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은 초록 :)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 뭘 알겠느냐마는.. 아들에게 좋아하는 여사친이 있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 좋아하던 연두(가명)를 그리워 하다가, 이번 학기에 들어서며 새로운 초록(가명)이 가 마음에 들어온 것이다. 1학기 부회장인 아들과 초록이는 같은 부회장이다. 요즘 아이들이 사귀는 놀이가 유행 같더니 어느 날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얘기해서 놀랐다. (이제 연두는 잊는 것이냐 ㅎㅎ)
하이클래스 앱에 이따금 담임선생님께서 사진을 올려주시는데 거기에서 찾아 보여준 아들의 새 여친은, 제법 예쁘며 표정이 밝고 장기 자랑으로 춤도 잘 추는 듯했다.
'음 보는 눈이 있군!'
아이들의 장난이겠지만 "나랑 사귀자"라고 보내온 다른 여자아이들의 카톡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뚝심 있는 내 아들이 내심 흐뭇했다.
'아빠를 닮아 직진인가?'
푸하하.
엊그제 아들이 초록이를 학교에서 업어준다는 얘길 들었다.
금이야 옥이야 키우는 내 아들놈이 벌써 여친을 업어준다고? 순간의 서운함은 아들 키우는 엄마들은 다들 공감할 것이다.
"왜 업어줘? 고맙다고 인사는 들어?"
"아니!"
"근데 왜 업어줘? 이제 업어주지 마! 엄마나 업어줘!"
"아 딱 한번 인사 못 들은 거야~ 그리고 내가 무거운 엄마를 어떻게 업어?"
... 진짜로 업으라는 거겠냐 아들아!
너희들의 그 우정에 어미는 기특함과 서운함이 공존한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초록이가 자기 물병에 물을 채워줬다며 배시시 웃는 얼굴로 말하는 아들이다.
성인이 되어 하는 연애는 찐한 빨강의 느낌으로 다가온다면, 이 풋풋한 연애(연애라고 할 수 있나)는 초록빛이다. 내가 경험한 어린시절의 이성에 대한 끌림, 그 풋풋하고 설레는 느낌은 아직도 여운이 남는 감정이다. 그래서 아들을 응원한다. 뭐든 다양하게 경험하면서 인생을 배워야 한다.
빠르면 얼마 안 가 사춘기가 올 테지. 엄마의 퇴근이 반갑기 보다, 친구와의 만남이 더 기다려질 것이다.
아들의 사춘기를 당당히 맞설 마음가짐으로 미리 준비해 보려 하지만.. 나는 안다.
자꾸 뒷모습만 보여주는 제법 넓어진 어깨를 몰래 어루만지며 '요즘 내게 살갑지 않다', 서운의 눈물 흘릴 것이다.
오늘 글의 마무리가 좀 감성적으로 되는 것 같다.
자식이 이렇게나 크다.
마무리하며, 다음 주부터는 방학인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
.
.
.
.
"어머나~ 다음 주부터 초록이 못 만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