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막걸리 먹고 싶다>
바다 건너온 귀하신 분은
나무통에서 탄내 맡으며
열두 해를 갇혀있다가 나온단다
유리로 옮겨져서
또 유리로 옮겨지고
그 유리에서 내 입안으로
끝내 하수구로 가려고
그 세월을 갇혀 지낸단다
그분에 비하면
항아리에서 금세 나오는 네 팔자는
얼마나 좋으냐
팔자 좋아서 맛도 좋은가 보다
제목 그대로 그냥 막걸리가 먹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재미 삼아 쓴 시다. 막걸리와 위스키를 가끔 즐겨서 그 둘을 재료로 활용하였다.
학교에서 국어와 문학을 배우던 시절에는 시라는 것이 어렵고 심오하게만 느껴졌다. 처음 시를 직접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상을 받고 본격적으로 글을 쓰는 재미를 알게 된 뒤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머릿속과 일상, 곁에 있는 모든 것들이 다 소재가 된다. 소설을 쓸 때처럼 일단 뭔가가 떠오르면 그냥 써지는 대로 막 써본다. 그런 다음 어떤 표현을 쓰면 더 읽는 맛이 좋아질지 고민하며 반복해서 다시 읽어보고 수정하면 완성된다. 자화자찬 같더라도 별것 아닌 소재로 내가 쓴 시를 읊고 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그 성취감과 만족감이 꽤 중독성이 있다. 그 맛에 글을 쓴다. 세상 사람 모두 시 한 편씩 꼭 써보았으면 좋겠다. 어휘력이니 맞춤법이니 머리 아픈 건 다 집어치우고 그저 머리와 마음이 읊어주는 대로 한 번 시도해보자. 그 한 편의 시가 값을 매길 수 없는 인생의 재산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