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의 천사

12.

by 이연

나는 더욱 더 피폐해졌다. 약을 먹고 싶지 않았지만, 먹지 않으면 건장한 보호사들과 간호사, 의사가 나를 압박해 마지못해 약을 밀어넣었다. 약을 먹고나면, 혀를 들어 숨기지 않았는 지 확인까지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엄마가 면회가 왔다. 엄마는 울먹거리며 나를 맞이했다.

”엄마가 미안해. 다 이 못난 애미 잘못이다. 나는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 질 줄 알았어. 세상 사람들이 네가 정신질환이 있다고 하면 너한테 손가락질 하는 게 싫었으니깐. 그리고 그 땐 조현병이 뭔지도 잘 몰랐다. 그저 무서웠던 게지. 네가 서울에 나가 떳떳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서 다 나아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녔구나. 그저 네가 행복하게 잘 사는 줄 알았어. 그런 일이 있었으면 엄마한테 말하지 그랬어! 아이고 이 답답한 것아.“

엄마는 나를 붙잡고 한참을 울었다. 엄마는 내가 정신질환이 있는 것을 알고도 믿지 못했고, 두려워 방치했다고 한다. 잠깐뿐이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괜찮아질 거라고 믿었고, 내가 잘 지내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럼 검사는 어쩌다가 했는데, 나는 물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우울증이 심해졌고, 혼자서 중얼거리는 날이 많아졌다고 한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해 내가 이상해서 검사를 해보았다고 한다. 내게는 그냥 심리검사, 아이큐테스트 비슷한 거라고 하며 검사를 했다고 한다. 그러니 내가 몰랐지, 나는 중얼거렸다. 나는 엄마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신의 계시를 들었고, 날개를 선물 받았다. 사촌언니의 딸에게서 악귀가 보여 떼어내려 했을 뿐, 해하려던 건 아니었다. 직장을 그만두었다. 모든 것을 이야기했고 엄마는 덤덤하게 나의 이야기를 듣고는 나를 조용히 껴안으며 흐느꼈다. 다 잘 될 거야, 이제는 다 잘 될 거야. 엄마가 미안해. 이 말만을 계속해서 반복했고, 나는 엄마가 우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의 따뜻한 품속에 있다는 것에 나는 안정감을 느꼈다. 응, 엄마. 다 잘 될 거야. 나는 조용히 엄마의 등을 토닥거렸다. 엄마가 이렇게 말랐나, 나는 엄마를 원망하기만 했지 엄마를 돌아보려 했던 적이 없다. 가슴이 미어졌으나 티를 낼 수는 없었다. 나는 엄마를 집으로 보내고 휴대폰을 받았다. 병동 규칙 상 휴대폰은 정해진 시간에만 쓸 수 있다고 하여 나는 알겠다고 하며 사인을 했다.


“응, 너 괜찮아? 왜 연락이 안 되는 거야, 너 며칠 동안 연락두절이었잖아.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난 네가 나 차단한 줄 알고 놀랐다야.”

휴대폰을 키니 부재중 전화가 여럿 있었다. 그 중에는 고등학교 때 친했던 지연이가있었다.나를 생각해 주는 친구가 있긴 있었구나. 나는 차마 정신질환이 있어 병원에 입원했어라는 말은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아 그냥 요새 좀 힘들어서, 미안. 잘 지냈어?”

“너… 진짜 괜찮아? 너 서울에서 혼자서 지내는데 연락도 없어서 무슨 일 있는 줄 알았다야.”

“아... 내가 채린이랑 남자친구랑 같이 교회를 다녔는데 바람을 펴서 힘들었어. 그래서 좀 누구랑도 연락 안한 거였고...알다시피 서울에는 아는 사람도 많이 없는데, 좀 더 힘들고 그랬어.”

"엥, 채린이가 누구야?"

"응? 채린이 우리 고등학교 때 동창이잖아. 나 고3 때 같이 다니던 친구."

"나 처음 듣는데? 너 고3학년 때 나랑다른 반되면서 너 혼자서 다녔잖아. 너 취업준비하느라 누구랑 안 다니고 그런 줄알았는데... 그땐그런 애들 많으니깐.네가워낙 독특하기도 했고."

"뭐라고? 너 진짜 채린이 몰라?"

"나 정말 처음 들어. 너 고3 때 나도 모르는 친구 있었냐. 너 그때 좀 이상하긴 했어. 막 혼자서 이야기하고, 그래서네가많이 힘든가 싶었는데 나도 뭐 그 당시엔 이것저것 힘들었으니깐."

나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만 같았다. 그럼 지금까지 누구와 친하게 지냈으며 누구와 대화를 한 것인가.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내가 정말 정신질환이 있는 건가? 거짓말이 아니었나? 말도 안 돼. 내가? 나는 식은땀이 나면서 주저앉았다. 토할 것만 같았다. 나는 황급하게 전화를 끊으면서 모든 것이 거짓말처럼 뒤집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들었다.

나는 휴대폰 목록을 살펴보았다. 통화 기록도 꼼꼼히 살펴보았다. 알 수 없는 번호들이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채린이와 지훈 오빠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나는 너무 놀란 마음에 휴대폰을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휴대폰 액정은 깨져있었고, 나는 멍하니 깨진 액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부재중으로 떠 있는 번호 중에는 지은이도 있음을 발견했다.

“언니 뭐야! 왜 퇴사하고 연락이 없었어요! 잘 지냈어요? 바빴나 보네. 언니 좀 몸은 괜찮아? 일할 때 스트레스 너무 심하게 받아서 그런지 걱정 많이 했는데. “

“아… 그래? 나야 뭐 그럭저럭 지내지. 미안해, 좀 정신없었어. 잘 지내고 있어?”

“다혜 언니랑 나, 언니 걱정 엄청 했어. 우리야 뭐 똑같지. 아니, 언니 일 다닐 때 많이 힘들어 보였단 말이야. 일하다가 갑자기 혼자 웃질 않나, 혼잣말 계속해서 중얼거리질 않나. 언니 혼자만의 세계에 빠진 사람 같았다니깐. 그러다가 언니가 그만둔다 했을 때, 언니가 스트레스가 쌓였으면 그랬을까 싶었다니깐. 근데 언니 일하고 나서 우리한테 연락도 없어서 무슨 일 생겼나 했어. 언니는 잘 지내고있는 거지?”

잘 지내고 있다고해야 하는것이 맞을까, 나는 도저히 지은이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어어벌쩡하게넘어갔다. 아무리 친해도 전 직장 동료일 뿐,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나의 모든 것을 알려주기엔 무리라고 생각했다. 일을 다닐 때에도 증상이 있었구나 싶었다. 내게 정신 질환이 있음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나의 모든 알 수 없는 행동들이 어서 나보고 위험하다고 보내는 신호였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왜 나는 진작에 알아차릴 수 없었던 것일까.

“지은아, 뜬금없지만... 내가 너한테 내 남자친구 사진 보여준 적 있지 않았어?”

“남자친구? 언니가 남자친구 사진 보여준다 했는데 언니 밖에 없는 사진만 보여줬잖아. 우리가 장난치는 거냐고, 이 정도면 언니 남자 친구 없는데 우리한테 거짓말 치는 거 아니냐고 우리가 막 머라 했잖아. 아니면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장난치는 거라고. 우리 실제로 본 적 없잖아, 보여달라 해도. 서운해!"

“그… 그래? 미안해. 아, 내가 지금 뭐 할 일이 생겨서. 미안, 내가 다시 연락할게.”

나는 눈에서 따뜻한 눈물이 흐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채린이나 지훈 오빠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내가 만들어낸, 나만을 위한 허상일 뿐이었다. 지금에서야 알 수 있었다. 그들은 공허한 내 마음 한 구석을 채워주기 위해 만들어낸 나만의 허상, 허구일 뿐 그 무엇도 아니었다. 나에게는 언젠가부터 나도 모르게 조금씩 증상을 보이고 있었고, 내게는 정신질환이 있었던 것이다. 나의 괴로운 감정들이 나를 좀 먹으면서부터 였을까, 언제부터였을까 알 수 없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 모든 게 하늘의 장난 같았다.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 이런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악착같이 살아남으려고 한 것 밖에 없다.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한 것 밖에 없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나는 왜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나는 계속해서 눈물이 흘러나와 더 이상은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나는 천사의 목소리가 환청임을 깨달았고, 내가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것은 다 망상일 뿐이었음을 알았다. 이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꽤 걸렸다. 인정하게 된다면 예전 나의 볼품없고 가난에 허덕이던 비참한 소녀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깐.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현실은 생각보다 잔인했고, 그게 나였다. 그러면서 신경이 꽤 날카로워졌다. 정신과 약으로 인해 아직 적응을 못한 것인지, 아침에 졸음으로 인해 눈을 뜨기가 힘들었고 이래서는 앞으로 어떻게 사회생활을 다시 하나 싶었다. 주기적으로 피검사를 하고, 내가 무슨 실험용 쥐가 된 기분이었다. 제대로 된 설명도 안 해주면서 나는 이리저리 팔을내어주어야 했고,약을 먹어야 했고, 쥐 죽은 듯 살아야만 했다.

“얘, 안녕. 너 나랑 나이 비슷해 보이는데 몇 살이야? 여기 병동에는 내 나이 또래가 많이 없어 보이는데, 다행이다.”

화장기 없는 한 스무 살 대 남짓한 구불거리는 펌 머리를 하나로 단정하게 묶은 내 나이 또래 여자가 환하게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나는 짜증이 확 났다. 언제 봤다고 친한 척이야, 친한 척은. 더욱이 이런 정신병원에서. 나는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무시했다.

“괜찮아, 나는 몇 번 입원해 본 경험이 있어. 너 처음 입원하지? 선생님들이 말하는 거 우연히 엿들었어. 나도 처음 입원할 때에는 힘들었는데, 지금은 괜찮아.”

나는 다시 그 여자를 쳐다보았다. 나는 눈썹을 치켜들었다. 몇 번? 한 번 입원하면 괜찮아지는 거 아니었나? 그 여자는 나의 궁금증 많은 표정을 보고는 피식웃어 보였다.

“나는 조울증이야, 조증이랑 우울증이랑 섞인 거. 약 먹고 증상 괜찮아지기도 했고, 약 부작용으로 인해 살이 너무 쪄서 짜증 나서 그냥 약을 끊었어. 그러다가 재발해서 막 피해망상 생기고, 나도 모르게 난리치고 했다는데 난 그때 기억이 없거든. 어쨌든 그래서 몇 번 왔다 갔다 했지. 나도 입원하기 싫어. 입원하면 너무 재미없고 답답하잖아. 나도 다음부턴 절대 안 올 거야.“

그렇구나.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궁금증은 해소되었지만 나는 이곳에서 친구를 만들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이곳은 정신병원이다. 어서 나아져서 이곳을 나가 사회 복귀를 해야 했다. 근데 앞으로 내가 사회에 나갈 수 있을까. 어디까지가 내 삶이었는지 모르겠는 걸. 생각하면 할수록 나의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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