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병동에 가을이 물들다

정신과 병동의 소소한 일상

by 이연

어느덧 더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병동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다행이라고 느껴졌다. 더운 여름의 병동은 환기를 한다고 하지만 화장실 냄새나 환자분들 중 자가 위생을 챙기지 않는 분들 덕분에 온갖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다행히도 선선한 가을바람이 들어오기 시작해 환자분들의 표정에도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환자분들 중 더운 여름만 되면 어지럼증을 느끼는 분들이 많아 원래는 하루에 시간을 정해 하루 두 번 식후에 담배를 피우시거나 보호사님들 대동 하에 병원 내에서 산책이 가능했으나 일부 거동이 어렵거나 어지럼증으로 쓰러질 위험이 있으신 분들은 더운 여름 동안 제한을 두었다. 선선한 가을이 되었으니 환자분들은 벌써부터 주치의 선생님과 간호사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에도 글에서 썼다시피 계절이 바뀔 때에는 환자들의 무드가 크게 바뀌기도 하기 때문에 긴장을 해야 한다. 최근에 선선한 바람 때문인지 자꾸 다리가 아프다고 하시면서 근무자에게 치료를 해줄 것을 요구했다. 외진을 가서 검사를 하고 왔으나 타 병원에서는 '이상 없음'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 환자분은 불같이 화를 내며 '돌팔이 병원'이라고 했다. 자신은 매우 심각하게 아프다며 파스를 온 다리에 덕지덕지 붙이곤 했다. 이는 신체화 장애(somatization disorder)로 의학적 진찰이나 내과적인 질환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반복적, 그리고 복합적으로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것이다. 정신과 병동에서는 이 환자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매번 같은 부위를 가지고 근무자에게 신체화 증상을 호소한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며 누군가가 자신에게 전파를 쏘고 있다.', '숨 쉴 때마다 옆구리가 너무 쿡쿡 쑤신다. 숨이 안 쉬어지는 것 같다.' 등 실제로 검사를 하면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나오나 환자분들은 실제 질환이 있는 것처럼 통증을 호소하고 괴로워한다. 정신적, 심리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참으로 곤란하나 주치의에게 노티를 하면 보통 진통제를 처방해주시거나 환자분의 상태가 심각해지면 정신과 약을 증량하기도 한다. 이러한 신체화 증상 때문에 실제로 환자분이 질환을 가지고 있을 때 구분하기가 어렵다. 마치 나에겐 가끔 '양치기 소년'과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일부 환자분들은 근무자에게 여기가 아프다 저기가 아프다라고 하면서 근무자가 뒤돌아 설 때에는 멀쩡하게 잘 걸어 다니시거나, '외진 날짜 예약 잡았다'라고 하는 순간부터 웃으며 '그 소리를 들으니 아픈 것 같지 않은 것 같다'라는 경우가 많기에 일부는 우리 선에서 제지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실제로 질환이 있으신 분들까지 간과하여 제 때 치료를 하지 못할까 봐 실제로 통증을 호소하신 것인지 잘 보아야 한다.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이상하게 식사를 하지 않고 무기력증에 빠지신 분도 계신다. 원래는 식사를 잘하고 조용하긴 하시더라도 근무자와 면담 시에 적절하게 잘 대답해주시던 분이셨으나 며칠 전부터는 식사도 아예 하지도 않으시고 하루 종일 침상에 누워있기만 하신다. 정신과 약(경구약)을 삼키실 때는 콜록거리며 기침을 하셔서 신경과, 내과 진료를 봤지만 모두 '아무 이상 없음'으로 판정이 났다. '파킨슨 질환과도 관련이 없으며 원인을 알 수 없다'라고 적혀온 종이를 보고 주치의와 간호사 모두 머리가 아파왔다. 식사는 전혀 하시지 않으시나 두유나 그린비아(균형영양식 음료)는 또 잘 드신다. 기침도 전혀 하시지 않고 즐거워하며 드신다. 대체 어떤 이유에서인지 알 수가 없어 걱정이 되는 분이다. 때문에 근무자들은 돌아가며 이 환자분을 조금 더 세심하게 관찰하고 식사도 직접 가져다 드리며 온갖 정성을 쏟아붓는데 어떤 환자분이 이 모습을 보고 질투가 나셨는지 갑자기 자신도 몸이 너무나도 아픈 것 같다며 음식을 가져다 달라며 억지를 부리기 시작하셨다. 참으로 대략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는 폐쇄병동이라 해도 보호자분께서 미리 신청하시면 산책, 외박, 외출이 자유로우나 현재는 코로나 때문에 제한이 생겨 환자분들께서는 선선해진 날씨에 더욱더 심란하다고 표현하신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조만간 낙엽이 울긋불긋 물들 테고 낙엽이 질 텐데 환자분들께서도 그 예쁜 풍경을 직접 보고 온 몸으로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가을이 찾아오는 병동을 보며 환자분들 뿐만이 아니라 나도 많은 생각이 드는 하루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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