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소리 무섭다.
불안하다. 제발 날림공사 하지 마라. 혈세가 아깝다.
2025년 봄에 완공했던 사방댐은 여름 폭우에 무너졌다. 콧구멍만 하게 파 놨던 사방댐은 금세 거대한 골짜기의 벌물이 몰아온 돌로 채워졌고 벌물은 우리 집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산사태 위협에 직면했다. 관공서에서 나왔던 직원은 산사태 위험지구라고 집을 버리고 안전지대로 피신하게 했다. 다행히 범람한 골짝 물은 표고버섯 목을 세웠던 곳에서 물머리를 돌렸다. 폭우가 그친 덕이었다. 한 시간만 더 집중호우가 쏟아졌으면 벌물은 우리 집 뒷마당까지 밀려왔을 것 같다. 오싹하다.
그렇게 실패한 사방댐 공사를 12월, 겨울에 다시 한다는데. 이번에도 믿을 수 없다. 몇 번을 다녀간 경남 환경연구원의 시공사 직원과 산림청 직원이 지시한 것은 막혀버린 사방댐 위의 단단한 청석을 깨서 파내고 사방댐을 넓힌다는 거다. 골짝 바닥을 깔고 있는 청석을 파내 넓게 만든다는데. 얼마나 넓어야 사방댐 역할을 제대로 할까. 문제는 물이 고일 바닥이 문제가 아니라 물줄기가 우리 집 쪽을 파먹고 S형태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거다. 흙과 푸석한 돌로 형성된 우리 집 뒤란의 둔덕이 문제다. 거기에 옹벽을 쳐야 거대한 물줄기를 막아줄 텐데. 국가 혈세만 낭비하고 있는 것 같다.
환경청 담당자는 벌물의 위력을 모르는 소치다. 계곡 옆이나 강가에 살아본 사람은 벌물의 위력을 안다. 건기에는 물 한 방울 흐르지 않던 곳도 우기가 되면 폭포가 쏟아진다. 그 물의 위력은 직접 보거나 경험하지 않으면 모른다. 2003년 태풍 매미 때 우리 집 뒷산 골짜기에 있던 다랑이 몇 백 평이 유실되었다. 그때도 관공서에서 피해신고를 하라고 했지만 우리는 골짝 논을 포기하고 신고하지 않았다. 벌물이 우리 집 다랑이의 중간을 파내려왔기 때문이었다. 그때 벌물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확인했다. 그렇게 바뀐 골짜기의 형태는 지금까지 이어져왔던 것이다.
골짜기에 굴착기가 들어가려면 길부터 다져야 한다. 물은 자연스럽게 약한 곳으로 돌아 아래로 흐르는 것이 생리다. 거센 폭우가 지나가고 나면 골짜기가 조금씩 변한다. 물은 지질형성에 따라 흐른다. 주변의 약한 지층이나 지반을 침식해 들어가는 것도 당연하다. 벌물이 범람할 때 우리 집 쪽으로 파들어 오는 물줄기를 막아줄 수 있는 것은 튼튼한 옹벽이다. 아무리 졸속행정이라지만 현실 파악은 제대로 해야지. 지금처럼 공사하면 내년 여름 폭우에 또 도로 아미타불 될 것이다. 공사장 구경 온 동네 할아버지, 공사를 진행하는 감독관도, 굴착기 기사도 다 아는 이치를 정작 지구 환경을 담당한다는 산림청이나 환경청에서 모른다니 눈 가리고 야옹하는 식이고 요행을 바라는 소치다.
산사태가 나면 억울하게 당하는 사람은 골짝 아래나 옆에 살던 사람이다. 산청 상능마을의 산사태 현장을 보고 온 나는 모골이 송연하다. 마을 밑으로 거대한 이무기가 휘젓고 간 것 같았다. 누가 그 마을에 산사태가 나리라 생각한 적이 있었겠나. 우리도 마찬가지다. 사방 댐 공사해 달라고 민원 제기한 적도 없는데 억울하게 당한다면 저승사자도 울겠다. 만약 산사태가 나고 인명 피해가 터지만 책임질 사람은 누군가. 주무 관청, 산림청이나 환경청에서는 사방 댐 공사 설계나 진행에 차질 없었다 하고, 공사업자는 관공서에서 지시받은 대로 행했다고 발뺌할 것이다.
오늘도 공사는 진행 중이다. 골짜기에 있는 돌과 흙을 굴착기로 퍼서 우리 집 쪽으로 파들어 간 둔덕에 채우고 있다. 폭우가 한 번만 쏟아져도 도로 아미타불 될 짓을 하고 있다. ‘우리는 지시받은 대로 할 수밖에 없어요. 저렇게 메워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알지만 어쩝니까.’ 공사현장에 있는 노동자의 말이다. 지난 번 사방 땜 공사로 뿌리를 상한 거대한 상수리나무도 말라 죽었다. 아침마다 딱따구리가 속을 파는 것을 보고 ‘저 나무가 중간에서 부러지면 우리 집을 사정없이 덮치겠는데. 옆에 있는 작은 떡갈나무는 살리고 상수리나무는 베어달라고 합시다.’ 면사무소에 알렸더니 산림청에 알리라하고, 산림청에서는 공사감독에게 이야기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골짜기가 시끌시끌했다. 농부는 화가 나서 소리치고 있었다. 상수리나무를 베어버린 것이다. 거기다 살려달라고 했던 작은 떡갈나무도 함께 베어버린 것이다. 뒤꼍이 휑하다. 우리 집을 폭 감싸고 있던 온기가 그쪽으로 확 쏠려 나가버리는 느낌이다. 상수리나무는 우리 집 울타리였다. 그 울타리가 강제로 뜯겨버렸다. 청딱다구리, 오색딱따구리, 쇠딱다구리, 검은등뻐꾸기, 까치와 까마귀, 그 아래, 참새, 멧새, 오목눈이 등, 새들의 서식처였던 곳이 휑하니 비어버렸다. 두 갈래로 가지를 뻗어 자라던 상수리나무는 한쪽 가지만도 내 몸통보다 컸다. 원탁이 된 상수리나무 뿌리에 새겨진 나이테를 바라보는 마음이 내내 아프다.
상수리 나무 벤 자리에 나무도 심어준대?
당신이 말해 봐라.
조림도 해 줘야 당연한 거 아닌가?
언감생심이겠지. 제발 산림청이나 환경청 담당자들, 현장 파악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인간과 동물, 자연을 살릴 수 있는지 고민하길 바란다. 작은 것을 소중하게 다룰 수 있어야 큰 것을 도모할 수 있다. 내 주변의 산하를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은 자연그대로 둬야 뒤탈이 없다는 것을 인지할 것이고 무분별한 개발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다. 자연은 스스로 나고 살다가 사라질 줄 안다. 인간이 손만 대지 않으면 온전히 제 길을 갈 것이라 믿는다. 사람이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경우만 아니면 자연은 자연그대로 둬야 안전하다.
앞으로 지구 온난화는 가속화 될 것이고 가뭄과 폭우가 번갈아 닥칠 것이 자명하다. 굴착기가 들어가 길을 냈거나 큰 나무를 베어버린 산에서 산사태는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고 지층이나 지반이 약한 땅은 무너져 내리거나 땅 속으로 푹 꺼질 것이다. 지난해 산사태 난 지역의 마을처럼. ‘그들도 알고 있다. 지금 하는 공사가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것을.’ 이글을 쓰는 순간에도 뒤꼍에는 여전히 굴착기 소리, 전기톱 도는 소리로 시끄럽다. 솔직히 저 소리 무섭다. 숲이 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