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활 두 달째
"얘야! 떨어진다, 안쪽으로 들어와라!"
한 밤중에 엄마는 내게 속삭이신다.
한국 생활 두 달째.
86세의 엄마와 침대를 공유하고 있다.
엄마는 주무시는 동안에도 내가 침대에서 떨어질까 봐 확인하시고, 내가 코를 어떻게 고는지 분석하신다.
몸에 좋다는 우리 엄마 흙 침대.
돌처럼 딱딱하지만 엄마가 옆에 계시니, 수면제 반 알을 먹고 누우면 뒤척이지도 않고 바로 잠이 든다.
엄마는 24시간 대기, 나에게는 모든지 뚝딱 해결해 주시는 만능 자동판매기이다.
"엄마, 이 가방 지퍼가 안 되네!"
뚝딱! 해결!
"엄마, 내 반지가 너무 더러워!"
뚝딱! 순식간에 반짝!
"엄마, 귀걸이가 한쪽 고장 났어!"
뚝딱! 금은방 가게에서 해결!
난 이번 방문 동안에 엄마와 가능하면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내고 있다.
엄마와 같이 마루에 앉아, 엄마가 좋아하는 일일 드라마를 같이 본다.
엄마가 즐겨 보시는 트로트 음악 방송을 같이 보고 있다.
엄마의 전화로 걸려오는 광고 전화와 스팸 전화를 설명해 드리고 같이 삭제한다.
한국 뉴스를 같이 보며, 나라를 같이 걱정하고, 못된 놈들을 같이 욕한다.
이제 엄마는 나의 불쑥 솟은 아랫배와 나의 탄수화물 식욕을 더 이상 걱정하지 않으신다.
실컷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이스라엘에 가서 운동해서 빼란다.
그래도 내가 저녁을 먹고, 엄마 집 앞 놀이터를 걷다가 온다고 하면 반가워서 활짝 얼굴에 웃음꽃이 피신다.
내가 뱅글뱅글 놀이터를 돌고 있으면, 궁금하셔서 살짝 나와 보신다.
심심하시면 놀이터의 그네를 춘향이처럼 '훌쩍훌쩍' 혼자서 가뿐히 오르락내리락하신다.
엄마는 끊임없이 내게 엄마 애정 간식을 꺼내 주신다. 엄마의 방, 간식 상자에 들어 있는 엄마의 귀한 먹거리들.
누룽지맛 사탕, 수제 밤 빵, 초코파이, 자유시간 등 등.
엄마는 보물들을 살짝살짝 끊임없이 내게 한없이 꺼내 주신다.
나는 엄마가 주는 대로 다 먹는다. 먹기 싫어도 엄마가 보는 앞에서 맛있게 다 먹는다.
그렇지만 엄마는 내가 먹을 때마다 항상 내 배를 살짝살짝, 가끔은 지긋이 바라보신다.
"엄마! 내 배 좀 그만 좀 봐! 어쩔 거야? 먹지 마?"
난 지금 엄마에게 실컷 어리광을 부린다. 내 나이 57살이다. 난 아직도 엄마에게 철없는 둘째 딸이다.
그래도 엄마와 함께 있으면, 난 다시 애가 되어도 엄마가 다 받아 주신다.
엄마는 25년을 이스라엘에 살면서 엄마 도움 없이 직장 생활과 육아를 마친 둘째 딸을 대견해하시고 안쓰러워하시는 것 같다.
그래도 우리 엄마는 내가 첫째와 둘째를 출산하였을 때, 두 번 다 3개월씩 이스라엘에 오셔서 나의 산후조리를 도와주셨다.
엄마는 이스라엘에서 각각 홀로 3개월 동안 손자, 손녀와 같은 방에서 지내시며, 엄마의 둘째 딸을 공주처럼 돌봐 주셨다.
우리 엄마가 나를 돌봐주는 것을 보면서 이스라엘 우리 남편은 나를 여왕인 거 같다며 놀리기도 했다.
25년 전 엄마는 이스라엘에서 한국으로 돌아가실 때, 우리 남편에게 손 편지를 쓰셨고 나에게 꼭 번역을 해 주라고 하셨다.
주요 내용은 이러했다
"케븐은 아무것도 모르니, 사위가 얘를 항상 돌봐주고 이해해야 하네! 엄마가 더 도와주지 못하고 돌아가야 해서 미안하네!"
우리 엄마는 내게 요정 마술사 엄마다.
나를 소중하게 여기게 만들어 주시고, 나만을 항상 바라봐 주신다.
고맙고, 소중하고, 어여쁜 우리 엄마, 건강하게 지내세요!