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이야기 1

by 박래여

황혼 이야기


인생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모두들 인생을 알차게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성공한 인생이란 게 과연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항상 깨달음은 인생의 한 걸음 뒤에 서 있다. 그렇게 살지 말아야 했어. 그 기회를 꽉 잡아야 했어. 잡을 수 있었는데 운이 따라주지 않았어. 등등. 변명과 후회와 안타까움을 가지고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개중에는, 확실히 잡았지. 내가 선견지명이 있어서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거야. 난 성공한 삶을 살았어. 하면서 만족해할 사람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 성공한 사람들 중에 끼어 있다고 믿는 노인이 있다.

그는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다. 비록 지금은 눈에 진물이 끼고, 흰 머리카락조차 오리나 십리 가다 하나씩 있는 머리에 중절모를 씌고, 꼬챙이같이 마른 몸에 걸친 하늘색 비단 바지저고리와 남색 마고자의 깃에 때가 얼룩덜룩 끼었지만 노신사에게 어울리는 하얀 구두를 신고 다니며, 심한 관절염으로 한쪽 다리가 불편하여 지팡이에 의지하고, 이젠 남의 땅이 되어버린 자신의 빈집에 주인 허락도 없이 혼자 기거하지만, 그는 한 때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던 노인네였다.

“벼락 맞아 죽을 놈들!”

그는 누구를 향해서 그러는지 모르지만 발음도 정확하지 않은 욕설을 중얼거리며 언덕길을 오르고 있었다. 아마 자기가 싫어하는,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싸잡아서 하는 욕설 같았다.

그는 고향에만 오면 다시 예전의 그 영광을 누리고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물론 과거의 한 시점이 마음속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까마득한 과거사를 들먹여 서로에게 상처를 남길 사람은 없으리라 믿었다. 설령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 해도 이 시점에서 감히 자신에게 대 놓고 반감을 표시하지는 못하리라 믿었다. 오랜 세월에 빛이 바랜 옷감처럼 과거라는 허울도 낡아서 사라져 버렸을 것이라 믿었다. 자기가 고향에 돌아간다고 누가 무슨 말을 하랴 싶기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상처로 남아있는 일이 아닌 다음에야 하나의 이야깃거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어쩌면 가해자인 그 자신만이 싸안고 있는 죄책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털어버리고 싶었다. 솔직히 그는 자신이 살아온 삶을 결코 후회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자기의 행위가 정당했다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나이가 들면서 자꾸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돌아왔다. 돌아오고 싶었다. 아니 돌아와야 할 자리였는지 모른다.

“그런데 뭐가 문제지?”

그는 중얼거렸다.


그는 일 년 전에 옛집으로 돌아왔다. 마을 사람들은 따뜻하게 노인을 맞이했다. 그 집은 집주인이 이민 간 아들 네 따라 미국으로 가는 바람에 오래도록 비어있던 집이기도 해서 낡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남의 집을 주인 허락도 없이 뜯어고칠 수는 없지만 청소는 해 줄 수 있다면서 본채의 방 하나만 깨끗이 치워서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대부분 젊어서 격지에 나가 살다가 나이가 들면 고향 나들이를 오는 것인 줄 아는 마을 사람들은 노인네 혼자 그 집에 들어와 기거하겠다는 말을 듣고 잠시 쉬로 온 줄로만 알았다. 그가 고향을 떠나게 된 사연을 잊지 않은 사람들도 더러 있었지만 몇십 년 만에 힘없는 노인이 되어 고향의 품에 안기고 싶어 하는데 어느 누구도 마다할 수 없었다. 그만큼 어려웠던 과거사는 흘러간 이야기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고향에 온 그날부터 잔뜩 허세를 부렸다. 자기 아들이 이름 있는 변호사라고 떠벌리고 다녔다. 예전에는 마을 사람들이 거의가 자기 집 소작인이거나, 빌붙어 살던 사람들이거나 그 자식들이 아니던가. 보리쌀 한 됫박을 빌리려고 며칠을 문간에 와서 엎드려 빌던 사람들, 유과 하나 던져주면 자기 오줌을 받아 마시라고 해도 마시던 또래의 친구들이 토박이로 살고 있다는 것을 그는 잊지 않았다. 개중에는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친구들도 있지만 살아있는 친구도 여럿이었다. 그들은 이미 다들 제 자리에 깊고 튼튼한 말뚝을 박은 채 살고 있었다. 그는 겉으로 거드름을 피우고 돈 자랑을 하지만 내심은 농촌에 사는 노인들이 부러웠다. 자기보다 가진 것은 없지만 무언가 모르게 그들에게서는 풍요롭고 편안한 여유가 느껴졌다. 그것이 싫었다. 자기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인정 있게 하지만 어딘지 거리감이 있었다. 그는 그 거리감을 우월의식으로 즐겼다. 감히 너희들과 내가 상대가 될 수 있느냐는 식으로 그들의 위에서 내려다보았다. 문득 그는 비슷한 연배의 마을 사람들을 언제 친구라 생각했던 적이 있었든가 싶었다. 지금도 그는 그들을 친구로 대할 수가 없었다. 잘 나가는 아들을 둔 노인이 무지렁이 농사꾼을 친구라 부르기엔 그의 콧대가 너무 높았다.

“괘심 한 것들. 저거들이 뉘 덕에 살았는데. 나 몰라라 해.”

그는 우람하게 자란 서 너 그루의 소나무 그늘이 있는 언덕배기에 올라가 앉았다.

마을이 나지막이 내려다 보였다. 들 가운데 커다란 저수지에는 물이 잠잠하게 차 있었다. 띄엄띄엄 앉은 마을들이 봄볕에 졸고 있었다. 아직 일철이 시작되기에는 이른 감이 있는지, 들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이 3월 말이니 아직 꽃샘추위가 남아 있었다. 어쩐 일인지 오늘따라 날씨가 너무 푸근하고 볕살이 좋았다. 그는 그 좋은 시골 공기와 햇살 속에서 함께 어울릴 친구가 없다는 것이 서글펐다. 누구든 와 주면 좋으련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뻔질나게 드나들던 동네 노인네들도 어쩐 일인지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더니 요새는 코빼기도 보여주지 않았다. 아니 그가 경로당에라도 가면 ‘어르신 나오십니꺼?’ ‘노시다 가이소.’ ‘지는 고마 바빠서’라며 총총히 사라지곤 했다.

“괘심 한 것들.”

그는 또 한 번 중얼거렸다.


그를 따라온 절뚝발이 잡종개가 새를 가지고 언덕 아래 길에서 놀고 있었다. 까만 부리, 검은 깃털에 하얀 테를 두른 까치였다. 이미 생명은 없어 보였다. 눈을 비벼서 자세히 보니 날개에 자줏빛과 남빛이 기름을 바른 것처럼 윤이 나는 그런 새였다. 개는 그 새의 목을 물고 쩔쩔 흔들기도 하고, 깃털을 부드럽게 핥기도 했다. 새는 가냘픈 다리를 쭉 뻗은 째 개가 하는 대로 휘둘리고 있었다. 세 발 가진 병신 놈이 어떻게 저 날랜 새를 잡았을까. 그는 나무 밑에서 꼼짝도 않고 개와 까치를 바라봤다. 평소 영물이라 생각했던 까치가 아니던가. 순간 기억이란 놈이 머릿속을 치고 갔다.

“들어갔지? 조금 있다가 덮쳐. 소리 소문 없이 해 치우는 거야. 그놈 시체는 끌어내다 대문간에 놓고. 그다음은 집 주위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확 질러버려. 흉악한 빨갱이 새끼. 뒤처리는 내가 할 것이니 너희들은 튀라고. 알았지? 실수 없도록.”

칠흑같이 어두운 깊은 밤이었다. 그림자 서넛이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 담장에 붙어 서서 귀엣말을 하고 있었다.

한식경, 갑자기 마을 뒤쪽에 있던 초가집에서 순식간에 아름다운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 불꽃이 신호이기나 하듯이 따앙 따앙. 두 발의 총성이 밤하늘에 메아리쳤다.

“냄비에 콩 담아 와라. 저 불에 궈 묵자. 기가 맥히고로 꼬시것다.”

“마누라 궁뎅이나 두들기면서 뜨뜻한 방 안에서 불알이 노골노골하도록 지지고 눠 있어도 시원찮을 판에 부엉이 새끼 맹키로 밤에만 설치는 빨갱이 잔당들 땜에 우리가 죽것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놈들 간담이 서늘할 끼다.”

“순사가 핫바진 줄 알다가는 큰코다치제.”

그들은 번들거리는 눈으로 시시덕거리며 무섭게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았다. 초가집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 버렸다. 마을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숨소리도, 불빛도, 고양이의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는 부르르 진저리를 쳤다.

“내 잘못 아녀. 우째서 거기 내 탓이냐 이 말이다. 저거들도 그리 당했시모 내 심정 알 끼라. 지 자식 귀한 줄 알모 느므 자슥도 귀한 줄 알아야제. 백번 옳았어. 나는 백번 옳았다구.”

그는 개를 험악하게 쳐다봤다. 개는 그의 눈길을 의식했는지 눈을 내리깔았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다가 꼬리를 착 내리면서 낑낑거렸다. 그가 눈길을 거두자 개는 새를 물고 뒤뚱거리며 그의 옆으로 왔다. 그의 주위를 두어 바퀴 돌면서 어리광을 피우더니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까치 장난감을 가지고 계속 놀았다. 개는 벌써 행복해 보였다. 개의 행동은 느긋했다. 순간 그는 개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방해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그놈의 까치를 빼앗아 버리고 싶었다. 그는 생각했다. 아마 배가 고파서일거라고.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한 탓 같았다.

그는 옆에 있는 작은 돌멩이를 주워 개에게 던졌다. 돌은 개의 발치께에 가서 떨어졌다.

개는 서두르는 기색도 없이 돌멩이와 노인을 번갈아 가며 빤히 쳐다봤다. 당신의 팔에 힘이 없다는 것을 나는 알아요. 하는 듯이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었다.

“얄미운 놈, 너까지 나를 업신여겨?”

그때 건너편 숲의 나뭇가지에서 살아있는 까치들이 까까 깍 시끄럽게 짖었다. 개는 우짖고 있는 까치 소리에 귀를 곧추 세우더니 가지고 놀던 장난감은 잊어버리고 그 소리를 쫓아 숲으로 달려갔다. 뒤뚱거리며 뛰어가는 개의 모습은 아무래도 불안했다. 오른쪽 앞발 하나가 몽달이 되어 흔들거렸다.

“저 놈이 내 흉내를 내는구나. 못된 놈의 개새끼 같으니라고.”

그는 지팡이에 의지해서 일어서려다가 다시 주저앉으며 구시렁거렸다. 두어 번 더 시도를 하다가 한숨을 푹 쉬더니 지팡이를 뻗어 땅바닥에 있는 까치의 주검을 끌어당기려고 애를 썼다. 지팡이와 까치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실랑이를 쳤다. 까치의 몸뚱이가 조금씩 그의 앞으로 끌려왔다. 그의 쭈글쭈글한 얼굴에 희열이 밋밋하게 피어났다.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 보자.”

그는 줄다리기를 하는 선수처럼 힘을 끙끙 썼다.

개는 이제 까치집이 있는 그 나무둥치 밑에 가서 나무 위를 보고 왈왈 짖었다.

“저 놈이 나를 응원하는 모양인가. 그래도 조놈이 이쁜 놈이네 그려. 내가 질쏘냐.”

그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눈이 반짝거렸다. 얼굴이 발그레 해지면서 입술 근육이 씰룩거렸다. 그가 저고리의 소매 끝으로 이마의 땀을 쓰윽 닦았을 때는 새가 그의 발치 앞에 누워있었다.

“내가 이겼어. 니가 아무리 잘한다 잘한 다해도 나만 하겠나.”

그는 새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지팡이로 새의 부리와 등과 깃을 슬쩍슬쩍 건드렸다. 새와 줄다리기할 때의 그 환한 표정은 간 곳 없고, 무표정한 노인의 얼굴로 다시 돌아와 있었다.


“도꾸야! 춥다 가자.”

개는 그의 부르는 소리에 어기적거리며 달려왔다. 그는 지팡이에 의지해 일어섰다. 꾀죄죄한 바지저고리가 거추장스러웠다. 한쪽 발을 옮겨놓고 지팡이에 의지해서 다른 한쪽 발을 땅에 질질 끌면서 마을을 향해 걸어갔다. 개는 절뚝거리며 앞장을 섰다. 개의 입에는 축 늘어진 까치의 몸통이 물려 흔들거렸다. 노인과 개와 까치의 실루엣이 저녁노을에 반사되어 기이한 인물화를 연상케 했다.

“저거들이 잘났시모 올매나 잘났을라구. 나만 하것어. 우라질 놈들. 소싯적 겉으모 내 앞에서 벌벌 떨면서 살려 달라꼬 애걸복걸할 놈들이. 머슴 놈 주제에. 거렁뱅이질 하던 상것들이 시상 잘 만내서 큰소리친다니까. 내가 세상을 헛살았제. 애잔한 마음이 남아서. 어찌 그리도 오고 싶었을꼬. 와 본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참 늙은 기 한스럽구나. 이 놈아, 니 신세나 내 신세나 끈 떨어진 둥우리 신세다.”

그는 개를 따라가려고 열심히 걸음을 떼어놓으면서 중얼거렸다. 그의 중얼거리는 사설은 이제 조금씩 헐떡거림으로 변하면서 입안에서 웅얼웅얼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는 가슴 밑바닥에 고인 그 알 수 없는 끈끈이를 씻어낼 수 없었다.

그는 다 낡아 쓰러질 것 같은 기와집 대문을 들어섰다. 대문의 문짝 하나가 비스듬히 드러누워 그를 반겼다. 대문 기둥을 받치고 빙 둘러 쳐진 돌담은 군데군데 허물어 폐가를 연상케 했다. 사랑채는 이미 흔적만 남기고 뜯겨 나가고 자잘한 대나무와 찔레나무, 딸기나무 등으로 얽혀 자라고 있었다. 그는 썰렁한 냉기가 도는, 덩그러니 큰 덩치의 본채를 향해 마당을 천천히 걸었다. 장골 허리는 옴직한 축담의 계단을 손을 짚어가며 힘겹게 올랐다. 걸레질이 안 된 대청엔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었다. 그는 기둥 옆에 놓인 비쩍 마른걸레를 들고 마루의 먼지를 대충 훔치고 걸터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넓은 대청을 사이에 두고 방 두 개가 마주 보고 있었다. 그가 기거하는 방은 창살문이 성한 왼쪽 방이었다. 예전에 자신의 아버지가 기거하던 방이었다. 그는 자기 집을 찾고 싶었다. 아들에게 고향에서 남은 여생을 살 수 있도록 그 집을 사 달라고 했다. 아들은 미국에 산다는 주인에게 연락해서 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보겠다고 했다. 만약 그 집을 살 수만 있다면 새 땅을 구입해서 집을 지을 필요가 전혀 없으니 오히려 잘 된 셈 아니냐고도 했다. 그 아들은 일 년이 넘도록 희다 검다 말이 없었다. 이런저런 일 핑계를 대며 승용차로 와서 얼굴만 비쭉 내밀고, 돈뭉치만 던져주고는 돌아가곤 하더니 몇 달 전부터는 아예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이 할망구가 뉘 굶어 죽는 꼴 볼라나? 밥상 안 채려 내 오고 뭐하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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