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금지어

"고객님 제발 그 말 만은.."

by 진혜


미용인으로 산지 이십 년이 넘었다. 수많은 인연들이 스쳐 지나가며 희로애락을 함께 한듯하다.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은 분들이 너무 많은데, 오늘 글은 지극히 개인적이며 푸념이기도 하다.



"고객님, 그 말 만은..."





나의 공간(미용실)에는 내 나름의 금지어가 있다. 어느 노래 가사의 "손 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처럼, 듣는 순간 마음이 ‘톡’ 하고 건드려지는 그런 말들, 유독 예민하게 들리는 말이 있다.




"원래 다니던 곳이 있는데, 거기는.. (특히 수도권 대형 숍과 비교할 때)"

알아봐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신 말이라는 것을.. 안다.

수많은 미용실 중에서 많은 고민 끝에 방문해 주셨을 그 감사함을 내가 왜 모르겠는가.

"저 역시 오랜 시간 찾아오시는 고객님이 계시는데요.."

이렇게 당당함으로 말씀드리기도 한다. 지방이라고 서울에 있는 대형 숍 헤어디자이너보다 머리 못 하는 거 아니다. 헤어도, 옷도, 결국은 '나와 잘 맞는 것'이 최고 아닌가? 값비싼 브랜드가 정답이 아니듯, 진짜 중요한 건 나와 잘 맞는 디자이너를 만나는 일이다.

이왕이면 새로 온 곳에 대한 기대감만 말씀해 주시기를.


"여긴 왜 이 가격이에요?"

위에 글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비교는 불편하다.

특히 미용은 공산품이 아니다. 서비스, 입지 조건, 사용 제품, 브랜드 가치 등이 여러 가지로 복합 작용하기 때문에 각 숍마다 미용실 시술 요금은 다르고, 휴무와 근무시간도 다 다르다.

그리고 요즘은 엄연히 옥외 가격표가 게시되어 있으며, 첫 방문 고객님들은 보통 '네이버 예약'을 통해 이미 가격을 알고 오시는 경우가 많다. '모발에 특성에 따른 가격 변동'이 예고되어 있고, 예약 금액과 최종 요금이 다른 경우에는 무조건 시술 전에 안내해 드린다.

금액의 명확함은 필수이기 때문에 시술 후 퇴장 시 이런 대화가 있었다면 내 잘 못이다.


"염색약은 내가 가져갈게요. 그걸로 해주세요"

이런 경우는 요금을 어떻게 책정해야 할지도 난감하고, 무엇보다 그 제품에 대한 신뢰와 혹시 모를 책임을 지기 어렵기 때문에 유대감이 깊은 단골 고객님이 아닌 이상 정중하게 거절하게 된다.


"이따가 입금해 드릴게요"

퇴장 시 이야기해도 문제지만, 특히 시술 전, 이 멘트는 정말 금지어다.

마음이 약한 나는 과거에 이런 경험으로 입금되는 날까지 전전긍긍했던 경험이 있다.

잔금 만 오천 원을 입금하지 받지 못해 며칠을 마음 졸이고 분노했던가! 돈의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신뢰와 사람을 잃었다는 상실감에 몹시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휴대폰만 있으면 간편하게 결제하기 쉬운 시대이다. 미용실에 오면서 지갑과 휴대폰, 둘 다 놓고 오신 고객은 거의 못 봤다.

물론 피치 못할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그럴 경우 꼭 빠른 입금과 확인 연락을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오랜 시간 하고 있다는 것은 크나큰 복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상황보다, 신뢰를 바탕으로 만나는 반가운 단골 고객님이 훨씬 많다는 것도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큰 힘이다. 나의 꿈이 실현된 이 공간에 나를 찾아 방문해 주시는 고객님들께 진심을 다해 감사 인사드리고 싶다.

오늘도 내 스타일을 좋아해 주시는 고객님에게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몇십 년 뒤,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도 잘 하는 '상냥한 할머니 헤어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




"덕분에 행복한 미용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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