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아코디언의 밤>
너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를 바라보지 않아도 좋다
내가 너를 볼 테니
나를 안아주지 않아도 좋다
내가 너를 안을 테니
나와 입을 맞추지 않아도 좋다
내가 너를 느낄 테니
그저 내 손과 팔 안에서
내 품 안에서 숨 쉬며
그렇게 머물러주기만 하면
너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재즈에 푹 빠진 나는 종종 재즈클럽을 방문한다. 공연장뿐 아니라 학교와 집에서도 항상 즐기다 보니 이제는 나의 취미를 넘어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그동안 수많은 뮤지션들의 근사한 연주와 목소리를 감상하면서 특별히 깊은 인상을 받은 사람들이 생겼고, 점차 그들의 공연 일정을 따라다니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 일정에 맞춰 공연장으로 향한 어느 날, 지금까지 봐온 것과는 다른 공연이 준비 중이었다. 실물로는 처음 보는 신기한 악기가 헌팅 캡을 쓴 연주자의 품에 안겨 있었다. 흰 건반과 버튼이 달린 그 악기는 매끄러운 검은 몸체에 조명을 두르고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외관을 뽐내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그 악기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소리를 내었다. 프랑스가 배경인 영화나 다큐멘터리에서 빠지지 않고 흘러나오던 바로 그 소리였다. 악기의 낯설고 독특한 외형과 익숙한 소리가 이루는 화음이 나를 단번에 사로잡아 버렸다. 앉은자리에서 나는 두 시간 동안 유럽에 다녀왔다. 관악기가 아니지만 공기로 소리를 내고 같은 건반악기인 피아노와 전혀 다른 소리를 내는 아코디언의 개성, 그리고 악기와 한몸이 되어 자신의 정열을 표출하고 관객들과 교감하는 뮤지션의 아름다운 연주 덕에 칵테일보다도 달콤한 밤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다음날까지도 여운이 가시지 않아 그를 글로 옮겨 적어 본 것이 이 시가 되었다. 참으로 근사한 악기였다. 또 향긋한 술 한 잔과 함께 다시 만나고 싶다.
이미지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