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숙제

정신과 환자들의 인권에 대해 생각해보다

by 이연

현대 의학이 발전하기 전에는 정신분열증(Schizophrenia)은 귀신이나 악령의 작용으로 정신병적 행동을 한다고 믿었다. 따라서 정신분열증을 가진 사람들을 쇠사슬로 묶거나 화형을 시키고 머릿속에 귀신이 들어가 있어 치료를 한다며 두개골에 구멍을 냈다는 주장도 있다. 끔찍한 사실이나 우리 또한 '정신분열증'이라는 정신 질환임을 알지 못했다면 그들을 그저 '신들린 사람'으로 간주하고 피하거나 제재를 가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프랑스 정신과 의사인 필리프 피넬은 실증적 의학관에 입각하여 정신분열증은 귀신과는 관계없는 질병으로 보고 그전까지 죄수처럼 다루어졌던 정신질환자들을 쇠사슬로부터 해방시켰다. 그의 노력으로 인해 이후 환자에게 인도적인 처치가 이루어졌고, 정신장애를 분류하고 기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인권'


사실 인권이라는 단어 자체가 내게는 너무나도 무겁고 어려운 숙제같이 느껴진다. 1995년 12월 정신질환의 예방과 치료, 재활, 복지, 권리보장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그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다. 이후부터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권이 증진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편견과 불이익에서 벗어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처음 내가 정신과 병원에 입사했을 때 근무자들 중 1990년 대에 일하셨던 분들의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이야기들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전에는 정신질환자들의 인권이 그리 세지 않아 죄수처럼 부려졌었다. 좁은 방에 10명이 넘는 환자들을 넣었고 한겨울에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만 나와 그 물로 샤워를 해야 했는데 정신질환 환자들의 대다수는 스스로 위생을 챙기지 않아 근무자들이 강제로 샤워를 시키곤 했다. (일본 정신과 병원 중 한 곳은 환자를 씻기기 위해 쇠로 된 통에 환자를 넣고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에 샤워를 시켰다고도 한다.) 때문에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남아있는지 오래 입원한 환자들 중 일부는 온수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겨울에도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는 환자가 있다. 경직된 분위기에서 조금이라도 말썽을 부리는 환자가 있다면 구석으로 끌려가 타 환자들이나 근무자들로부터 구타를 당하곤 했다. 따라서 정신과 병동 환자들 사이에서도 위계질서가 있었다고 한다. 근무자들을 잘 도와주는 환자들은 높은 등급, 말썽을 부리는 환자들은 낮은 등급으로 나뉘어 병동 생활을 했다. 지금의 보호실 같은 개념으로 전에는 환자들이 문제를 일으킬 시에 차가운 철문을 가진 방에 가둬놓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쩌면 끔찍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현재는 그러한 일들이 있다면 인권위원회에 신고를 당해 사직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정신과 병동 환자들의 인권이 신장된 만큼 근무자들도 골머리를 썩고 있다는 것이다. 근무자는 단순히 환자의 위생 격려를 위해 '샤워하세요'라고 한 말에도 자신을 못살게 군다며 인권위원회에 신고를 한다던지, 환자의 관계망상으로 '저 근무자가 나를 죽이려 했다. 야간에 나에게 외국인의 피를 주입해서 죽이려 했다. 내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라는 등의 이야기를 가지고 경찰서에 끊임없이 전화를 한다던 지, 요새는 젊은 환자들이 스마트워치를 이용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대화를 유도한 후 녹음을 한 뒤, 환자의 사복을 환의복으로 교체하려고 할 때 근무자가 자신을 성추행했다는 내용으로 인권위원회에 신고했다는 내용과 같은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신과 간호사로 일을 하면서 어떻게 해야 정신질환 환자들의 인권을 보장받으면서 근무자들의 인권 또한 지킬 수 있는지 생각을 해본다. 이는 앞으로도 일을 하면서 나뿐만 아니라 정신과 병동에서 일을 하고 있는 근무자들이 고민해봐야 하는 숙제라고 생각한다.

keyword
이전 14화정신과 병동에 가을이 물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