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간호사로 지내기

정신과 간호사의 솔직한 대화

by 이연

나는 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에서 항암치료를 받으며 생사의 기로에 놓인 환자들을 위해 간호하다 조금만 실수해도 환자의 생사에 위해를 끼친다는 엄청난 압박감과 선후임의 경계가 뚜렷한 군대 같은 분위기에 지쳐 퇴사를 하고 고민 끝에 내가 전부터 관심이 있던 정신과 간호사로 진로를 변경했다. 사실 간호사는 가고 싶다 해서 마음대로 과를 변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입사 전 신규 입사자들에게 원하는 과를 써서 제출하라고 한다. 모든 간호사들에게 원하는 과가 있다 해서 그 과로 배정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병원 측에서는 반영을 해주려 노력한다. 하지만 대학병원에서 정신과는 들어가기가 매우 힘들다. 애초에 정신과는 TO가 잘 나지 않는데, 그 이유가 정신과는 '편하다'라는 이유에서이다. 보통은 고연차가 지원해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처럼 연차가 낮고 정신과에 관심이 많은 간호사는 로컬에 있는 정신병원에 입사하는 방법을 찾기도 한다. 나는 정신과가 마냥 편해서 온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도 분명 바라는 것이 있었다면 대학병원에서의 태움('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라는 뜻으로 선임 간호사가 신규 간호사를 괴롭힐 때 쓰는 말이다)만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정신과 간호사로 일을 하면서 확실히 대학병원만큼의 중압감은 없었지만 환자를 책임지고 간호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여전했다. 하지만 학생 때부터 느낀 것이지만 정신간호학 책에서도 간호중재의 내용이 상당히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서적 지지를 해준다'이러한 내용이 많은데 나는 속으로 끊임없이 '아니 어떻게 정서적 지지를 해주라는 거야?'라며 답답하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병동에 내던져졌을 때도 당혹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정신과 간호사는 타 과에 비해 일하는 근무자 수가 현저히 적다. 병원마다 다르지만 각 듀티마다 간호사 한 명, 보호사 한 명 이렇게 적은 수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 보니 모르는 일이 생겼을 때 즉각적으로 누군가에게 물어보기가 어려웠다. 그렇기에 당혹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지만 여전히 '내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 맞을까?'라는 의문이 종종 든다. 그리고 마냥 '편하다'라고 느끼진 않았다. 나름대로 환자가 언제 Acting out(행동화, 보통 환자가 충동이 생길 때 응급상황에 이를 수 있는 상황으로 자해, 타해 등을 하는 것)할지 몰라 조마조마하기도 했으며, 아무래도 위생 저하로 인해 잘 씻지 않거나 손을 씻지 않고 섭취를 하여 장염에 걸리거나, 더운 날씨에도 상온에 유제품을 두고 먹었다가 식중독에 걸리는 등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나 병원에서는 치료가 힘들어 타 병원 응급실로 보내는 경우도 많다. 한마디로 예측하기 힘든 일이 많기에 언제든 긴장하고 환자의 행동을 더 꼼꼼히 봐야 한다.



가끔은 정신과 간호사로 일을 하다 보면 조금 허탈할 때가 있다. 타 과에 비해 간호 수가가 적어 긴 시간 일하지만 적은 월급을 받기도 하고, 비교적 주사제나 내과적인 처지를 할 일이 적어서 구비되어있는 의료물품이 빈약하기도 하다. 환자의 말도 안 되는 요구사항을 끊임없이 근무자에게 들어달라고 요구할 때 그리고 타과의 간호사들 중 '아 정신과 편하잖아~그리고 난 그런 곳에서 일 못해. 너 대단하다, 거기서 어떻게 일해?'라는 식으로 말하며 은근히 상처가 되는 말을 주는 사람도 많다.



사실상 정신과에 남아있는 간호사들에게 왜 정신과로 왔는지 물어보면 이유는 다양하긴 하다. 대학병원에서 태움을 당해서, 비교적 마음이 편해서, 주변에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어 더 공부하고 싶어서 등의 이유가 있어 마냥 정신과에 관심이 있어서 오진 않는 걸 알고 흥미로웠다. 왜냐하면 정신과 자체가 좀 특수한 과이기에 정신과에 맞는 사람이거나 관심이 많은 사람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처음에는 정신과에 관심이 있어 왔지만 막상 일하니 나중에도 계속 정신과에 남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할 때가 있다. 그러면서도 드는 생각이 있다면 '다들 힘들다고 나가면 누가 이들을 간호할까? 그땐 적어도 나라도 이 자리를 지켜야 하지 않나?'이다. 어쩌면 한번 정신과에 발을 들였기에 사명감 같은 것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성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로 일을 하면서 드는 많은 생각 중 하나는 '안타깝다'이다. 아무래도 장기간 입원을 하다 보니 바깥세상을 궁금해하기도 했고, 오랜 기간 입원생활에 밖으로 나가 멀쩡히 직장을 구하는 일도, 사람들과 마주하는 것도 두려워하는 환자들이 많다. 그렇기에 자의입원 같은 경우는 본인의 의지로 입원했기에 원하면 언제든지 다시 나갈 수 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적응하지 못해 다시 되돌아오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오랜 기간 입원해있는 환자들이 많아 답답한 마음에 간혹 어떤 분들은 끊임없이 보호자에게 연락해 막무가내로 퇴원을 요구하거나, 돈을 보내달라고 하거나, 자신의 망상 호소를 하며 소리 지르는 경우 등도 많은데 사실상 나 같아도 누군가에게 하루에 10통 이상 온다면 연락을 피할 것 같다. 환자는 또 보호자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근무자에게 와서 소리를 지르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부분은 환자에게 너무 많은 연락을 할 경우 보호자 분도 힘들어하실 것이다라며 설명을 해도 납득을 하지 못해 곤란하면서도 안타까웠다. 간혹 어떤 환자는 수급비를 보호자가 환자를 위해 쓴다는 명목 하에 일부 챙기는 경우도 있는데 오랜 기간 입원 생활을 해 눈치가 보여 말을 하지 못하는 분도 봤다.



'환자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는 하지만 나도 사람이기에 환자들이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면서 하거나, 뭘 해달라며 근무자에게 요구를 들어줄 때까지 불평을 하거나, 뜬금없이 근무자에게 짜증을 내는 등의 행동을 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감정적으로 환자를 대할 때도 있다. 나도 모르게 환자에게 똑같이 짜증을 내고 나면 시간이 지나서 후회가 몰려오며 '나는 정신과 간호사가 맞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가끔은 철없는 아이 같고 가끔은 은근히 근무자를 챙겨주는 각양각색의 환자들의 모습을 보며 '그래 저들도 얼마나 답답하면 저렇게 행동할까'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마음을 굳게 다잡곤 한다. 원하던 정신과 간호사가 되면 마냥 일하는 것이 즐거울 줄 알았지만 막상 일해보니 마냥 그렇지도 않은 일 이 많다. 그렇지만 간혹 오랜 기간 라포(rapport 상호 신뢰관계) 형성된 환자가 '선생님 오늘 나왔네요? 식사는 하셨어요? 어서 식사해야죠?'라며 사소하게라도 나의 안부를 물어보면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고 '아 나를 생각해 주는 환자도 있구나. 나도 좀 더 노력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번지게 된다. 그렇게 나는 지금까지 정말 소소한 일로 계속 버티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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