 아이들 곁에 돌아올 수 있었지 않나 싶다.
뒷날 함안 농공단지에 있는 남편 친구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혀를 차며 이렇게 말했다.
“간도 커요. 그 산을 한밤중에 넘었다고요? 귀신한테 씌었구먼. 그 산은 육이오 동란 때 군인과 인민군이 박이 터지도록 싸운 곳이요. 시체가 산을 이루었다 더마. 아직도 그 산 흙을 파면 핏빛처럼 붉다 더마. 지금도 그 산 아래 사는 사람들은 그 산에 들어가 나무를 해 오거나 흙을 파오는 사람이 없다요. 나무가 참말로 멋지지요? 동네 사람들은 그 나무 한 그루 베러 가지 않아요. 낮에 여럿이 가도 진땀이 나는데. 진짜 그 산을 넘었단 말이오? 그것도 혼자서? 나도 몇 년 전에 도깨비한테 홀린 것처럼 그 산에 들어갔다가 혼찌검이 났거마. 차암, 간이 큰 긴가? 맹한 긴가?”
“똥인지 된장인지 분간도 못하니 그렇지.”
옆에 있던 남편의 한 마디가 허를 찔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