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다른 미용실에 방문한 이유

by 진혜

"안녕하세요!"


첫 방문, 컷트 예약 고객님이 오셨다.

층이 없는 단발 컷에 질감 처리를 해서 가벼워 보이는 스타일의 '태슬컷'을 하러 오셨다고 한다. 고객님의 모발은 이미 단발 길이었고, 길이는 유지하되 가벼워 보이게 만 해달라고 하신다. 그리고 이어서 하신 말씀에, 가슴 한켠이 쿵 하고 울렸다.


"사실 어제 다른 미용실에서 매직스트레이트펌도 했고 긴 머리에서 단발로 자른 거예요. 태슬컷으로 하고 싶었거든요"


"어제 하셨다고요...?"


멀리 있는 곳에서 다녀오신 게 아니라면 방문한 숍에 가서 수정을 요청하실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하루 만에 다른 미용실에 오신 걸 보면 직감적으로 그곳에 재방문하기 꺼려서 오셨구나 싶었다.


"제가 원한 건 더 가벼운 느낌이었어요. 숱을 더 쳐달라고 부탁했는데도 안 해주시더라고요. 무겁고 마음에 안 들어서 집에서 셀프로 옆머리도 조금 잘랐어요. 잘 부탁드릴게요!"


그 순간 확실히 알았다.


'아! 그 헤어디자이너가 고객님의 의견을 수용해 주지 않으셨구나!'


희망하는 느낌의 사진을 보여주신다. 고객님이 원하는 느낌은 어려운 요구 조건이 아니었다. 이미 형태는 어느 정도 완성돼 있었기에 내가 할 일은 전용 가위를 이용해 무게감을 덜어주는 것, 그 한 끗 차이를 완성하는 것이었다.


스르륵..

가윗날을 따라 부드럽게 정돈되는 모발. 조금씩 가벼워지는 모발의 질감 속에서, 고객님의 표정도 점점 밝아졌다.


"이거예요! 가벼워서 너무 좋아요! 다음에 또 올게요"


배웅해 드리며 나가시는 고객님의 모습을 보니 내가 봐도 산뜻하고 더 잘 어울리셨다. 컷트를 해드리면서 나 또한 고객님의 마음을 읽지 못해 떠나보낸 고객이 있는지 반성을 하게 되었다. 영원한 단골은 없다. 하지만 허망하게 떠났을 고객님이 계실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의 컷트는 단지 머리를 자르는 일이 아니었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이었다. 모든 사람에게 만족을 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나의 무관심이 타인에게 상처가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눈을 마주치고 대화 속에서 상대방의 진심을 알아차리고 나의 손길로 행복을 전해야겠다.


오랜 시간 방문해 주시는 단골 고객님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진심으로 애정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오늘 글을 마친다.




"감사합니다. 고객님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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