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자꾸 누구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 일까?
"이것 좀 보내주세요"
오늘도 여전히 환자들은 보낼 수 없는 편지를 정성스레 접어 근무자에게 조심스럽게 내민다. 그러면 우리는 항상 같은 대답을 한다.
"네, 주세요."
사실 근무자는 알고 있다. 그 편지는 그 누구에게도 보낼 수 없다는 것 말이다. 수신인은 정말 다양하다. '미국 정부' '대통령' '하느님' 등. 대체적으로 조현병 환자들은 정치, 종교에 큰 관심을 가지며 자신이 실제로 정치나 종교에 큰 기여를 하는 사람이며 위대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다. 조현병 환자들이 쓴 내용을 보면 대부분이 한글로 쓰여있으나 읽을 수가 없다. 편지의 내용은 서로 연결되는 문장도 아닐 뿐만 아니라 신어조 작증(neologism 자신만이 아는 새로운 단어나 표현을 만드는 현상)을 사용하여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어 '영환도사님께서 자신의 이름을 위해 자기 민족들의 동원하여 심판의 한 파트로써 맡은 바를 정성껏 완수할 수 있는 이름이라고 소개드립니다.'이란 내용을 작성했는데, 환자는 실제로 연결이 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타인에게 전달이 될 것이라고 믿으나 실제로 우리들이 읽었을 때에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으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를 사고의 지리멸렬(incoherent thinking 말이 연결되지 않고 일관성이 없어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도 한다.
전달의 유무와 상관없이 지속해서 비슷한 내용의 편지를 작성해온다. 처음에 환자들이 편지를 작성해왔을 때 궁금한 마음에 "제가 읽어봐도 될까요?"라고 물어보고 환자들의 허락 하에 편지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하지만 처음에는 내가 난독증이 있는 줄 알았다. '대체 무슨 내용이지...?' 나는 글을 끝까지 읽었을 때까지도 환자의 의중을 파악할 수 없었고 수신인도 부정확하여 도저히 보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을까 답장이 오지 않는 편지를 매일매일 작성해서 근무자에게 보내달라고 건네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다양한 이유에서 쓰인, 각기 다른 내용이 적혀있는 편지들이 쌓이면서 나는 문득 궁금증이 들기 시작했다. '대체 환자들은 왜 이렇게 까지 편지를 쓰는 것 일까?' 어쩌면 환자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그리고 언제까지 입원해야 할지 모르는 지루함과 불안감 속에서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편지를 작성하면서 마음을 달래는 것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간혹 조현병 환자들 중에는 과거 보호자나 지인 등에게 실제로 폭력을 가하거나 살해를 저질러 정신병원에 입원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환자는 끊임없이 피해자에게 편지를 작성해 자신이 저지른 일을 후회하고 있으며, 현재 자신이 벌을 받는 것 같아 얼마나 두려운지에 대해 토로한다. 끊임없이 자신이 편지를 쓰는 행위를 통해 자신이 저지른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고 믿기도 한다. 근무자에게 편지를 들고 오며 하는 질문이 "선생님 저는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인데 어떻게 대답해 주어야 할지 정말로 난감할 때가 많다.
그렇게 오늘도 하루 종일 고민하며 다 구겨진 종이에 빼곡하게 글을 작성해서 근무자에게 편지를 보내달라며 오겠지. 보내질 수 없는, 서랍에 가득히 쌓인 편지를 보며 나는 많은 생각을 한다.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그 누군가가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정성스럽게 쓴 글인데...'라며 안타깝다는 생각도 했다.
'오늘은 대체 누구한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어쩌면 말도 안 되는 편지라며 무시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본다면 환자를 조금은 더 이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며 오늘도 보내질 수 없는 편지들을 서랍장에 고이 보관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